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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GAMES 미군의 야심찬 미래형 전투체계

미 육군 사상 가장 야심찬 전투 체계 프로그램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미래형 전투 체계(Future Combat Systems)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소형무인지상차량 ·무인항공기·지상센서를 통해 적군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첨단 네트워크를 통해 이 같은 정보를 병사들이 공유하며, 최첨단 기술의 무기를 통해 공격의 정밀성을 높이는 게 주요 골자다.

이 같은 미래형 전투 체계가 도입되면 골목이나 건물에 숨은 적군도 타격할 수 있으며, 정확한 표적정보를 통해 민간인의 살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형 전투 체계를 위한 핵심기술, 그 중에서도 첨단 네트워크 개발이 답보 상태에 있다. 예산 역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의 축소 또는 폐지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군의 영상 정보 전송하는 로봇

사막의 덤불 속에서 작은 로봇이 굴러 나와 마을로 향한다. 로봇은 두 채의 건물 사이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가까운 건물로 향한다. 상자 모양의 로봇 머리가 좌우로 돌아가며 깜박이지 않는 카메라로 건물을 살펴본다. 로봇 뒤에서는 6명의 미 육군 병사들이 소총을 움켜쥔 채 발소리를 죽여 가며 따라 오고 있다. 조금 전 로봇이 살펴본 건물에 도착한 병사들은 건물 속에 들어가 은폐한 다. 그 동안 로봇은 전차처럼 캐터필러를 굴리며 두 번째 건물을 정찰한다. 두 번째 건물에는 문짝이 없었고, 로봇 은 열린 문으로 달려 들어갔다. 이번에도 병사들은 로봇을 따라 건물에 진입했다. 탕, 탕, 탕!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잠시 후 미군 병사들이 멀쩡히 걸어 나온다. 건물 안에 있던 2명의 이라크 게릴라는 미군들만큼 운 이 좋지 못했다.

파퓰러사이언스 기자인 제임스 블라호스는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상정해 실시된 이 전투훈련을 첫 번째 건물 지붕위에서 관람했다. 블라호스 옆에는 육군 대령 2명, 육군 준장 1명, 그리고 두세 명의 기자와 알자 지라 방송의 카메라맨이 나와 있었다.

이 전투훈련에서는 실탄이 사용되지 않음에도 그들은 모두 안전상의 이유로 헬멧 을 착용했다. 실제 전투훈련이 실시된 곳은 텍사스 주 포트 블리스의 육군 훈련장 내에 있는 어도비 빌리지. 그리고 이 전투훈련에 모습을 드러냈던 로봇은 소형무인지상차량 (SUGV)의 시제품이다. 소형무인지상차량은 촬영한 영상을 병사가 착용한 헬멧의 디스플레이에 전송해 주기 때문에 병사들은 건물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고도 전장의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즉 첫 번째 건물은 비어있고, 두 번째 건물에서는 2명의 게릴라가 폭탄을 조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 이에 따라 병사들은 게릴라들이 숨어있는 건물을 기습, 성공리에 사살할 수 있었다.

그동안 미 육군의 무기들은 독자적으로 개발돼 왔다.

하지만 2015년 실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래형 전투 체계는 처음부터 통합된 한 세트의 장비

확보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키가 사람 허리만하고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로봇 월 E를 닮은 소형무인지상 차량은 병사들을 위한 단순한 길라잡이 가 아니다. 소형무인지상차량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야심찬 미 육군의 전력 현대화 계획인 미래형 전투 체계(Future Combat Systems)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장비다.

그동안 미 육군의 무기들은 독자적으로 개발돼 왔다. 헬리콥터를 만드는 곳과 전차를 만드는 곳이 서로 협의 하에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2015년 실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래형 전투 체계는 처음부터 통합된 한 세트의 장비 확보를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 즉 한 부대를 이루는 8대의 장갑차량, 3 대의 로봇 수송차, 1세트의 지상센서, 무인 항공기, 소형무인지상차량, 그리고 무인미사일발사기 등이 처음부터 상호 유기적으로 개발되는 것이다. 미래형 전투 체계에 사용되는 개별 장비 들은 과거 어떤 장비들보다 훨씬 앞서는 성능을 자랑한다.

