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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학 이야기

화학(化學)은 여러 가지 물질을 섞어 금을 만들려고 했던 중세의 연금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원소의 발견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화학은 물질의 합성·분석·구조·성질 등을 규명하고, 물질 상호간의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물질 현상의 상호관계를 밝혀서 일반적인 원리를 찾아내고, 이 같은 원리를 체계화해 여러 가지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 3회에 걸쳐 재미있는 화학 이야기를 게재, 화학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자료제공: 한국화학연구원


1. 일상생활 자체인 화학

화학하면 중고등학교 시절 배우던 난해한 원소주기율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한 화학물질은 복잡한 분자식으로 표기되는 알 수 없는 물질이며, 심지어 화학물질=오염물질이라는 왜곡된 인식도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은 우리의 일상생활 그 자체며, 분야도 물리화학·분석 화학·유기화학·무기화학·생화학 등으로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비누와 치약을 이용하고, 여성의 경우에는 화장품으로 치장까지 한다. 그런 후 옷을 입고, 차량을 탄 채 이동한다. 휴대폰을 이용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몸이 아프면 약을 먹는다. 이 모든 것이 화학과 관련돼 있다. 만일 화학이 없었다면 이 같은 풍요로운 삶도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비닐이나 플라스틱도 화학의 산물이다. 만일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화학소재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불가피하게 천연소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목재나 광석 등의 이용 증가로 인한 지구환경 황폐화를 가속화시켰을 것이다.

또한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폴리우레탄 등의 합성섬유 소재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휴가철에 수영복을 입는 것이 고역이었을 것이다. 천연섬유로 수영복을 만들면 물을 흡수해 무거워지거나 속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기농산물 열풍으로 쓸모없는 것 처럼 치부되는 농약과 화학비료 역시 64억 명에 달하는 지구촌 인구를 먹여 살리는 실질적 토대가 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야채나 과일의 80%는 상품가치가 없는 상태가 되며, 벼농사의 경우 생산량이 70%나 줄어들게 된다. 지금처럼 값싸게 구입해 먹을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먹는 약의 90%는 화학을 이용한 화합물의 산물이며, 버드나무 추출물로 알 려진 아스피린 역시 지금은 화합물로 제조된다. 특히 약의 원료가 되는 화합물의 가격은 1kg당 1,000원 수준이지만 이를 버드나무에서 직접 추출할 경우 엄청난 비용은 물론 자연훼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해서 연료나 윤활유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석유화학산업이라고 하는데, 이 같은 석유화학 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석유화학 산업을 통해 수많은 화학물질이 만들어지, 이를 통해 각종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이 만들어진다. 물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신물질연구단의 김형래 박사는 "현재 원유는 각종 화학물질, 그리고 마지막 찌꺼기는 도로를 포장하는 아스팔트로 남김없이 사용된다"면서 "하지만 원유 1배럴 가운데 90%는 모두 태워버리는 연료로 사용하는 등 인류가 석유자원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산업은 저가품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부 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금보다 비싼 소재를 개발하거나 정밀 화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 개발,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기술개발 등이 바로 그것이다.

2. 각종 독성물질 찾아내는 화학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미국의 의학 드라마 '하우스'를 보면 중금속 중독으로 죽어가는 환자가 나온다. 의료진은 각종 분석방법을 동원해 약품이나 식생활 등 중금속 중독을 일으킨 원인을 찾지만 오리무중. 부인이 남편을 독살하기 위해 어떤 묘수를 썼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어떤 중금속에 중독됐는지는 파악되지 않는 것.

그러던 중 중금속 중독의 원인이 금 이온인 것으로 드러난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부인이 금 이온이 들어 있는 관절염 치료제를 의사가 처방한 것보다 많은 양을 장기간 복용시킴으로써 중금속 중독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 금 이온을 사용하는 관절염 치료제는 많지 않지만 일부 약품의 경우 여전히 금 이온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중금속 중독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화학으로만 가능하다. 체내와 혈액 속에 남아있는 중금속 성분을 특수 시약으로 찾아내고, 이 중금속과 잘 결합하는 물질을 이용해 체내에서 중금속 성분을 뽑아내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은 한 방울의 혈액으로 각종 질병을 알아내고, 식수나 음식물 속에 몇 마리의 대장균이 존재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질오염이나 식중독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은 화학, 그 중에서도 분석화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분석 화학이란 물질을 분석하는 기술이나 이론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화학의 여러 분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분석화학을 이용하면 인체를 위협하는 각종 독성물질을 찾아내거나 혈액을 통해 에이즈(AIDS), 암,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야채 속에 숨겨진 잔류농약을 찾아내고, 각종 육류속의 항생제도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모두 실험실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서 분석을 위한 시료를 채취한 후 실험실로 가져와 약 24시간 내외의 배양기간과 이런저런 분석과정 을 거쳐 오염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한국화학연구원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는 최근 현장에서 20분 안에 대장균의 양을 파악할 수 있는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의 개발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센서는 질병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활용된다. 의료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것. 화학분야에서는 독성 물질, 대장균, 잔류농약, 항생제 등을 찾아 내는 데 이용된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에서 과일을 판매할 때 당도측정기를 비치해 두고 소비자가 직접 당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바이오센서와 나노기술을 접목한 나노-바이오센서의 기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 상용화된 바이오센서는 특정 단백질이나 미생물에 반응하는 형광물질을 이용, 변화되는 색깔을 감지해내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장균의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양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반면 나노-바이오센서는 나노 소재를 이용함으로써 감지되는 감도를 높일 수 있다.



