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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카 한일전 개막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친환경 하이브리드 카 시대가 열린다. 이달에만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기아자동차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등 최초의 국산 상용 하이브리드 카 2종이 선보인다.

도요타는 연내에 3세대 뉴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의 국내 출시를 예고했고, 혼다 역시 뉴 인사이트의 한국 상륙을 꾀하는 등 국내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선점중인 일본 기업들의 라인업 강화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을 기점으로 국내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 간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국내 시장 규모 40만대

하이브리드 카는 사전적으로 2종의 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현실적으로는 가솔린과 디젤, LPG 등 화석연료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채용한 차량에 한해 하이브리드 카라는 명칭이 부여된다.

이 같은 하이브리드 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존재는 아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래형 자동차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난 1997년 일본 토요타가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카 프리우스, 1999년에는 혼다가 인사이트를 각각 내놓으며 일본과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카 시대를 열었다.

프리우스가 처음 시판됐을 때만해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 카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하이브리드 카 시장은 2008년 기준 72만대 규모로 급성장한 상태다. 올해에는 100만대의 벽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화석연료 수급불안에 따른 고유가 기조가 가시화되며 고연비와 친환경성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카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

일본 데이코 산업연구소는 작년 미래형 자동차 시장전망 자료를 통해 세계 하이브리드 카 시장이 2007년 41만대에서 2015년 400 만대로 연평균 30%대의 고성장을 구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 시장은 같은 기간 40만대의 시장 규모 형성을 예견했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카가 처음 출시된 것은 토요타의 해외 브랜드인 렉서스에 의해서다. 지난 2006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럭셔리 카로 불리는 RX400h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LS600h, LS600hL, GS450h, RX450h 등의 휘발유-전기모터 방식의 하이 브리드 카를 국내에 잇달아 선보였다.

렉서스에 이어 혼다도 2007 년 2월부터 휘발유-전기모터 방식의 1339cc급 시빅 하이브리드 카로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 모델은 국내 출시 이후 지금까지 500여대가 판매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식적인 런칭은 아니었지만 국내의 한 중소 자동차 수입업체에 의해 프리우스, 캠리 하이브리드,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등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 3총사의 구입이 가능했었던 만큼 현재 국내에 렉서스와 혼다 모델로만 약 1,000여대 정도의 하이브 리드 카가 운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시장 놓고 한일 간 경쟁 치열

이처럼 지금까지 국내 하이브리드 카 시장은 토요타와 혼다에 의해 지배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사는 현재 기술력과 양산 능력, 모델 라인업의 우위를 앞세워 전 세계 하이브리드 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에 의한 하이브리드 카 시장 잠식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지금껏 이들의 시장 선점을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카가 전혀 없었던 탓이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지난 2004년 클릭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베르나와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버전을 개발하기는 했다. 하지만 양산 모델이 아니었고, 관공서를 대상으로 2,800여대를 시범 보급했을 뿐 일반인들의 구매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5년여의 시범보급 사업을 통해 착실히 기술력을 다져온 현대자동차가 이달 8일 LPG와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카인 1,600cc급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도 당초 계획을 앞당겨 월말쯤 1,600cc급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출시를 천명했다.

현대자동차는 또 내년에 LPG가 아닌 가솔린-전기모터 방식의 YF소나타 하이브리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대표 자동차 메이커 사이에 자존심을 건 승부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재 공식 런칭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달리 시장을 선점 중인 토요타와 혼다의 분위기는 다소 느긋하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진출이 자신들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들은 현대·기아자동차에 의해 국내 하이브리드 카 시장이 본격 활성화되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한국 하이브리드 카 시장은 고정된 크기의 시장을 나눠먹는 제로섬 단계가 아닌 시장 창출 단계”라며 “당분간 양측은 경쟁에 치중하기보다 시장 확대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상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시장이 커졌을 경우 결코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경에 깔려있다. 특히 양사는 이 자신감을 배가시키기 위해 신무기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토요타는 오는 9월경 프리우스의 3세대 버전인 뉴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국내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혼다 역시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뉴 인사이트의 국내 출시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1,300cc급 2인승 모델인 뉴 인사이트는 지난 4월 하이브리드 카로는 최초로 일본 내 월간 최다 판매 모델에 등극했고 1,800cc급 뉴 프리우스는 이 같은 뉴 인사이트를 제치고 지난 5월 최다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가격과 연비, 패기와 저력의 대결

이에 따라 한국 시장을 놓고 벌이는 하이브리드 카 한일전은 뉴 프리우스가 상륙하는 9월 이후 본격 달아오를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리고 후발주자인 한국의 패기와 일본의 저력이 맞서는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 진영의 대결을 보는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 가격, 연비, 그리고 두 진영의 가장 큰 차이점인 연료의 종류다. 성능과 편의성도 고려대상이 되겠지만 하이브리드 카 자체가 연비, 즉 경제성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 소비자는 이 3가지 조건에 의해 차량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

일단 가격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앞선다. 아반떼 LPi 하이 브리드 출시에 맞춰 지난달 정부가 하이브리드 카에 대해 최대 310 만원의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2,500만 원 정도로 예상됐던 가격이 2,200만 원 선으로 낮아졌다. 반면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현재 3,900만원, 렉서스는 3,500cc급 중형 세단인 GS450h 가 8,140만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SUV인 RX450h는 8,740만원, LS600hL은 1억9,000만원에 달할 만큼 비싸다.

