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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없는 플랜트산업, R&D로 해결한다

플랜트산업은 건설, 기계설비, 엔지니어링 등이 결합된 복합산업이다.

또한 설계, 시공, 자금조달은 물론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턴키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종합산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국내 플랜트산업은 지난 2003년 이후 외화수주액이 연평균 50% 이상 늘어 지난해에는 500억 달러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외화가득률은 30% 수준을 밑돌고 있다. 각종 플랜트 건설에 투입되는 핵심기자재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기계연구원이 에코-에너(Eco-Ener)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에 대한 투자 타당성 검토에 나선 것도 핵심기자재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플랜트산업은 복합산업이자 일종의 종합산업이다. 이 때문에 플랜트산업은 한 국가의 산업능력을 대표한다.

플랜트산업은 발전소나 정유공장 같이 기계와 장치를 기술적으로 설치 해 원료, 중간재, 또는 최종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당초에는 건설이 주종을 이루었지만 점차 기계설비, 엔지니어링이 접목됐다. 일종의 복합산 업인 셈이다. 플랜트산업은 또한 종합산업의 양상을 띠고 있다.

기자재 구매와 시공은 물론 금융조달 능력, 프로젝트 위험관리 능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플랜트산업은 한 국가의 산업능력을 대표하는 ‘얼굴’로까지 불리고 있다. 현재 플랜트산업은 오일·가스, 신재생 에너지, 환경·담수, 발전, 정유·화학 분야가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시장 규모 역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 세계 플랜트시장 규모는 조만간 1조 달러를 돌파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플랜트산업은 지난해 5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화수주액을 기록했다. 이는 중동 산유국들이 장기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업다각 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관성 높고 경쟁력 확보가 용이한 오일 ·가스, 정유·화학 플랜트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 하지만 국내 플랜트산업의 기상도가 마냥 ‘쾌청’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플랜트산업 세계 순위는 9위지만 시장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미국·중국·프랑스·일본· 스페인 등 5개국이 이 거대한 시장을 76%나 점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한 것이다. 더구나 외화가득률도 30% 이하에 머물러 있다. 속빈 강정인 셈이다.

속빈 강정 같은 국내 플랜트산업

국내 플랜트산업은 지난 2003년 이후 해 외수주액이 매년 50%씩 늘어났다. 지난 2007년 외화수주액은 462억 달러에 달했 는데 이는 반도체의 390억 달러, 자동차의 373억 달러, 그리고 조선의 277억 달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 성장 동력 산업이 거둔 실적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것이다. 하지만 실속은 외형만큼 화려하지 않다.

바로 외화가득률이 낮은 것. 현재 국내 플랜트산업의 외화가득률은 30%를 밑돌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의 70%와 조선의 68%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반도체 역시 외화가득률이 50%나 된다. 외화가득률이 높으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국내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지만 외화가득률이 떨어지면 손에 남는게 별로 없다.

이처럼 국내 플랜트산업이 속빈 강정이 된 것은 핵심기자재를 거의 대부분 외국산 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화가득률이 낮아도 5억~1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수주액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외국산 기자재를 선호하는 해외 발주자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것. 실제 9억 달러 규모의 오일·가스 플랜트를 수주했던 국내 A사의 경우 설계 부문은 98.8%, 핵심기자재 부분은 63%를 해외에 의존해야 했다. 5억9,000만 달러 규모의 오일·가스 플랜트를 수주한 B사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추장비, 펌프, 압축기 등 핵심기자재의 70%를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외화가득률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 건설, 기계설비, 엔지니어링이 제각각 성장해온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건설 부문 역시 현지 인력조 달 등의 문제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국내 플랜트산업은 속빈 강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기자재의 외국산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핵심기자재 해외 의존 탈피해야

국내 플랜트 기업들이 국산 기자재를 쓰지 않는 이유는 국제적인 수준의 품질을 확보 한 핵심기자재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 발주자를 설득할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203개 플랜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복수응답) 결과에 따르면 전 체의 63.1%가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해외 발주자의 신뢰성 미확보를 꼽았다. 이어 기자재 관련 설계 및 원천기술 미확보(48.3%), 기자재 업체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44.8%)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국산 기자재 미사용을 플랜트 기업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세계시장에서 선진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마당에 단순히 애국심만 내세울 수는 없다는 것. 방법이 없을까. 있다. 바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국제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신뢰성 있는 핵심기자재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한국기계연구원과의 기획연구를 통해 에코-에너(Eco-Ener)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에 대한 투자 타당성 검토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사업의 골자는 오는 2019년까지 정부 3,000억 원, 민간 500억 원 등 모두 3,500 억원을 투입해 플랜트 기자재 자급률을 80%로 끌어올린다는 것.

