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 신약은 선진국과 비교해 연구의 격차가 크지 않고, 연구자의 아이디어와 노력에 따라 세계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신약 부문의 미래 유망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제약시장에서 천연물 신약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다. 천연물 신약은 국내 연구가 취약한 화학 합성신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우회로가 될 수 도 있다.
실제 세계적인 진통 및 해열제인 아스피린의 경우 현재는 화학 합성물을 이용해 만들고 있지만 원래는 버드나무 추출물로 제조됐었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품의 50%는 천연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동양권 국가들은 대부분 천연물인 한약재를 이용하는 의학이 발달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권 국가에서 개발된 천연물 신약은 거의 없으며, 생약 등 세계 천연물 신약 시장의 25%는 독일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권병목 박사는 “유럽 등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한 종류의 천연물을 약으로 이용해 왔다”면서 “하지만 동양권에서는 다수의 천연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말한다.
즉 천연물 신약이 시장에서 판매되기 위해서는 제조에서 효능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하지만 복합 천연물을 이용해 온 동양권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것.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된 천연물 신약의 대부분은 신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효능에 대한 과학적 입증과 임상 등을 통한 안전성 확보에 비용이 많이 투자되기 때문이다.
사실 천연물 신약의 경우 개발뿐만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초도 마련돼야 한다. 식물 등을 이용하는 천연물 신약은 원료를 채취하는 지역ㆍ계절ㆍ기후 등에 따라 성분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독일이 천연물 신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식물 채취 단계부터 과학적 품질관리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천연물 신약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식물 등 천연물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천연물 신약 연구자들은 각종 식물에 있는 성분 자료를 토대로 신약 연구를 수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피 성분을 이용한 항암제 연구를 수행 중인 권 박사는 연구 초기 4,000여종에 대한 식물체 성분 비교를 통해 계피의 항암제 성분을 찾아냈다. 현재 국내 제약사와 함께 전 임상 연구를 수행중이지만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는 임상실험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이는 국내 천연물 신약 연구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형 제약사가 설립되거나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