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동일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처럼 꽃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일도 없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꽃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이 고유한 색깔은 꽃잎에 들어있는 색소 때문이다.
이 색소가 햇빛의 가시광선 중 어떤 파장(색깔)의 빛을 반사하는지에 따라 색깔이 결정되는 것. 이는 나뭇잎의 엽록소가 붉은색과 청색을 흡수하고 녹색과 황록색을 반사, 우리 눈에는 녹색으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꽃의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색소는 엽록소 외에도 잔토필 등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안토시아닌 등 플라보노이드계 색소, 그리고 베탈레인계 색소가 있다. 이중 잔토필 색소는 개나리, 애기 똥 풀 등에 함유돼 있는데, 주로 노란색 꽃을 탄생시킨다. 안토시아닌은 붉은색, 파란색, 자주색 계열의 꽃에 흔하게 들어있는 색소다. 베탈레인계 색소의 경우 오직 패랭이꽃이 속해있는 석죽목(目)에서만 발견되며,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각 식물의 꽃에는 오직 하나의 색소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각 계열의 색소들이 함께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꽃들은 이들의 영향에 의해 각각 흡수 또는 반사하는 가시광선 파장이 조금씩 다르며, 그 양상에 따라 미세하지만 서로 다른 색상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있는 꽃들이 구현하지 못하는 색깔도 있을까. 딱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검은색이다. 이론적으로 꽃이 검은색을 띄려면 모든 가시광선을 흡수하면 되지만 자연계에는 모든 빛 파장을 흡수하는 색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꽃 색깔은 노란색이 약 30%로 가장 많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흰색과 파란색, 붉은색 순으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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