화학연구원 융합바이오기술연구센터가 개발하고 있는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는 먹는 물을 기준으로 100㎖에 단 1마리의 대장균만 존재해도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갖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통상 2~4 마이크로미터((1㎛ = 100만분의 1m) 크기의 대장균을 찾아내기에 100㎖의 물은 엄청난 양이다. 이는 가로 10m, 세로 100m, 그리고 깊이 10m의 거대한 수영장에서 좁쌀 한 톨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물론 몇 마리의 대장균을 확인하기 위해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화학연구원 융합바이오기술연구 센터의 이정오 박사는 "궁극적으로는 야채에 어느 정도의 농약이, 그리고 육류 속에는 어느 정도의 항생제가 남아있는지 간단하고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식품업체와 정수기업체가 대장균 나노-바이오센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식품업체는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전수검사 용도로, 정수기업체는 이를 정수기에 장착해 대장균의 양을 항상 표시해주는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나노-바이오센서의 응용영역은 넓다. 무엇을 분자인식 소자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감지할 수 있는 미생물의 종류가 많다는 것. 하나의 나노-바이오센서 위에 각각 다른 물질을 감지하는 소자를 밀집시키면 여러 종류의 물질을 감지하는 다중 나노- 바이오센서 개발도 가능하다.

이정오 박사는 "대장균 같은 미생물뿐만 아니라 조류독감 같은 바이러스, 암진단 마커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학으로 얻는 식물계 플라스틱

현재 인류가 채굴하고 있는 석유의 90%는 연료, 발전 등 대부분 태워 없애는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과 비닐류 등 우리가 사용하는 소재는 대부분 석유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석유가 한정돼 있어 고갈의 위험이 있다는 것. 현재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1조2,000억 배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수준으로 계산하면 약 40년 정도 더 캐낼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 석유는 환경적으로도 문제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물론 플라스틱과 비닐류 등의 소재가 분해되지 않아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모두 탄화수소 계열로 구성돼 있다. 만일 탄소수소 계열의 물질 또는 이와 유사한 물질을 얻을 수 있다면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 이나 비닐류 같은 소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구를 하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화학이다.

최근 바이오화학 분야에서는 식물자원을 이용해 연료를 얻는 것은 물론 고분자 소재를 포함한 플라스틱 소재를 얻는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루돌프 디젤이 최초의 디젤엔진을 개발했을 때 처음 사용한 연료도 식물자원, 즉 땅콩기름이었다. 이처럼 식물자원에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탄소사슬 구조를 가진 트리글리세라이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글리세라이드는 3개의 지방산이 결합된 상태를 말하는데, 기름의 종류에 따라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3개의 지방산 가운데 2개가 불포화지방산, 나머지 1개가 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포화지방산은 상온에서 굳어지기 때문에 활용하기 어렵다.

식물 기름과 디젤연료를 섞어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을 사용할 때 식물 기름에 포화지방산이 많으면 연료노즐을 막거나 엔진고장을 일으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식물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트리글리세라이드는 탄소의 사슬고리가 석유보다 길기 때문에 연소시키기 어려워 탄화수소 계열로 바꿔주는 바이오화학 공정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남미지역 국가들처럼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의 곡물을 이용해 바이오연료를 얻기 어려운 국내 현실에서는 잡초나 잡목을 뒤섞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바이 오화학 공정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상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현재 식물계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물자원을 발효시키면 탄소 3개의 젖산이 만들어지고, 이 젖산을 고분자화시키면 식물 플라스틱의 원료인 폴리유산(PLA)이 만들어진다. 현재 PLA를 생산하고 있는 곳은 세계적인 곡물회사인 미국의 카길이 유일한데, 카길은 자회사인 네이처웍스를 통해 연간 14만 톤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식물계 플라스틱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크라이슬러·포드·GM·혼다·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2020년까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모두 재생 가능한 소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식물계 플라스틱은 비교적 내구성, 내충격성, 내열성이 약하다. 하지만 폴리스타이렌(PS)계의 플라스틱과 합성하면 최적의 물성을 얻을 수 있다.

즉 PLA-PS 합성 플라스틱으로 가전제품의 외장재 등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식물계 플라스틱을 최대 30%까지 혼합할 수 있어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그만큼 식물계 플라스틱의 활용도가 크다는 얘기다.

현재 식물계 플라스틱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인 화학연구원의 장종산 박사는 "잡초나 잡목을 이용해 PLA의 원료격인 락타이드모노머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2011년부터는 파일럿 실험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락타이드 모노머를 가지고 중합과정을 거쳐 덩어리 형태의 PLA를 생산하는 것은 국내 화학소재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로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자원이 전무 한 우리나라도 바이오화학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 잡초나 잡목을 이용, 자원부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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