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조금 다른 견해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쓰레기를 연구하고 있는 니콜라스 존슨 박사는 우주쓰레기가 사람에게 맞을 확률은 1조분의 1보다는 훨씬 높다고 판단한다. NASA, 유럽우주기구(ESA) 등 여러 우주기구들이 지구로 떨어진 우주쓰레기에 시민들이 부상당할 확률을 1만분의 1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우주쓰레기에 의한 부상 확률은 우주쓰레기의 크기가 클수록 비례적으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메인 반사경의 지름이 2.5m, 경통의 길이가 13m에 달하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표면을 향해 낙하할 경우 그 잔해에 사람이 다칠 확률은 1,000분의 1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각국의 우주기구들은 이 같은 대형 우주쓰레기는 바다로 떨어지도록 유도하거나 대기권으로 재돌입할 수 없을 만큼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궤도로 옮겨 놓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주쓰레기가 지상의 인간에게 명중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을까. 아니다. 단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
지난 1997년 미국인 로티 윌리엄스가 오클라호마 주 툴사에 위치한 한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가 델타 II 로켓에서 떨어진 DVD만한 철망조각에 어깨를 맞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시의 파편 낙하 속도가 NASA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매우 느린 편에 속했기에 그녀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지구궤도상에는 로켓의 하단과 상단이 분리될 때 생긴 잔해나 망가진 인공위성의 잔해, 우주유영 중이던 우주비행사가 실수로 놓쳐버린 공구 등 다양한 우주쓰레기가 존재한다.
NASA에 의하면 소프트볼보다 큰 우주쓰레기만 1만8,000여개가 지구궤도상에 있으며, 동전보다 큰 것은 30만개나 된다. 동전보다 작은 것까지 포함한 모든 우주쓰레기의 숫자는 수백만 개를 넘는다. 지난 2007년 중국이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을 격추시켰을 때에는 각설탕만한 파편이 무려 15만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들이 모두 지면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설령 떨어진다고 해도 대부분은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발생하는 열로 불타 사라진다. 우주쓰레기의 위험성은 우주공간에 있다. 이들 대다수가 시속 2만9,0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3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과정에서 이 우주쓰레기와 충돌, 조종석 유리창이 깨지는 위험천만한 일을 겪기도 했다. 범인은 직경이 0.004mm에 불과한 페인트 조각이었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우주여행을 떠나지 않는 한 우주쓰레기의 공격을 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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