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잉크는 적당한 점성을 가져야만 부드럽게 글씨가 써진다. 또한 볼펜의 심과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은 구슬이 위치한 부분을 위로 향하도록 한 채 놓아 둬도 잉크가 관의 뒤쪽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잉크의 점도가 높은데다 구슬이 관의 한쪽을 막음으로서 관 전체가 마치 진공상태와 유사한 환경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종 볼펜을 사용하다보면 잉크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씨가 잘 써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연필꽂이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볼펜을 거꾸로 꽂아 놓았을 때다. 이때는 중력에 의해 잉크가 관 뒤쪽으로 미세하게 내려가면서 구슬과의 접촉이 떨어질 수 있다.
즉 구슬이 회전해도 잉크를 제대로 묻히지 못하게 돼 글씨 또한 잘 써지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상시 볼펜을 보관할 때는 가급적 구슬을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온도가 너무 낮은 곳에 볼펜을 보관해도 글씨가 써지지 않을 수 있다.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잉크가 얼면서 점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구슬과 잉크가 정상적으로 접촉해 있더라도 잉크가 구슬에 제대로 묻지 못한다.
결국 볼펜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긴급처방을 하면 된다. 먼저 잉크가 들어있는 관을 따뜻하게 해 점성을 높여주는 한편 관의 뒷부분을 입으로 물고 힘껏 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구슬과 잉크의 접촉이 재개돼 글씨가 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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