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발생한 초강력 허리케인 아이크(Ike)가 텍사스 주 해안을 초토화하기 5일 전 미국 허리케인센터는 허리케인의 상륙지점으로 코퍼스크리스티 근교를 지목했다.
이 때문에 그곳에서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갤브스톤의 저지대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이크는 본토 상륙 20시간 전 멕시코 만(灣)에서 우회전, 갤브스톤을 덮쳤다. 이 도시는 엄청난 폭풍에 휘말렸다.
만일 다른 기관, 특히 민간 기상정보 제공회사의 예보가 보도됐다면 어땠을까.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에 위치한 민간 기상정보 제공회사 에어댓(AirDat)은 아이크의 상륙지점을 불과 16km 오차로 맞췄다.
에어댓은 이외에도 여러 허리케인의 경로를 맞추었으며, 허리케인이 최고조에 달하는 이번 달 미국 정부의 기상예보관들은 이 회사에 손을 벌릴지도 모른다.
당초 일기예보는 일기(日氣)에 대한 어민이나 농민의 경험을 속담 형식으로 요약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바로 관천망기법(觀天望氣法)이다. 이들 속담 중에는 황당무계한 것도 간혹 있지만 귀중한 경험에 의해서 전해 내려온 것이 많다.
근대과학의 개막과 함께 기압계·온도계·습도계 등이 발명되면서 기상관측은 정량적인 것이 됐다. 또한 각지에서 관측된 자료의 비교에 의해 일기는 공간적 넓이를 가진 것이며, 폭풍우와 같은 날씨는 이동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이로부터 날씨 이동 추적에 의한 일기예보의 가능성이 싹트게 됐다.
하지만 넓은 지역에 걸친 기상관측 결과를 짧은 시간에 한곳으로 수집한다는 것은 통신의 발달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하루하루의 일기도를 만드는 작업은 19세기 중반이 돼서야 이뤄지게 됐다.
그리고 하루하루의 일기도가 만들어지게 됨에 따라 일기도에 나타난 저기압이나 고기압의 형태를 명백히 하는 종관기상학(縱觀氣象學)이 발전하게 되고, 일기도 분석에 의한 예보의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지난 60년간 미국 해양대기청의 기상학자들은 기상관측기구(氣球)에 의존해 일기예보를 했다. 기상관측기구는 기압, 습도, 온도, 풍속 등을 측정한다. 하지만 기상관측기구는 하루에 2번씩, 그것도 미국 내 70개 장소에 띄워지기 때문에 광대한 지역의 기상정보를 측정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에어댓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정확한 기상정보를 수집, 항공사·에너지회사·해양시추선·풍력발전소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기상정보는 때때로 해양대기청에도 제공된다.
에어댓의 성공 요인은 항공기에 부착하는 대류권 비행 기상정보 보고시스템(TAMDAR)의 센서에 의한 것이다. 지갑 또는 도시락 크기의 센서가 상업용 항공기에 부착돼 비행 도중 대기상태를 측정, 컴퓨터에 전송하는 것. 그러면 컴퓨터는 기상학자에게 1시간 단위로 분석 결과를 알려준다.
에어댓은 현재 알래스카에서 플로리다에 이르기까지 225개 공항에서 매일 뜨고 내리는 160대의 항공기에 이 센서를 달아 기상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상업용 항공기에 부착된 센서는 하루에만 수백만 건의 측정을 실시, 6,000건 이상의 기상 탐측 보고를 해온다. 에어댓의 기상학자들은 이 같은 정밀한 자료를 컴퓨터 기상모델에 입력해 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일기예보를 해낸다. 에어댓은 앞으로 320대의 상업용 항공기에 이 같은 센서를 추가 장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TAMDAR의 자료는 기상이변을 일으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3가지 변수, 즉 기온·습도·풍속의 단기예보 오차를 각각 28%, 50%, 10% 줄여준다고 한다. 에어댓의 기상학자인 닐 제이콥스는 “이는 마치 2분 내에 1.6km를 주파하는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비약적인 정확도 상승”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가을 해양대기청이 TAMDAR 자료를 최첨단 신속업데이트 사이클 예보모델에 입력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기관이 민간회사의 자료를 일기예보에 사용한 최초의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로서 해양대기청의 일기예보 적중률은 30%나 높아졌다.
에어댓의 주요 목적은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지만 실시간으로 난류와 결빙 상태를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알려 비행안전에도 기여한다.
콘티넨탈 항공 3407편이 지난 2월 버팔로 외곽에 추락, 50명이 사망했을 때 미국 교통안전위원회는 TAMDAR 센서가 부착된 항공기에서 얻은 자료를 이용해 결빙이 잘 일어나는 공역(空域)을 알아냈다. 교통안전위원회의 선임 기상학자인 도널드 에익은 이렇게 말한다. “만일 TAMDAR 센서가 없었더라면 어디서 결빙이 일어나는지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에익은 콘티넨탈 항공 3407편의 조종사들이 TAMDAR 센서가 수집한 기상정보를 이용했다면 좋지 않은 기후조건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해양대기청은 에어댓으로부터 자료를 구입할 예산이 있지만 아직 월간 일기예보용으로만 구입하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일기를 관측하는 기관들이 해당기관의 목적에만 맞게 기상자료를 수집하고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 기상관측 표준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들 역시 해양대기청이 연방예산을 획득해 에어댓의 기상자료를 국가 기상관측 표준의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기상청의 기상예보관 데이비드 헬름스는 “그것은 해양대기청과 연방항공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만큼 정확한 일기예보를 위한 기관 간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기상정보를 이용했다면 좋지 않은 기후조건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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