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 스타일은 권위와 보수를 상징하는 볼드 디자인에서 물 흐르듯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보다 강력해진 엔진을 장착했으며, 동력전달 메커니즘도 바꾸었다. 엔진은 앞에 두고 뒷바퀴를 구동하는 FR 방식을 채용한 것. 게다가 현대적인 프레스티지 세단으로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풍부한 안전장비도 갖추고 있다.
요즘의 고급차라면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한 기능과 안전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인정받는 시대다. 이 때문에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프레스티지 세단 에쿠스를 만든 현대자동차 엔지니어들의 고민과 노력은 컷을 것이다.
크기와 디자인, 힘과 안전성, 거주성과 편의성, 그리 고 각종 소재와 가격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최고이어야 하고 유럽과 일본의 막강 수입차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필연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신형 에쿠스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래서 더 기대가 크다.
우아하면서 세련된 스타일
구형 에쿠스는 조금 과장되면서도 권위와 보수적인 성 향이 짙게 배어 나왔다. 하지만 새로 나온 에쿠스는 벤츠나 렉서스 등 경쟁자들처럼 디자인이 물 흐르듯 우아 하면서도 세련됐다. 앞뒤 램프의 디테일이나 기술적 요소에서도 이 같은 진보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자동차업계에서는 렉서스의 디자인이 벤츠를 많이 모방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신형 에쿠스도 렉서스를 비롯한 고급차 메이커들의 디자인 요소들을 벤치마킹한 경향이 다분하다. 그나마 뒷바퀴의 펜더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디자인은 그랜저(TG)부터 이어온 현대자동차만의 독자적 테마라고 할 수 있겠다.
디테일 디자인은 제법 세련되게 꾸몄지만 뒷부분의 덩어리감이 좀 부담스럽고, 균형미를 흐트러뜨리는 감 도 있다. 이는 고급 대형차만이 지닌 육중함과 우월감의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말이다. 주인(?)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하는 예의바른 모습이 마음에 든다. 우선 스마트키를 가진 사람이 자동차에 가까이 다가가면 사이드미러 아래쪽의 화이트 LED가 켜지며 자동차 주변의 바닥을 밝힌다.
스마트키는 굳이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아도 자동차와 통신을 주고받고, 주인이 문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대면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해제한다. 또한 문을 열면 도어 아래쪽에 달린 또 다른 LED가 도어 문턱 주변을 비추고, 이어 자동차 내부의 발판에 도 어느새 은은한 라이트를 비춘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휴대폰 벨소리 같은 전자음이 나지막하게 들려오며 시동이 걸린다.
주인의 행동을 감지해 빛과 소리로 반갑게 맞아주는 동작들이 기특할 정도다. 이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의 실내에 즐겨 적용하던 기법으로 현대자동차는 이 를 차량 외부에서부터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신형 에쿠스의 모젠 기능은 독보적이다. 모젠 기능을 활용하면 교통사고를 비롯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버튼 하나로 콜 센터에 차량의 위치를 전송, 긴급 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안전장치와 통합된 정보전달 기능
거주성도 예전보다 한결 좋아졌다. 구형 에쿠스의 경우 출시 당시의 패키징 능력이 부족했던데다 시트의 쿠션 도 너무 두꺼워 겉보기와는 달리 실내 공간이 좁은 편이었다. 하지만 신형 에쿠스는 발을 뻗을 수 있는 앞뒤의 레그룸은 물론 탑승자의 어깨높이를 중심으로 한 실내 좌우의 공간인 숄더룸, 그리고 시트에서 천장까지의 헤드룸도 아주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 레그룸은 수입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소형 자동차에서 시작해 중형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실내를 널찍하게 만드는 실력 을 탄탄히 쌓아온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대형 자동차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한 셈이다.
운전자라면 먼저 눈이 가는 계기판. 세련된 조명, 그리고 다양한 안전장치와 통합된 정보전달 기능은 주행 중에 빛을 발한다. 각종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들을 한 곳에서 제어할 수 있는 조그다이얼과 그 주변에 모아 놓은 운전자통합정보시스템(DIS)의 인터페이스는 BMW의 i드라이브나 아우디의 MMS, 벤츠의 커맨드 시스템에 뒤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조작 편의성을 자랑 한다.
한글화된 메뉴에 더해 독보적인 모젠 기능은 적어도 국내에서 수입차들보다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다. 모젠 기능을 활용하면 교통사고를 비롯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버튼 하나로 콜 센터에 차량의 위치를 전송, 긴급 출동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DMB로 수신 받아 교통정체를 피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 시간교통정보(TPEG) 서비스도 제공된다.
두 가지 버전의 파워 유닛
파워 유닛은 람다 엔진(VS380)과 타우 엔진(VS460)의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타우 엔진은 미국 워즈오토월드 사로부터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될 만큼 성능을 인정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를 선택할 경우에는 1억520만원이 라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대신 판매의 주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람다 엔진은 6,370만~9,940만원까지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람다 엔진은 최고 출력 290마력/6,200 rpm, 최대 토크는 36.5kg.m/4,500rpm에 이르는데, 기존 엔진보다 실린더 헤드를 개선해 배기온도를 낮추면서 고속에서 연비를 좀 더 향상시킨 것이 장점이다. 람다 엔진의 파워는 자동차의 크기나 무게를 고려했을 때 적당한 수준이다. 저(低)회전 영역에서 의 토크도 괜찮다. 다만 가속페달을 세게 밟았을 때 3,000~4,000rpm 구간을 지나는 동안 엔진의 회전 밸런스가 매끄럽지 않게 느껴진다. 부분적으로 약간 거친 구석이 있다.
