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관념적으로 불분명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핸들링 측면에서는 쿠페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젊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반겨할 만한 요소다. 사진=박기돈
기아자동차 최초의 2도어 쿠페가 등장했다. 포르테 쿱이다. 이미 콘셉트 카를 통해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이 공개되면서 젊은 소비자들을 유혹해 온 모델이다.
멋진 디자인을 가진 콘셉트 카들이 대부분 양산화 과정에서 기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경향이 많았는데, 포르테 쿱은 그런 양상이 덜하다. 2,000만 원 이하 급에서 이처럼 다이내믹하면서도 스포티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자동차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바로 이 자동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아직 경쟁할 만한 상대가 없다. 투스카니는 제네시스 쿠페에게 바통을 넘긴 지 오래고, 해외에서는 혼다의 유럽 수출형 시빅 쿠페 정도가 있을 뿐이다. 니치마켓을 잘 찾아간 것이다.
포르테 쿱의 감성지수는 매우 높은 편이다. 10m 밖에서 봤을 때의 훌륭한 모습에서, 그리고 1m 이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까지도 그렇다. 과연 운전을 하는 동안에도 이 자동차를 타려는 사람들의 욕구와 필자의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시켜줄지 지금부터 꼼꼼히 살펴본다.
요즘 똑똑한 스마트키가 있는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은 키를 주머니나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다. 스마트키를 가진 운전자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자동차와 키는 서로 통신을 하고, 문의 손잡이에 달린 작은 버튼을 누르면 잠금이 해제되며,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은 뒤 스타트 버튼만 누르면 자기들끼리 체크해서 시동을 걸어주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급 자동차에나 달릴만 한 스마트키가 이젠 준중형급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현대의 기술 전이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통신기술을 너무나 빠른 시간 내에 자동차에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키를 적용하면 당연히 가격 상승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경우 폼생폼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즉 사양을 고급화하면서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포르테 쿱의 경우 기본형 모델에 차체자세제어장치 (VDC), 4륜 디스크 브레이크, 16인치 알루미늄 휠, 스포츠 버킷 시트, 리피터 일체형 아웃사이드 미러, 그리고 앞좌석 에어백 등이 아예 포함돼 있다.
고급형부터는 버튼 시동 스마트키와 고급형 계기판, 17인치 알루미늄 휠, 후방주차보조 시스템, 운전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까지 더해져 웬만한 안전 및 편의장비는 모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타 본 최고급 모델인 레드 프리미엄의 경우 판매가격이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장점이 있다. 다만 2도어 쿠페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보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디자인은 어떤가. 포르테 쿱의 디자인은 출시 전부터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만큼 이미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다.
최근 기아자동차의 패밀리 룩이 된 호랑이 입, 슈라이어 라인을 앞세운 프론트 그릴과 헤드램프, 앞쪽은 낮추고 뒤로 갈수록 높아지면서 강한 에지를 가진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분명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이다.
블랙 하이글로시 컬러로 장식한 범퍼와 사이드 미러, 투톤 컬러 하단부의 일체형 디퓨저 스타일, 그리고 트윈 스포크의 블랙 휠에 알루미늄 인서트 타입의 개성 있는 휠 디자인도 마찬가지. 특히 윈도우 프레임이 없는 도어 스타일 덕분에 루프라인 역시 아주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기아자동차는 이 멋진 디자인의 저렴한(?) 쿠페가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가격이나 디자인 자체를 수용할만 한 소비층이 그렇게 넓지는 않다. 그래도 무조건 멋져야 된다는 기아자동차의 명제는 반갑고도 찬성할만 한 일이다.
자동차 안에 들어가 봤다. 레드 프리미엄이라는 그레이드를 설명하기라도 하듯 대시보드 위에 인조가죽으로 붉고 커다란 구역을 치장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런 디자인을 아일랜드 타입이라고 부르는데, 국내에서는 GM대우 쪽에서 자주 써왔던 기법이다.
실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포르테만을 상징하거나 연상시킬만 한 아주 특이한 기능이나 모양은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레이아웃과 소재 및 편의장비의 구성에서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적인 요소들은 제법 많다.
먼지나 때가 덜 타는 색상은 물론 무언가 있어 보이게, 그리고 자동차의 가격에 비해서는 감각적인 수준이 높게 표현돼 있다. 크롬과 다크실버 메탈 그레인을 비롯해 블랙과 레드라는 컬러 매칭을 요소요소에 이용한 것이 대표적.
뒷좌석의 레그룸이나 헤드룸이 그렇게 좁지는 않다. 해외에서의 경쟁 모델인 시빅 쿠페보다도 여유롭다. 앞 좌석 공간도 기대 이상으로 넓다. 물론 여기에도 감성적 인 부분에서는 장단점이 있다.
