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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로켓 발사로 주목받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M i s s i l e D e f e n s e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첨단무기시스템이다. 탄도미사일이 창(矛)이라면 미사일방어체제는 방패(盾)인 것. 그런 만큼 탄도미사일과 미사일방어체제는 모순(矛盾)관계에 있다. 그런데 이 모순관계는 역전이 가능하다. 핵전력의 균형을 깰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계가 오히려 공세적인 창이 되고 탄도미사일이 수비적인 방패가 되는 모순관계의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위력적인 미사일방어체제도 정치적 논란, 효율성, 그리고 예산문제로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4월 5일 오전 11시 30분. 북한은 은하 2호 로켓을 발사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이 로켓은 인공위성인 광명 성 2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발사된 것이다. 은하 2호는 무게 70톤, 길이 32m의 3단 로켓이다. 북한은 현재 이 로켓이 광명성 2호를 고도 490km의 지구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서방 각국의 정보 분석 은 다르다. 1단 로켓 분리에는 성공했지만 2 단 로켓 분리에서부터 문제가 생겨 2, 3단 로켓 모두 바다에 추락했다는 것. 사실 광명성 2호가 지구궤도 진입에 성공했느냐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정작 관심은 로켓 발사에 쏠려있는 것. 미국이나 구(舊)소련 등 우주개 발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우주개발용 로켓과 핵탄두 운반용 탄도미사일은 사용 되는 기술이 같은, 일종의 이음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실제 구소련이 인류 최초의 유인우주선인 보스토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리기 위 해 사용한 보스토크 로켓은 R-7 세묘르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우주개발용으로 개조 한 것이다. 미국 역시 탄도미사일인 레드스 톤을 개조한 로켓으로 자국 최초의 유인우주선 프리덤 7호를 우주로 쏘아 보냈다.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이란 발사된 후 로켓의 추진력으로 가속돼 대기권 내외를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말한다.

현재 사정거리 1만km 이상인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2,000~4,000km 내외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500km 내외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실전 배 치돼 있다. 물론 사정거리 1,000km 내외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700km 내 외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도 운용되고 있다.

북한의 은하 2호 로켓이 탄도미사일로 사용됐을 경우 3,100km의 사거리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어 수단 없었던 탄도미사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세계 최초의 탄도미사일로 불리는 V-2 로켓을 발사했을 때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최대 비행속도가 시속 5,760km, 목표에 충돌하기 직전의 속도 역시 시속 2,880km에 달하는 이 로켓을 막아낼 수단이 전무했던 것. 1944년 9월부터 발사가 시작된 V-2 로켓은 독일이 전쟁에서 패망하기 직전인 이듬해 3월말까지 무려 3,000발이 넘게 발사 됐다.

주요 타깃은 영국과 벨기에. 그나마 V-2 로켓의 탄두 중량이 980kg 밖에 되지 않았고, 연합국의 생화학무기 보복을 두려워해 생화학탄두를 싣지 않은게 연합국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물론 독일이 V-2 로켓으로도 당시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당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던 미국과 소련은 새로 등장한 이 탄도미사일의 위력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당시로서는 요격할 수단이 없던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장착 한다면 그 어떤 방패로도 막을 수 없는 궁극의 창이 될 것이기 때문. 이로 인해 미국과 소련은 V-2 로켓은 물론 독일의 로켓 기술자들을 자국으로 데려가 더욱 강력한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다.

미국과 소련의 계산은 옳았다. 하지만 전후 냉전구도가 형성되면서 탄도미사일은 강대국에게 새로운 골칫거리를 선사하게 된다. 미국은 소련의, 소련은 미국의 탄도미사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국의 탄도 미사일에 핵탄두가 장착되면서 언제라도 핵 세례를 맞고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독으로 독을 없애는 방어전략

미국, 소련 등 강대국들은 오래전부터 상대국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왔다. ‘독(毒)은 독(毒)으로 없애라’는 말이 있듯이 상대국의 탄도미사일(탄도탄)을 잡는 수단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 역시 미사일이었다.

