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행성이 인류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제2의 지구라고 해도 말이다. 이 점만 보면 태양이 마치 인류의 우주탐사를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너무 태양을 탓할 필요는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마이클 카이저 박사에 따르면 인류는 이미 태양의 뒤편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들여다보았으며, 그곳에는 제2의 지구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카이저 박사는 NASA의 쌍둥이 태양 탐사선 ‘스테레오(STEREO)’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다. NASA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06년 골프카트 크기의 위성 2대를 태양 궤도로 보내 태양 표면의 폭발이 우주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바 있다. 당시 스테레오 탐사선들은 발사된 후 몇 달이 지나 태양 뒷면을 볼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했는데, 숨어 있는 행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카이저 박사에 따르면 만일 태양 뒷면에 아직까지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행성이 숨어 있다면 그것은 엄청나게 작은 행성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직경 160km 이상의 행성은 천체물리학적으로 반드시 다른 행성의 궤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카이저 박사는 “직경 160km 이상의 행성이 태양계 내에 있다면 그 중력으로 인해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의 궤도나 태양계 내를 항행하는 우주선의 궤도가 영향을 받는다”며 “때문에 스테레오 탐사선들이 이 같은 행성을 보지 못한 채 지나쳤더라도 우리는 그 존재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껏 미지의 행성으로 인한 영향이 관측된 적이 없기에 태양 뒤에는 행성이 없다고 단언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물론 단 하나의 예외가 있을 수 있다.
태양 뒤에 위치한 행성에 인류보다 월등히 우월한 과학기술 수준을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경우다. 공상과학(SF) 영화의 스토리 같지만 이 생명체들이 지구의 관측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기계와 행성의 중력이 우주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할 수 있는 장비를 갖고 있다면 인간이 가진 능력으로는 그 존재를 밝혀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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