소형무인지상차량 하나만 보더라도 무게가 13.6kg 이하로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쓰는 로봇 정찰차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능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 같은 장비들을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해 연결, 조화롭게 운용한다는 것이다. 즉 상호접속 한 다는 이야기다. 미 육군은 이 같은 미래형 전투 체계가 전투 양상에 일대 혁신을 가져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형 전투 체계는 소형무인지상차량 등의 로봇, 첨단 네트워크, 그리고 최첨단 기술의 무기를 하나로 결합한 것이라고 보 면 이해하기 쉽다. GPS 내비게이션에서 음식점 위치를 가 르쳐 주듯이 미래형 전투체계에서는 아군 병력의 위치를 화면으로 보여준다. 또한 사진과 함께 나오는 메시지를 통해 적군의 은신처를 알 수 있다.

마우스를 클릭 해 GPS 유도미사일과 무인항공기의 진로를 바꾼다. 최신 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된다. 1개 소대 40명 정도의 병사들이 몇 km에 걸쳐 일부는 도보로 이동하고, 일부는 험비에 탑승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또한 일부 는 개활지에 있고, 일부는 건물 속에 숨은 상태로 전개한 모습을 상상해보라.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모든 병사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소형무인지상차량에서 보내온 영상을 볼 수 있고, 지휘소에서 보내오는 정보도 수신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장에 설치한 지상센서가 적의 기갑부대가 내는 진동이나 생물학무기 사용 징후 등을 포착해 알려줄 수도 있다. 미래형 전투 체계의 목표는 모든 병사들 을 첨단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장에서의 혼란을 없애고, 이를 통해 표적식별 능력과 공격력을 높이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비싼 전투 체계 프로그램

이 같은 목표 자체는 훌륭하다. 하지만 실행은 난항을 겪고 있다. 미래형 전투 체계 프로그램을 위한 비용은 시작 당시인 지난 2003년 이래 무려 45%나 올랐다. 미 육군은 최종적으로 1,61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2,34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미래형 전투 체계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45개 주에 있는 896개 기업이 참가하고 있다.






1. 기존의 무인항공기와는 달리 미래 전투 체계에서 사용되는 ‘클래스 1 블록 0’는 헬리콥터처럼 제자리 비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회전식 카메라로 창문 속을 엿보거나 움직이는 게릴라를 추적할 수 있다.
2. 다양한 지상센서를 사용해 총 소리나 공기 중에 있는 화생방 성분을 탐지, 병사들에게 알릴 수 있다. 카메라를 장비한 모델도 있다.
3. 소형무인지상차량의 조종기는 비디오 게임기의 컨트롤러를 본 따 만들어졌다.

명실 공히 미 육군 역사상 가장 비 싼 전투 체계 프로그램인 것이다. 지난해 3월 미국 회계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예산과 스케줄에 비추어 볼 때 실제 진척 상황은 미진하며, 검증해야 할 핵심기술 44가지 중 오직 2가지만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高) 대역폭 전파 송수신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는 첨단 네트워크. 네트워크가 없으면 미래형 전투 체계는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무너지고 만다. 미래형 전투 체계 프로그램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자 미 육군은 다급히 이 프로그램 의 진척상황을 일반에 알리고,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싶어 했다. 바로 그 때문에 파퓰러사이언스 기자인 블라호스가 텍사스 주 에 있는 포트 블리스에 와서 미래형 전투 체계를 견학하게 된 것이다.





미래형 전투 체계의 네트워크 작동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휴대폰 사용자들은 기지국을 거쳐 서로 연결된다. 하지만 미래형 전투 체계에서의 각 단말기, 즉 합동전술무전기는 그 자체가 송수신기이자 기지국을 겸하고 있다. 소형무인지상차량, 무인항공기, 그리고 각종 지상센서에서 얻은 정보는 병사들과 지휘소에 전달된다. 또한 병사들은 표적 좌표 같은 데이터를 마을 저편에 있는 무인미사일발사기에 직접 보낼 수도 있다. 무인미사일발사기는 적정한 지점에 은닉시켜 놓은 후 필요할 때 원격조종하면 장착된 GPS 유도미사일이 발사된다.