그보다는 2,000rpm 전후와 4,500~5,500rpm 구간에서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타우 엔진 버전에는 ZF의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가는데, 람다 엔진 버전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D모드로 운행할 때는 변속 동작이 매끄럽고 충격도 없다. 하지만 수동모드로 바꿔 운전하면서 기어를 올렸을 때의 반응은 기어를 내렸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느리고, 연결동작도 덜 매끄럽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9.3km로 표시돼 있지만, 이틀 동안 달린 뒤 측정한 평균 연비는 동급 자동차들과 비슷한 6.5~6.7km/ℓ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 프레스티지 세단에서 요구되는 엔진이나 핸들링 퍼포먼스의 호불호는 국가나 지역적 특정, 메이커의 기술력, 그리고 개발자의 의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곤 한다. 출발 이후 가속 구간과 코너링은 물론 고속 구간에 이르기까지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것 이 전통적인 트렌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운전자와 자 동차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 넉넉한 힘을 컨트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신 차종 가운데 일부의 경우 상황에 따라 운전자 가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자동차가 엔진 토크와 브레이크까지 제어하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는 것이 실례다. 에쿠스도 이 같은 개념에 많이 접근해 있어 하이테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가능성이 있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언제나 그렇듯 조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변수다. 차라리 스포츠카라면 모를까. 프레스티지 세단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쓴 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고, 그냥 버려서도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최근 많은 고급차들이 값비싼 에어 서스펜션을 선택 하는 이유도 적절한 수준에서 승차감과 핸들링 사이의 교집합을 찾기 위함이다. 굳이 한쪽의 우위를 꼽으라면 승차감이라고 하겠다.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 보면 뒷 좌석 VIP를 고려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우선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센터 포인트 필링이 예상보다 좋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형 에쿠스와 비교하면 핸들링 성능 또한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틀림없다.
예전과 다른 에쿠스의 거동
신형 에쿠스의 거동은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전륜구동에서 후륜구동으로의 전환도 그렇지만 서스펜션의 움직임에서 10년 이상의 세대차이를 느끼게 한다.
연속된 급커브나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급격한 움직임에서 하체는 기울기의 중심축이 바닥에 있는 롤이 아니라 마치 머리 위쪽에 두고 스윙 동 작을 하는 것 같다. 그러는 동안 계기판에서는 차량통 합제어시스템(VSM) 램프가 계속 깜빡이며 자동차의 자세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능동적으로 자동차를 제어해 탑승자를 지키려는 기술이 많고, 이를 다시 통합하는 것이 추세다.
신형 에쿠스 역시 안전에 관련된 많은 기능을 차량 통합제어시스템(VSM) 형태로 통합제어를 시도했다. 여기에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 차간거리를 자 동으로 제어해주는 SCC, 위험상황이 감지되면 미리 안전벨트를 당겨주는 PSB, 차선이탈경보장치(LDWS), 그리고 전자식주차제동장치를 포함한 여러 가지 기능 을 묶은 EPB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점에서 그저 유명세만 대한민국 대표가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진 보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신형 에쿠스는 분명 디자인과 성능, 기술력 등 프레스티지 세단에서 요구되는 필요충분조건을 세계적 흐름에 맞춰가고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역량으로 봤을 때 국내 대형차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외관 디자인에서 현대자동차만의 독특한 맛을 조금 더 키웠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 지금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진정한 프레스티지 세단의 명성을 얻고자 한다면 말이다.
차량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다양한 안전장치들과 이들을 통합한 차량통합제어 시스템을 보면 신형 에쿠스의 기술적 진보가 확연히 드러난다.
세계 최초로 차선 컬러까지 감지하는 차선이탈경보장치
자동차 회사들은 세계 최초로 내놓을 아이템을 좋아한다. 현대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신형 에쿠스에는 많은 안전장비가 있는데, 그 가운데 차선이탈경보장치(LDWS)는 세계 최초로 컬러 인식 기능을 적용, 중앙선과 일반 차선을 구분할 만큼 똑똑하다. 차선이탈경보장치의 원리는 이렇다.
룸미러에 내장된 카메라가 도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며 전방 차선을 인식한다. 만약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졸음운전 등에 의해 자동차가 원래의 주행 차선을 서서히 이탈하는 것이 감지되면 에쿠스의 메인 컴퓨터는 운전자에게 여러 방법으로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가령 주행 중 일반적인 흰색 차선을 이탈할 경우 메인 컴퓨터에서 일종의 제어신호를 보낸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점등되고, 1초 단위로 경고음이 울리며, 3초 이상 차선을 벗어날 경우 시트벨트를 지속적으로 당겨 운전자의 주의력을 되찾게 하는 것. 또한 노란색 중앙선을 넘어설 때는 경고등, 경고음, 시트벨트 당김 기능 등 3가지가 동시에 구동된다.
이때 시트벨트를 당기는 힘은 졸음운전을 하고 있던 사람이라도 곧바로 정신을 차릴 만큼 아주 강력하며, 자동차가 정상적인 주행차선으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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