미사일이란 로켓이나 제트엔진으로 추진되며, 유도장치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유도되는 무기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1953년부터 탄도탄 요격미사일(ABM)인 나이키를 실전 배치했다. 이 후 미국은 스파르탄, 스프린트, 보마크 등 의 탄도탄 요격미사일을 차례차례 실전 배치했다. 소련 역시 1960년대에 걸라슈 요격미사일을 도입해 미국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섰다. 하지만 당시의 미사일 유도기술은 상대국의 탄도미사일을 직격, 확실히 격추할 만한 명중률을 보장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 바로 요격 미사일에도 핵탄두, 그것도 전략핵무기 위력에 맞먹는 2~3메가톤급 핵탄두를 탑재 한다는 것이었다. 핵탄두는 폭발하면 물리적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적의 탄도미사일 근처에서 폭발시킨다면 완파는 못해도 최소한 비행방향은 바꿀 수 있다. 또한 대량의 전자기 펄스도 방출하기 때문에 상대국 탄도미사일의 전자회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상대국의 탄도미사일을 무력화 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나름대로 확실한 대처 방안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핵탄두를 탑재한 상대국의 탄도미사일을 역시 핵탄두를 탑재한 자국의 요격미사일로 폭발시킬 경우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핵탄두를 탑재한 요격미사일로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잡겠다는 이런 막 무가내 식 발상이 수그러든 것은 제1차, 제2 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덕택이었다.

핵무기 개발에 엄청난 국방예산을 쏟아 붓던 미국과 소련은 1960년대 후반이 되자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전략무기제한협정을 통해 탄도미사일의 보유 제한에 합의한 것. 또한 양국은 1972년 탄도탄 요격미사일 조약을 통해 영역 전체를 방어하기 위한 요격미사일 배치를 금지했다. 단지 각국의 수도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 등 2곳에 한해 요격미사일의 배치를 인정했다. 하지만 ‘강한 미국’을 주장한 레이건 대 통령이 취임하면서 1983년 탄도탄 요격미사일 조약에 어긋나는 전략방위구상(SDI)이 발표된다. 소련의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우주에 배치한 레이저포로 격추하겠다는게 골자인 전략방위구상은 당시의 기술로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전략방위구상의 타당성 결여를 인정한 미국은 1993년 이를 파기하고, 해외기지의 미군을 탄도미사일에서 방어하기 위한 전역 미사일방어체제(TMD)와 미 본토를 지키기 위한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추진하게 된다. 구소련, 그리고 그 이후의 러시아는 이 같은 미국의 행보를 양국 간 핵전력의 균형 을 깨는 조치로 간주해 적극 반발한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탄도 탄 요격미사일 조약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전역미사일방어체제와 국가미사일방어체제를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 그리고 동맹국을 동시에 방어하는 미사일방어체제 (MD)로 통합·확대한다.

57% 명중률의 지상기반 요격미사일

2002년 12월 부시 대통령은 2004년까지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작업에 착수하기로 공 식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도록 국방부에 지시한다. 그리고 2004년 7월 미사일방어체제의 첫 기지가 알래스카 내륙의 포트 그릴리에 최초로 건설된다.

미국은 이 미사일방어체제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우방국이 동참하기를 원했는데,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와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미사일방어체제에는 지상·해상·공중· 우주의 요격시스템이 모두 포함되는데, 주력은 지상기반 요격미사일(GBI)이다. 지상 기반 요격미사일의 작동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조기경보 위성과 신호정보 항공기 가 적외선 및 신호정보 탐지를 통해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한다. 이어 미 본토에 있는 북미방공사령부 전투관리센터 로 경보를 보내는 동시에 요격미사일 기지에도 상황을 알린다. 그러면 요격미사일 기지에서는 탐지범위 5,000km인 고주파 X- 대역 레이더로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추적한다.

일반적으로 현대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여러 발의 탄두를 탑재한다. 실제 파괴력을 갖춘 탄두와 적의 주위를 분산시키기 위해 미끼 역할을 하는 가짜 탄두가 섞여 있다 는 것. 하지만 미사일방어체제에서 사용하는 지상기반 요격미사일은 외기권 킬 비클 (EKV)을 탄두로 장착하고 있다.