소형무인지상차량, 무인미사일발사기, 무인항공기, 제1단계 네트워크 등의 배치 시 한도 2011년으로 조정됐다. 이 같은 조치로 이 프로그램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올 여름 미 국방조달위원회의 평가가 완료되면 미래형 전투 체계가 원래 계획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축소될 것인지 결정될 것이다. 물론 전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헬리콥터처럼 제자리 비행이 가능한 무인항공기가 공중에서 정찰을 한 후 지상의 병사들에게 영상을 보낸다.
2. 전장의 병사들은 지휘관은 물론 서로 간에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3. 원격조종되는 소형무인지상차량이 건물 안에 들어가 현장 정보를 송신할 수있다.
4. 무인미사일발사기와 전차에 무선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미래형 전투 체계 프로그램을 살리려는 미 육군은 1,000명으로 구성된 여단 규모의 시험부대에 미래형 전투 체계에서 사용 될 시제품 장비의 시험을 맡겨 네트워크 전 쟁의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포트 블리스에 주둔한 미래형 전투 체 계 시험부대의 병력 중 90%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가운데 적어도 한 곳에서 복무 한 경험이 있다. 소형무인지상차량을 이용한 전투훈련이 끝난 후 블라호스는 소형무인지상차량의 조종사인 토니 살리네로에게 걸어갔다. 블라호스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라크에는 이렇게 문이 없는 집이 많나요? 로봇이 바로 달려 들어갈 수 있는...” 살리네 로는 그 말을 듣고 웃다가 어색하게 웃음을 그쳤다. 그리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끔 있었습니다.” 블라호스는 두 번째 건물 안으로 들어가 게릴라 역을 맡았던 병사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위험한 게릴라 치고는 배짱과 경험이 부족해 보였다. 그 중 한 병사가 이렇게 말했다. “게릴라는 2명이예요. 그리고 아까 전투훈련에서는 이 건물에 미군이 6명이나 들어왔죠. 그럼 죽어주는 것 말고는 답이 없죠.”

전장에서 필요한 네트워크의 유형

미래형 전투 체계를 실현하려면 상호접속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 육군은 음성, 문 자, 사진, 동영상 등을 사용해 병사들 간 정 보를 공유할 수 있는 원격 컴퓨터(remote computer)를 갖고 싶어 한다. 이 원격 컴퓨터는 다른 원격 컴퓨터에 지령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정보가 든 서버 에 접속도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위성을 이 용해 자신과 다른 원격 컴퓨터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미 육군이 무려 2,000억 달러를 들여 2015 년까지 만든다는 물건이 오늘날 미국 10대 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 수준밖에 안 되느냐며 비웃기도 한다.

미래형 전투 체계 프로그램의 네트워크 통합 프로젝트 관리자인 마이클 윌리엄슨 대령은 이렇게 말한다. “저도 하루걸러 한 번씩 ‘휴대폰은 이미 얼마든지 있거든?’ 하 는 식의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 시면서 편안하게 무선으로 휴대폰 통화를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무려 수십 년의 시간과 수천억 달러가 투입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전쟁터에서는 이 같은 현대적 통신장비에 필요한 인프라가 없다.

설령 상용 인터넷 및 휴대폰 기술을 강화한다고 해도 군대는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실제 널리 보급된 기준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기술은 그만큼 적군이 도청하거나 혼선을 일으키기 쉽다. 미사일 공격 좌표 같은 중요한 정보를 적군이 엿들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한 암호통신이라고 해도 적군이 아군 병사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반격 을 가하는데 필요한 단서는 남게 된다.

이 때문에 미 육군은 필요한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보잉사의 네트워크 개발부장 폴 지리는 말했 다. 보잉은 현재 미래형 전투 체계의 네트워 크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데, 지리는 C-17 수송기나 보트에 탄 병사 들이 아무 것도 없는 전쟁터에 내려서도 신 속히 네트워크 통신을 이용한 작전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미 육군은 지난 10년 동안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데 큰 기술적 발전을 보였다. 전선의 지휘관들은 유선 또는 위성 연결을 통해 군용 인터넷 에 접속할 수 있으며, 이들은 여기서 정보자료·정찰사진·보급상황·전투계획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을 뛰어다니는 말단 병사들 은 이 같은 문명의 이기를 거의 이용하지 못 한다. 현재 존재하는 병사용 네트워크는 범위가 좁고 고립적인데다 속도 역시 초당 메가비트가 아닌 킬로비트 수준으로 느리다.