이들이 세제 혜택을 받더라도 아반떼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와의 가격 경쟁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가 세제 혜택 대상 차량의 연비를 휘발유 기준 배기량 1,000~1,600㏄는 20.6㎞/ ℓ, 1,600~2,000㏄는 16.8㎞/ℓ, 2,000㏄ 이상은 14.0㎞/ℓ로 규정하면서 렉서스는 RX450h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태다.



뉴 프리우스와 뉴 인사이트도 현재 일본 현지 가격이 각각 205 만 엔, 189만 엔이다. 관세를 감안할 경우 국내에선 뉴 프리우스가 3,000만 원대 중후반, 뉴 인사이트는 3,000만원 전후의 가격대가 형성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연비는 일본이 미세하나마 우세를 보이고 있다. 먼저 아반떼 및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리터당 17.8㎞다. 배기량 면에서 경쟁 차종으로 보기 힘든 렉서스의 모델들을 논외로 하더 라도 시빅 하이브리드는 연비가 리터당 23.2km/ℓ다.

뉴 인사이트와 뉴 프리우스의 연비는 30km/ℓ, 38km/ℓ에 이른다. 물론 이 두 모델의 연비는 일본의 연비평가 기준에 의한 것이 며, 국내 기준이 일본보다 좀 더 엄격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기준을 적용해도 뉴 인사이트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박빙, 뉴 프리우스는 시빅 하이브리드보다 3~4km/ℓ 수준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우 2,400cc급 중형차임에도 연비가 15㎞/ℓ에 이른다.

LPG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카의 장점

이 두 가지 부분의 수치를 보면 현대·기아자동차의 우세가 점쳐진다. 가격 차이는 크지만 연비 차이는 생각만큼 크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1,800cc의 뉴 프리우스를 제외한 시빅 하이브리드와 뉴 인사이트는 배기량이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보다 300cc가량 낮다.

하지만 토요타는 프리우스 한 모델만으로 이미 누적 판매대수 100만대를 넘어섰다. 혼다도 지금까지 인사이트, 시빅 하이브리드, 어코드 하이브리드 등을 30만대 이상 판매했다. 다양한 장소,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연비 개선 효과, 주행성능, 안전성, 신뢰성 등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검증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뉴 프리우스와 뉴 인사이트는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능을 안정화, 고도화시킨 모델이다. 이는 이제야 데뷔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강점임에 틀림없다. 이 부분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마지막 관전 포인트인 사용 연료다.

토요타와 혼다의 하이브리드 카는 모두 휘발유를 연 료로 사용하지만 아반떼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LPG를 연료로 사용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의 LPG 가격은 휘발유의 절반에 불과하다. 연비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휘발유 하이브리드 카가 1만원의 연료를 넣고 100km를 갔다면 LPG 하이브리드는 2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 연료비 절감효과에 힘입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휘발유 1ℓ를 주유할 수 있는 1,600원으로 최대 38㎞ 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는 또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최대 출력 114마력의 LPI 엔진과 15㎾급 20마력의 전기모터를 채용, 92 마력 엔진과 20마력 전기모터를 지닌 시빅 하이브리드보다 동력 성능이 우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차량 가격은 물론 연비 향상, 연료비 절감 등을 고려한 비용 대비 효용성에 있어서는 아반떼 및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토요타와 혼다의 휘발유 하이브리드 카보다 탁월한 우월성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카, 과연 경제적일까?

그런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하이브리드 카 자체가 동급의 휘발유자동차나 디젤자동차보다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카는 동급의 일반 휘발유 자동차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평범한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LPG 하이브리드 카가 좋은지, 휘발유 하이브리드차가 좋은지는 이 조건이 충족된 뒤의 고민사항에 불과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차량 가격의 차이는 연비 개선에 따른 연료비 절감으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 일례로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1,600cc급 아반떼 XD보다 500만원이나 더 비싸다.

6월 2주차를 기준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624원, LPG는 ℓ당 754원인 만큼 연간 2만km를 주행했을 때 예상되는 연료비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84만원, 아반떼XD는 213만원이다.

이렇게 매년 129만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대략 차량 구입 후 4년이면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을 뽑을 수 있으며, 그 이상 타게 되면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지금보다 유가가 더 오를 경우에는 경제적 효과도 당연히 더 커진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카에는 이 같은 경제성을 약화시키는 치명적 단점도 존재한다. 아직은 엔진과 전기모터라는 전혀 다른 구동 시스템의 조화가 최적화된 상태가 아니어서 기존 휘발유 자동차나 디젤 자동차보다는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그것이다.

이보다 더 큰 난관은 하이브리드 카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성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양산형과 시제품을 막론하고 현존하는 모든 하이브리드 카의 배터리는 차량보다 수명이 짧다. 그래서 차량이 폐기되기 전에 교체를 해줘야 한다.

문제는 이 교체 비용이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데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 카에는 모두 니켈-수소(Ni-MH) 배터리가 채용돼 있는데, 수명이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 정도다. 자동차 메이커에 따 라 또는 차량 모델에 따라 교체 비용이 약 500~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로 리튬폴리머(LiPB) 배터리를 채용한 현대·기아자동차도 아직 정확한 배터리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도 하이브리드 카를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기술발전을 지켜볼 것인지는 소비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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