그동안 세단을 타왔던 사람들은 이처럼 넉넉한 공간에 거부감이 적겠지만 기존의 많은 쿠페는 디자인 속성상 앞 유리가 많이 누워 있고, 앞좌석에 여유도 적었기 때문에 관념적으로 스포티한 분위기가 덜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심하게 말하면 일반 세단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런 감정이 자칫 편견으로 자리잡으면서 이 자동차의 다른 요소를 평가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실제 그런 부분도 없지는 않다. 시동을 걸어 아이들링 상태를 보면 포르테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상당히 조용하다. 스타일링이 주는 강렬함에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치되는 쪽에 있기 때문에 일종의 반감이 생기는 요인이 된다.
기아자동차의 주장에 의하면 포르테 세단보다는 배기음을 초기에는 스포티하고, 고주파시에는 경쾌한 사운드가 나도록 튜닝했다고 하는데, 그 차이가 너무 미미한 나머지 실질적인 체감효과가 적다.
물론 가속력을 비롯해 승차감과 핸들링 부문에서는 기존의 자동차들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엔진 세팅과 무게 등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현재의 포르테 쿱이 동급의 세단이나 해치백보다는 가속력에서 조금은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최고출력 158마력, 최대토크 20.2kg·m이라는 성능을 가진 2.0ℓ 엔진 치고는 가속력이 아주 우수하다고 평하기는 힘들다.
승차감과 핸들링 분야에서도 나름대로 쿠페라는 자존심이 작용해서인지 동급의 다른 세단들보다는 스포티한 편이다. 승차감 측면에서 봤을 때 매끄러운 노면에서의 거동도 상당히 괜찮다.
반면 거친 노면에서의 반응은 안타깝다. 특히 뒤쪽 서스펜션의 반응을 보면 스트로크가 짧은데다가 딱딱하고 구경이 작은 받침대로 지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돌기가 심한 아주 거친 노면을 통과할 때는 보디의 다른 요소들까지 세게 자극을 전달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핸들링 반응은 빠른 편이다. 팩토리 스펙으로 15인치와 16인치가 적용된 모델의 경우 스티어링 기어비가 13.22:1밖에 안 되고, 17인치 역시 13.41:1에 불과하다. 실제 수치적으로 포르테 쿱은 국내 시판 모델 가운데 스티어링 기어비가 가장 작다. 상대적으로 다른 자동차에 비해 스티어링 반응이 빠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르테 쿱에는 모두 MDPS (Motor Drive Power Steering) 타입이 적용된다.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이 파워스티어링 방식은 엔진의 파워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힘과 연비 향상 측면에서 유리한 점은 있다. 이에 비해 유럽 수출형은 유압식이 기본이다. 핸들링 성능과 가격을 더 예민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핸들링 측면에서 봤을 때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이 가볍게 돌아가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스티어링을 움직이기가 무거워진다는 것은 이상적이며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저속에서 너무 가벼워 상대적으로 고속 영역에서와는 이질감이 크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들어가는 힘, 즉 에포트의 증가량에 따른 빌드 업 라인도 지금보다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긴 선회 구간에서 의도된 라인을 따르지 않고 인위적인 동작에 의해 조향각을 수정해야 한다는 부분, 즉 리니어리티 측면에서 부족한 감이 있다.
물론 하나의 자동차에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욕구를 모두 채워 넣을 수는 없다. 포르테 쿱은 독특한 디자인과 적당한 가격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한 자동차다. 쿠페형 세단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거주성과 편리함도 추구했다.
다만 현재의 가속력이나 핸들링 등 성능적인 면이 강력한 디자인 퍼포먼스에 비해 뚜렷한 캐릭터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누구라도 10m 떨어진 곳에서 보는 자동차보다는 가까이에서 내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자동차를 좋아할 것이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발전의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스포티 쿠페 또는 패셔니스타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다듬어나가 진정한 스포츠 쿠페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postmotor@naver.com
모델명 : Kia Forte Koup 2.0 Red Premium 전장×전폭×전고 : 4,480×1,765× 1,400mm 휠베이스 : 2,650mm 트레드 앞/뒤 : 1,546/1,550mm 중량 : 1,215kg 엔진 : 직렬 4기통. 1998cc, 세타 보어×스트로크 : 86.0×86.0mm 압축비 : 10.5:1 최고출력 : 158마력/6,200rpm 최대토크 : 20.2kg·m/4,300rpm 트랜스미션 : 4단 AT 기어 비 : 2.919/1.551/1.000/ 0.713/후진 2.480 최종감속비 : 3.681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옵션4WD) 연료탱크 용량 : 52ℓ 서스펜션 : 스트럿/토션빔 : 브레이크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 215/45R 17 연비 : 12.9km/ℓ 가격 : 1,966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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