미래형 전투 체계의 주요 목표는 이 같은 말단 병사들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래형 전투 체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황인식이라는 말보다 더 많이 쓰이는 군사용어는 별로 없다. 상황인식이란 지금 돌아가는 꼴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기지국이나 케이블 같은 네트워크는 군용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한다. 위성을 이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병사들이 건물 안이나 좁은 골목, 동굴, 골짜기 등 위성 전파가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면 이 방법도 무용지물이다. 현재 미 육군은 이 같은 지역에서 작전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위성 전파 송수신이 양호한 위치에 있는 지휘소까지는 전파가 도달하지만 현장의 차량과 병사들에게는 전파를 보낼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형 전투 체계에 서는 합동전술무전기(JTRS)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합동전술무전기는 로컬 네트워크를 구축해 위성 전파 수신이 용이한 지휘소 혹은 차량과 현장의 병사들을 연결해준다. 합동전술무전기는 현재 쓰이는 무전기처럼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할 수 있으며, 특히 휴대폰처럼 데이터나 사진을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무전기를 사용하면 병사 모두가 상호통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지상센서, 무인항공기, 소형무인지상차량 등 미래형 전투 체계 장비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합동전술무전기는 현재 쓰이 는 휴대폰이나 랩톱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현재 미국에는 20만개가 넘는 휴대폰 기지국이 있다.

컴퓨터와 케이블로 이루어진 이들 기지국은 통신을 전달하는 매우 정밀 한 네트워크다. 무선 인터넷이라고 해도 기지국의 전파가 미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기지국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쓰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도 결국은 하드웨어에 의존한 네트워크의 잔가지일 뿐이다. 하지만 전장에는 기지국 같은 인터넷 인프라가 없다. 이 때문에 합동전술무전기는 주변에 돌아다니는 모든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지국과 휴대폰을 하나로 묶어 놓은 것 같은 장비여야 하는 것 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미 육군의 무전기 는 기본적으로 음성 통화만 가능하고, 데이터 전송 능력은 초당 2.4킬로비트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합동전술무전기는 초당 2메가비트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물론 이 역시 가정에서 쓰는 유선 인터넷에 비하면 매우 느린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각 부대는 음성, 문자, 사진 등 을 주고받을 수 있다. 가장 작은 휴대형 합동전술무전기를 개발하고 있는 제너럴 다 이내믹스의 크리스 브래디 부사장은 “합동 전술무전기는 미래형 전투 체계의 하급 부대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과도 같다”고 말한다.

상황인식 능력 증대시키는 장비

미래형 전투 체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황 인식이라는 말보다 더 많이 쓰이는 군사용 어는 별로 없다. 군인들의 거친 표현대로 하자면 상황인 식이란 지금 돌아가는 꼴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다.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알고, 보급차량이 어디 있는지 알며, 특정 장소가 게릴라들의 공격 거점으로 쓰이고 있는 곳 인지 아니면 무고한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곳 인지 등을 정확히 아는 것을 말한다. 합동전술무전기는 이 같은 단편적인 정 보를 전장 곳곳으로 전달해주는 장비며, 다른 미래형 전투 체계의 구성요소들도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수집해 네트워크에 올리게 된다.

미래형 전투 체계 시험부대장을 역임했던 에멧 셰일 대령은 현재 상황인식 능력을 증대시키는 개인용 장비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05년 북부 이라크의 탈아파르 에 주둔하고 있던 그는 경찰서로 쓰이는 요 새에가 보았다. 그가 경찰서장을 만나고 있는데, 요새의 남동쪽 벽에서 차량 폭탄이 터졌다.