외기권 킬 비클은 일반 탄도미사일의 탄두와 달리 자체 추진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상기반 요격미사일이 외기권에 도달한 후 목표물 근처에서 분리된다. 그리고는 자력으로 비행, 적외선 탐지장치로 실제 탄두와 가짜 탄두를 구분해 실제 탄두만 파괴한다. 요격 고도가 2,500km인 지상기반 요격 미사일은 현재까지 총 10여 차례의 요격실험을 했으며, 실험에서 나타난 요격 성공률 은 57%에 달한다.

해상·공중·우주의 요격시스템

함정발사 요격미사일은 이지스함을 기반으로 한다. 즉 이지스 구축함이나 순양함에 요격미사일을 장착, 조기경보 위성에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것. 미국은 이를 위해 올해까지 3척의 이지스 순양함과 15척의 이지스 구축함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부여할 예 정이다. 함정발사 요격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250km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적국 인근 해역에서 머물러 있다가 탄도미사일이 발사 된 직후 가속될 때, 아니면 지상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종 방어 때만 사용된다. 공중레이저시스템(ABL)은 레이저 탄도 탄 요격기(YAL-1기)가 레이저포를 통해 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이다. 레이저 탄도탄 요격기의 작동 메커니즘은 이렇다. 우선 레이저 탄도탄 요격기의 적외선 센서에 탄도미사일 발사가 감지되면 즉각 추적 레이더를 목표물에 비춰 탄도미사일의 방향과 속도, 주변 기류 등을 분석해 정확 한 조준점을 산출한다.

그런 후 회전식 포탑에서 3~5초간 레이저포를 발사해 파괴 한다. 이처럼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준작업 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사 후 8~12초 이내, 즉 가속단계의 탄소미사일만 격추할 수 있다. 레이저 탄도탄 요격기 는 지난 2004년 탄도미사일 격추실험에 성공했다. 우주 배치 레이저는 원격 조정되는 위성 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진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목표물에 레이저를 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위성에는 탑재하기 힘들다는 기술적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 한 위성 제작은 물론 레이저 무기 탑재 위성에서 목표물을 파괴하는 실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불투명한 미사일방어체제의 미래 미사일방어체제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 하는 첨단무기 시스템이다. 탄도미사일이 창(矛)이라면 미사일방어체제는 방패(盾)인 것. 그런 만큼 탄도미사일과 미사일방어체제는 모순(矛盾)관계다. 그런데 이 모순관계는 역전이 가능하다. 오히려 미사일방어체제가 공세적인 창이 되고 탄도미사일이 수비적인 방패가 되는 모순관계의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중국이나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미국이 완벽히 방어해낸다면 이들 간 핵전력 균형이 깨지게 된다. 견원지간인 러시아와 중국이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해서만큼은 전략적 공조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도 외형적으로는 위협으로 포장돼 있지만 미사일방어체제에 의해 요격될 경우 오히려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의문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과연 미사일방어체제로 탄도미사일을 완벽하게 방어 할 수 있느냐 여부. 미사일방어체제의 주력인 지상기반 요격미사일의 요격 성공률은 57%에 불과하다. 실전에서는 실험에서 재현할 수 없는 이런저런 외부 효과들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미사일방어체제는 우주와 육해공을 넘나드는 복잡한 네트워크의 집합체인 만큼 사소 한 것 하나만 틀어져도 요격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적국 역시 이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네트워크를 속이기 위한 다양한 기만책을 구사할 것이다. 게다가 미사일방어체제가 방어해야 할 대상이 다름 아닌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요격 성공률 57%는 결코 만족스럽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특히 이 정도의 요격 명중률을 위해 감내해야 할 재정지출이 너무 크다. 지상기반 요격미사일 하나만 하더라도 계획보다 15억 달러가 초과된 307억 달러의 예산이 들어갔다. 1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게 돈 먹는 하마인 미사일방어체제가 달가울 리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탄도미사일과 그에 결합된 핵탄두는 인간이 감당하기에 너무 나도 버거운 무기며, 그 무기가 드리운 공포 의 균형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 라는 점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리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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