이를 통해 국내 플랜트산업의 해외수주액을 1,500억 달러 수준으로 높여 세계 시장점유율 15%, 외화 가득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3가지 형태의 플랜트 연구개발

지난해 세계경제는 고유가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중동 산유국들은 물론 고유가 행진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한 세계적 석유 업체들도 올해부터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유전개발과 함께 각종 플랜트 건설에 나서고 있는 것.

지식경제부는 에코-에너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기획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올 들어 지난 3월 기본적인 밑그림을 마련했다.

미래 유망 원천기술 확보, 핵심기자재 개발, 그리고 플랜트 기반 구축 등이 그 것. 조금 풀어 얘기하자면 오는 2019년까지 3단계에 걸쳐 6개의 미래 유망 원천기술 을 개발해 상용화를 이뤄내고, 10개의 단기 과제와 6개의 장기과제를 통해 핵심기자재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핵심 기자재에 대한 성능인증을 담당할 성능인 증센터를 설립,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인증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6개의 미래 유망 원천기술은 ▲정(正)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플랜트 ▲고밀도 이산화탄소 액화 플랜트 ▲한계 가스전 개발 ▲ 대용량 수소액화 플랜트 ▲복합 발전 플랜트 ▲조류발전 플랜트 등이다. 한계 가스전 이란 여러 가지 여건상 경제성이 낮아 그동안 개발하지 못했던 가스전을 말하며, 복합 발전 플랜트는 폐기 합성가스를 플라즈마로 연소해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분야의 경우 시장성은 크지만 세계적으로도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상용화 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단기과제는 핵심기자재를 국산화함으로써 국내 플랜트산업의 외화가득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현재 플랜트용 펌프·압축기·밸브·열교환기 등 10개 품목이 후보군으로 올라와 있다. 또한 장기과제로 가스 플랜트용 극저온 터보펌프를 비롯해 대용량 이산화탄소 압축기, 대용량 수소압축기 등 6종의 핵심기자재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플랜트 기반 구축은 국내 기술로 핵심기 자재를 개발해도 플랜트 기업에서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5억~10억 달러를 넘어서는 대규모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핵심기자재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수익이 다소 하락 하더라도 신뢰성이 확보된 고가의 기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국제 규격에 맞춘 신뢰성 테스트와 성능 인증이 가능한 성능인증센터를 설립, 국내에서 개발된 핵심기자재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기계연구원, 플랜트 R&D에 집중

한국기계연구원은 기존에 개발해왔던 플랜트 관련 요소기술을 토대로 정삼투 압방식 의 담수화 플랜트, 650마력 수준의 LNG용 펌프를 비롯한 각종 LNG용 펌프 개발, 그리고 플랜트 기자재 성능인증센터 설립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담수화 플랜트 분야에서는 이미 국내의 두산중공업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에너지 소모가 큰 증발식이나 역(逆)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정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모는 줄이면서도 생산되는 담수의 량은 크게 늘릴 수 있다. 실제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기술은 1 톤의 담수 생산에 3~4kW/h의 전력이 필요하고, 투입되는 바닷물의 30~40%만 담수로 바꿔준다.