셰일은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때 총알이 그의 주변을 스쳐 지나갔고, 게릴라들의 공격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 그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벽의 난간에 기댔지만 근처에서 한 게릴라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게릴 라가 쏜 탄환이 그의 이두박근에 명중, 관통했다. 그는 “당시 무인항공기를 날릴 수 있었다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나갔다가 총을 맞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미래형 전투 체계의 무인 항공기가 바로 ‘클래스 1 블록 0’다. 텍사스 주 포트 블리스의 육군 훈련장 내 어도비 빌리지에서 소형무인지상차량을 이용한 전투훈련이 이루어지는 동안 공중에서는 무 인항공기의 정찰이 실시됐다. 이 무인항공기는 한 병사에 의해 파나소닉의 노트북으로 조종되고 있었다. 무인항공기는 한 무리의 병사, 2개의 공중변소, 그리고 파퓰러사이언스 기자인 블라호스의 모습을 고(高) 해상도의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무인항공기의 모습은 맥주 통 같았고, 비행할 때 나는 소리는 낙엽 청소기가 작동할 때 내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미래형 전투 체계 시험부대의 병사들은 무인항공기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 육군이 저공정찰에 사용하는 무인항공기인 레이븐과 달리 이 클래스 1 블록 0는 헬리콥터 형태의 무인항공기다. 3~60m의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도시의 좁은 골목길 사이로 날면서 창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무인항공기는 일반적인 전투 장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무인항공기의 운용은 보통 중대나 대대에서 이루어진다. 즉 135~650명 정도의 병사를 가진 부대라야 무인항공기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형 전투 체계에서는 소대 (40명), 심지어는 분대(10명)에서도 운용 가능한 무인항공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무인항공기의 이용 범위 역시 대폭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로봇 전문 제조업체 아이로봇은 현재 팩 봇(PackBot)을 만들어 외국의 전쟁터로 보내고 있다. 팩 봇 은 사제폭발물 발견과 함께 폭동진압에도 활용된다. 또한 연발사격이 가능한 장거리 산탄총이 장착돼 있으며, 조이스틱 형태의 무선조종기로 움직인다.

포트 블리스의 육군 훈련장 내 어도비빌리지에서 병사들을 이끌었던 소형무인지상차량도 아이로봇의 작품이다. 소형무인 지상차량은 병사 혼자서도 편안하게 운반 할 수 있다. 그리고 X박스 컨트롤러의 디자인을 모방한 조종기는 젊은 병사들이 직관 적으로 조작하기 쉽다. 한 병사가 블라호스의 손에 소형무인지 상차량의 조종기를 쥐어 주었다. 블라호스 는 헬멧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소형 무인지상차량의 운전을 시작했다. 처음에 는 조종이 서툴러 벽을 들이받았다.

하지만 몇 분 동안 연습하고 나니 블라호스도 소형 무인지상차량을 조종해 건물 안으로 투입, 적정을 살필 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었지만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무선조종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 기술로 게릴라들과 싸우다니 약간 시 시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블라호스는 소형무인지상차량의 조종 놀이에 몰두하지는 않았다.

헬멧을 벗고 나서 블라호스는 만약 게릴라가 소형무인지상차량에 사격을 가할 경 우 어떻게 방어하느냐고 질문했다. 근처에 있던 에드 하우스 중령이 이렇게 대답했다. “막을 방법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소형 무인지상차량이 사격을 당하면 그와 동시 에 적군의 위치도 노출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소형무인지상차량의 임무는 달성된 것 입니다. 사람이 총에 맞는 것보다는 소형무인지상차량이 총에 맞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한 병사가 험비를 몰고 와서 어도비 빌리 지 한복판에 세웠다.

험비 안에는 컴퓨터와 통신장비 한 세트가 있었다. 이 세트는 소 형무인지상차량, 무인항공기, 그리고 전장의 여러 지상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스크린에 나타내고, 더 넓은 범위의 네트워크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만약 셰일에게 이 같은 컴퓨터와 통신 장비가 있었다면 요새 앞에 게릴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아군에게도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미래형 전투 체계의 네트워크는 대역폭 이 충분치 않아 많은 스트리밍 비디오를 다 룰 수 없다.

