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220볼트를 쓰는 전자장비에 수만 볼트의 전압이 일시에 걸리면 전자장비의 회로가 타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 전자기파(EMP) 탄이다. 표적 상공에서 폭발한 EMP 탄은 강력한 전자기파를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적의 방공망, 전산망 등을 마비시키거나 전자장비의 오작동을 유발해 적의 지휘통신체계를 붕괴시킨다.
EMP 탄은 항공 투하용 폭탄 형태로 운용되거나 장거리 유도무기의 탄두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방출된 전자기파는 전기가 흐르는 모든 도체를 통해 침투된다. 그리고 각종 전자장비에 침투한 전자기파는 일시에 고전압을 일으켜 회로를 태워버린다.
현재 미 공군은 무인항공기에서 방출되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를 사용해 적의 전자장비 회로를 태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원리는 EMP 탄과 유사하다. 다만 항공 투하용 폭탄이나 장거리 유도무기 탄두에 탑재하는 형태가 아니라 항공기 안테나에서 빔의 형태로 방출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일반적으로 파장이 1mm에서부터 1m 이하의 전파를 말한다. 파장이 1mm.1cm인 것을 밀리미터파, 1cm~1m인 것을 데시미터파라고 하기도 한다. 성질이 빛과 비슷해 지향성이 강하며, 주파수가 높아 일정한 방향으로만 전파를 보낼 수 있다.
마이크로웨이브가 전자장비에 미치는 영향은 생활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일례로 주변에 TV나 오디오가 있는 상태에서 전자레인지를 가동하면 TV 화면이 일그러지거나 오디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나오는 마이크로웨이브 때문이다.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마이크로웨이브는 전압이 1,500와트에 불과하지만 무기용 마이크로웨이브는 기가 와트 규모의 전압을 발생시킨다.
미 공군은 최근 이 프로젝트에 쓰일 예산 4,000만 달러를 확보했으며,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버트 토레스는 초기 단계의 장비가 지상 및 공중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보잉의 팬텀 레이 같은 무인항공기는 조종사의 생명을 희생시킬 필요 없이 적진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장비를 탑재할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무인항공기는 엔진이 작아 고출력의 마이크로웨이브를 발생시키기는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하면 이 같은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토레스는 2012년까지 실험비행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그의 연구팀은 표적에만 정확히 피해를 입히도록 장비의 성능을 높일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