하지만 정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기술은 전력 소모를 0.5~1kW/h로 낮추고, 투입되는 바닷물을 최대 70%까지 담수로 바꿔주는 것이 가능하다. 기계연구원은 오는 2015년까지 이 기술 을 개발할 계획인데, 현재 특수분리막과 이 특수분리막을 통해 바닷물 속의 수분, 즉 담수를 빨아들이는 유기용액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LNG용 펌프는 LNG 선박이나 각종 가스 플랜트에서 영하 163℃의 극저온 액체 상태인 LNG를 이동시켜 주는 펌프다. 펌프 기술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극저온 액체를 퍼 올리는 650마력 수준의 펌프를 개발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4개의 LNG 탱크를 장착하고 있는 LNG 선박은 크기가 서로 다른 약 16대의 LNG 펌프를 장착하고 있으며, 단일 업체의 펌프를 공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각종 가스 플랜트에서는 이보다 많은 수의 펌프가 장착된다. 기계연구원은 2015년까지 650마력, 300마력, 30마력 등 각종 LNG 펌프를 개발할 계획이다.

성능인증센터는 플랜트 관련 연구개발 계획에 맞춰 2012년부터 개발단계의 기술을 평가하고, 2015년부터는 정식 인증시험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플랜트와 관련한 국제 규격의 인증 기술 대부분이 2000년 이후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역량을 집중하면 국제 수준의 인증이 가능할 전망이다.

에코-에너 플랜트 기획위원장인 기계연구원의 최병익 책임연구원은 “유가 상승 이 후 에너지, 환경 부문에 대한 관심이 고조 되고 있다”면서 “특히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R&D를 통한 플랜트산업의 경쟁력 확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사업에 예정된 예산은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앞으로 보다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실증시설 구축 등에는 추가적인 예산 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인터뷰] 이재홍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 과장

“미래 유망 플랜트 원천기술과 핵심기자재 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R&D)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플랜트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에코-에너(Eco-Ener)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재홍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 과장은 “국내 플랜트산업의 외화가득률이 낮은 것은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못한데다 핵심기자재도 외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과장은 “에코-에너 플랜트란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 플랜트를 말한다”며 “이는 플랜트산업을 통해 국가의 녹색성장 및 글로벌 경쟁력을 이끌어 내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2019년까지 3,5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500억 원 이상 규모의 연구개발 계획이 모두 거쳐야 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세부 사업내용은 오는 6월 말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가 확정되면 201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될 것”이라며 “산업계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연구개발과 상용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에코-에너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은 모두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는 오는 2012년까지 오일·가스 플랜트에 투입되는 정밀 대형 펌프와 압축기 등 당장 시급한 7종의 핵심기자재를 개발 및 상용화하게 된다. 또한 2015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는 단기과제로 3종의 핵심기자재를 개발하고, 2019년까지 진행되는 3단계는 국내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담수화 플랜트, 이산화탄소 액화 및 대용량 수소액화 플랜트 기술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 과장은 “이번 사업은 국내 플랜트산업에 독립된 산업 분류 개념을 적용, 처음으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플랜트산업은 독립적 산업분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터뷰] 이상천 한국기계연구원장

“기계 분야의 연구개발이 곧 플랜트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플랜트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이상천 한국기계연구원장은 플랜트 요소기술 개발을 올해 추진할 3대 중점 연구과제 중 하나로 꼽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내 플랜트산업은 최근 들어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실속은 없는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플랜트산업의 취약성은 국내 기계 산업의 현주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플랜트 건설에 투입되는 핵심기자재가 대부분 기계 분야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계 산업의 경쟁력이 곧 플랜트산업의 경쟁력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원장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기계 산업 비중은 전체 산업의 40% 이상인 반면 우리나라의 기계 산업 비중은 28% 수준에 불과하다”며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기계 분야 연구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줄곧 플랜트 요소기술 개발과 초정밀 핵심부품 국산화에 맞춰 연구개발체제 구축을 추진해 왔다. 이 가운데 플랜트 요소기술 개발이 지식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코-에너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과 맞물리며 상당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이 원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코-에너 플랜트 경쟁력 확보사업의 핵심은 종합적인 지원체계 구축이지만 결국은 연구개발이 중심축이 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개별과제로 개발해온 플랜트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기업에서 곧장 활용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계연구원은 이미 수년전부터 증발 방식의 담수화 플랜트를 비롯해 수소액화시스템, 원자력 플랜트용 고온고압 펌프, 대용량 에너지 회수 메커니즘 등 플랜트 관련 요소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 같은 플랜트 관련 요소기술 개발이 제 역할을 할 때가 온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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