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체온은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어둠속에 갇혀 있더라도 밤과 낮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식물이나 동물의 내부에 일정한 리듬이 존재하고 시계와 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이 되면 깨는 것 또한 생체시계가 우리 몸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밤늦게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는 일찍 자도 아침에 깨기 힘든 사람. 이는 생체시계가 자신의 생활유형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생체시계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데 맞춰져 있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는 것. 일상생활 패턴이 개인의 수면시간과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직장인의 경우 근무시간이 일러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학생의 경우 수업시작 시간이 빨라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학습효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자신의 활동시간과 생체시계가 어 긋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체시계와 일상생활 패턴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수 면위상지연 증후군(DSPS)이라고 한다. 수면위상이란 하루 중 잠을 자는 시기를 말한다. 보통 사람은 밤 11시경에 취침해 다음 날 아침 7시경에 일어난다. 하지만 수면위상이 지연된 사람은 밤 1~2시가 돼야 잠이 들고, 아침에 깨기가 매우 힘들다.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리듬 자체가 깨질 수 있다. 밤 1시경 잠이 들어 아침 9시에 일어났을 때 외형상 수면시간은 8시간이지만 중간에 햇빛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잠의 질이 떨어지고 실제 수면시간도 5.6시간에 불과하다. 밤에 코를 심하게 구는 등 수면의 질이 나쁘면 잠을 많이 자도 졸린다.
다시 말해 숙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고 않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반대로 수면 위상이 너무 빨라지면 저녁부터 졸리고 새벽에 너무 일찍 깨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체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해 있는 교차상 핵에 의해 조절된다. 교차상핵의 내부는 약 1만 개의 신경세포로 가득하다. 이 1만 개의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대략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전기신호를 내보낸다. 즉 1만 개의 신경세포가 우리 몸 전체 세포의 시간을 제어하는 것. 교차상핵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깨우는 환경요인에 반응한다. 대표적인 환경요인이 바로 아침 햇살.
시신경으로부터 들어온 빛의 정보에 기초해 약 24시간의 생체리듬을 꾸준히 만들어낸다. 아침에 눈을 떠 햇빛을 인식하면 생체시계는 이것을 아침 시보(時報)로 받아들인다. 이때부터 몸이 12시간 정도 활동모드를 유지 하고 혈압이나 체내 온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이 생체시계 탓에 낮과 밤의 구분이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햇빛은 생체시계를 재설정한다. 그래서 시간대가 다른 나라에 가면 생체시계가 새롭게 맞춰질 수 있다. 아침 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중, 주말 모두 항상 일정한 시각에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중요하다. 평일 에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가 일요일 아침은 늦게까지 자게 되면 주중의 수고가 물거품이 된다. 생체시계가 느려져 신체가 다시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한층 힘들어진다. 특히 휴일의 낮잠은 더욱 그렇다. 오후 3시가 지나서 낮잠을 자 면 야간 수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월요일뿐 아니라 공휴일 다음날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전날 밤에 빨리 자는 것보다도 전날 아침에 빨리 일어나 생체시계를 재조정해 둬야 한다.
우리의 생체 시계는 눈을 뜨고 아침 햇살을 인식한 시간부터 14~16시간 뒤에 잠이 오도록 프로그램화 돼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잠을 잘 잘 수 있다. 오전에 햇빛을 쬐면 생체시계의 바늘을 빨리 가게 할 수 있다. 그 같은 수정 능력은 강한 햇빛일수록 효과가 크다. 반대로 오후, 특히 저녁때부터 밤까지 쬔 빛은 생체시계의 바늘을 느리게 가게 한다. 따라서 저녁 시간에 컴퓨터 화면이나 텔레비전, 스탠드 조명 등의 빛을 접하게 되면 뇌가 낮으로 착각해 쉽사리 잠을 청하기 어려워진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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