하지만 촬영한 사진을 전송할 수는 있다. 이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제자리 비행을 하는 무인항공기의 조종사는 은신처로 들어가는 게릴라들의 사진 을 촬영한 후 그 은신처를 공격할 병사들에 게 알릴 수 있다. 또한 화생방 무기의 위협 이 지상센서에 탐지되면 네트워크에 연결된 병사 전원에게 경보를 울릴 수도 있다. 미 육군의 전력 현대화 구호 중에는 전 장병의 센서화라고 하는 것이 있다. 병사들이 길 위에 있는 폭탄을 발견하면 그 좌표를 네트워크에 올릴 수 있다.

또한 병사들의 위치, 움직임, 서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전송된다. 물론 병사들이 가진 무기의 사격발수도 자동으로 기록된다. 수백 명의 병사들이 보내온 이 같은 정보들이 모이게 되면 지휘관은 순식간에 전장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셰일은 미래형 전투 체계를 통해 4,000 명 규모의 여단 전체가 상황인식 능력이 있는 네트워크로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미래형 전투 체계가 병사들을 살인기계로 변모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미국 군인다운 담력을 갖춘 미래의 전사가 될 것이다.

경량 장비 운용의 전제, 네트워크

이 같은 원대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왜 워싱턴에는 미래형 전투 체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일까. 미국 회계감사원의 2008년 3월 의회 보고서를 쓴 폴 프랜시스는 “말(馬) 앞에 마차를 달수는 없다‘는 비유로 미래형 전투 체계가 직면한 문제를 설명했다. 네트워크야말로 미래형 전투 체계의 핵심이며, 핵심 네트워크 기술이 충족되지 않는 한 미 육군은 네트워크를 사용해 여러 장비들을 연결할 수 없다. 네트워크 기술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미래형 전투 체계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은 폐기되거나 재검토돼야 한다. 네트워크, 더 나아가 미래형 전투 체계의 운명은 합동전술무전기 프로그램의 성패에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997년 시작된 합동전술무전기 프로그램은 수많은 계획 지연과 예산 초과에 부딪쳤고, 일부 구성요소들은 거의 취소 일보직전까지 갔다. 2005년에는 이 프로그램이 미 육군에서 국방부로 넘어왔다. 분명 이 프로그램이 직면한 기술적 문제들은 심각하다. 무전기만으로 현장에서 임시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민간사회에서도 전례를 찾기 드문 것이다. 또한 합동전술무전기는 기존의 모든 군용 무전기들과도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합동전술무전기 작동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도 너무 복잡하다. 또한 기지국 없이 신호를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휴대폰에 비해 10~20배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안테나 역시 더 큰 것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합동전술무전기는 중장비를 휴대한 병사, 또는 비좁은 군용 차량이나 로봇 이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벼워야 한다. 단가도 저렴해서 많은 병력에게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합동전술무전기 프로그램이 국방부로 이관된 이후 마감시한이 정해졌지만 합동 전술무전기는 이제야 겨우 제한적인 현장 시험에 통과했다고 보잉의 합동전술무전기 프로그램 관리자 랠프 모슬레너는 말한다.

보잉은 현재 합동전술무전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언제가 돼야 이 무전기들 이 능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미래형 전투 체계의 각종 전투차량 역시 핵심기술, 즉 경량 장갑과 미사일 탐지장치 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무장 여단은 전쟁에 이길 확실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경무장 여단은 전개가 신속하지만 전투력이 약하다. 미 육군은 오랫동안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형 전투 체계에서 사용할 전투차량들이라면 96시간 이내에 지구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경무장 여단에 중무장 여 단 수준의 전투력을 부여할 수 있다. 미래 형 전투 체계에서 구상하는 전투차량들은 비슷한 전투력의 기존 전투차량에 비해 무게가 반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블라호스는 미래형 전투 체계의 전투차량 중 하나인 차세대 자주포(NLOS-C)를 살펴보았다. 내부는 민간용 미니밴과 비슷해 보이기까지 했다. 조종석 해치 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계기판에는 에어컨과 상향등 조절장치, 그리고 화기관제장치가 있었다. 발밑에 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있었다.

