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줄기세포 연구에 길이 남을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10년 내로 시력장애, 당뇨병, 심장이상, 마비 등 거의 모든 질병을 고치기 위한 줄기세포 연구와 임상실험이 실시될 것이다.
실제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사는 올 하반기부터 노화에 따른 시력감퇴를 막기 위해 망막에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메릴랜드 록빌에 있는 뉴럴스템사는 루게릭병 치료에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임상실험을 하기 위해 미 식품의약국(FDA)에 로비를 펼치고 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노보셀사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슐린을 제조하는 세포를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수년 내 이 세포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필요한 허가가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보유한 연구용 배아줄기세포 주의 제작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생명공학자들은 질병의 근원을 세포단위에서 찾는 한편 사람에 적용하기 전에 신약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국가 간 치열한 연구 경쟁을 유발시켜 줄기세포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영국의 생명공학기업인 리뉴런은 배아줄기세포로부터 파생된 신경세포를 뇌졸중 환자의 뇌에 투여하는 임상실험을 6월부터 진행할 계획이다.또한 일본의 교토대학은 자국의 12개 제약회사와 협력,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로 신약의 약효와 독성을 평가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작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해질수록 윤리적인 반대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종교적공동체 생활을 위한 교회 포럼의 데이비드 마시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의 보수파 중에 많은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든 배아를 파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사회 전체 구성원을 감안하면 이들의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굳은 신념을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생명공학자들이 배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집중한다면 이 같은 저항은 다소 수그러들 수도 있다. 로스앤젤리스에 있는 세다스 시나이 심장연구소의 심장학자 에두아르도 마반이 대표적. 그는 올해부터 심장마비를 일으킨 환자의 심장 조직을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는 임상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리고 듀크 대학의 조안 허츠버그 역시 댈러스 헥스텔이 참가한 바 있는 뇌성마비 임상실험을 확장시킬 생각이다. 즉 1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대혈을 이용한 치료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그나마 윤리적 논란을 피해갈 수 있지만 논란을 피하는 것 자체가 발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의 로버트 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많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어떤 줄기세포가 가장 효율적인지 알지 못합니다. 학계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해 연구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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