블라호스 자신이라도 곧바로 시동을 걸고 달려 나가 가까운 월마트를 쑥대밭으로 만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차세대 자주포는 현재 미 육군 기갑사단이 보유한 M-109 팔라딘 자주포의 후 속 장비로 미래형 전투 체계에 들어가는 8 가지 전투차량 가운데 하나다. 이 전투차량 은 미 육군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투차량이며, 치고 빠지는데 능한 게릴라들과의 전투를 상정해 만들어졌다.

이라크 전쟁 참전용사이자 차세대 자주포 프로젝트의 관리자인 로버트 맥베이 대령은 차세대 자주포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게릴라들은 127mm 로켓포를 쏘고 2~3분 내로 도망쳐버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팔라딘 자주포는 발사 준비에 조차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자동 화 시스템을 갖춘 차세대 자주포는 좌표를 받은지 30초 내에 초탄을 쏠 수 있다. 또한 팔라딘 자주포에는 5명의 병사가 탑승해야 하지만 차세대 자주포는 2명이면 된다.

45kg 무게의 포탄을 사람 힘으로 약실에 장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자주포는 1분에 6발의 포탄을 발사 할 수 있는데, 이는 팔라딘 자주포보다 3배나 빠른 것이다. 각 포탄의 탄도 역시 매번 바꿔서 여러 곳을 거의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이는 초탄이 명중한 후 적이 근처에 숨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차세대 자주포에도 단점은 있다. 전투차량으로서 무게가 가볍다는 것은 그만큼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미래형 전투 체계의 설계사들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 해 적은 무게로도 높은 방어력을 내는 첨단 장갑소재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장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두 번째 핵심기술은 전투차량으로 날아오는 적군의 미사일을 사전 탐지하는 미사일 탐지 장치.

특히 가장 중요한 미래형 전투 체계의 네트워크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원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네트워크만 완성되면 경무장 전투차량으로도 충분히 적군의 위치를 미리 알고 먼저 공격할 수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의 2008년 3월 의회 보고서를 쓴 프랜시스는 이렇게 말한다. “전투차량의 설계와 기타 모든 부분은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에 달려 있습니다. 전투차량의 설계를 더 진척시키기 전 에 일단 네트워크의 서비스 품질을 따져보 는 것이 더 좋은 해결책일 것입니다.”

인명피해 최소화하는 정보와 정밀성
그날의 일과가 끝나갈 무렵 블라호스는 모래색 컨테이너 옆에서 텍사스의 뜨거운 태양빛을 받고 있었다. 상자 모양의 모래 색 컨테이너는 GPS 유도미사일로 골목에 숨은 적군도 맞출 수 있는 무인미사일발사기 (NLOS-LS)였다. 무인미사일발사기는 적정한 지점에 은닉시켜 놓은 후 필요할 때 원격조종하면 장착된 GPS 유도미사일이 발사된다. 컨테이너 옆에서는 두 병사가 임무지시 내용을 복창한 후 스크린에 뜬 실행 버튼을 클릭했다. 블라호스는 컨테이너에서 GPS 유도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발사돼 목표를 향해 날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컨테이너에서 나온 것은 독립기념일의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는 작은 로켓일 뿐이었다.

그 로켓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날아갔으며, 어딘가에 맞고 터지지도 않았다. 미래형 전투 체계 시험부대장을 역임했 던 셰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런 후 블라호스에게 군인으로서 갖는 평화에 대한 열망과 미래형 전투 체계에 거는 기대를 피력했다. 즉 정보를 많이 획득하면 불필요한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30~40년 간 미 육군은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전쟁에서는 표적 정보를 정확히 획득해야 합니다. 무고한 민간인을 죽여서는 안되니까요. 저는 죽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까지 죽이기 싫습니다. 이 무인미사일발사기를 사 용하면 원하는 곳 어디라도 GPS 유도미사 일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습니다.” 블라호스 옆에 서 있던 다른 기자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이것이 현재 사용하는 무기보다 정밀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밀한 무기라고 하더라도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민간인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 아닙니까?” 셰일은 그 기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가 다시 입을 열기까지 긴 침묵이 흘렀다. “과거에는 그랬지요. 하지만 미래형 전투 체계에서는 더 많은 정보와 더욱 높은 수준의 정밀성을 통해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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