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박테리아가 계속 증식하면 이론상 지구보다 무거운 덩어리로 자랄 수도 있다. 하지만 세포가 결국 영양분을 모두 소모하고, 대사 노폐물로 스스로를 중독 시키며, 다른 생물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에 무한정 번식하지 못한다.
또한 자연 상태에서의 다른 미생물과 경쟁해야 하고,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원핵생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항생물질을 생산한다.
박테리아는 대사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된다. 실험용 접시에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실험용 접시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절대 기적이 아니라 크리스토퍼 보이트의 대장균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올여름 그가 속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 연구팀은 대장균에 여러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빛 감지 유전자를 주입했다. 그 다음 대장균이 놓인 접시 위에 알프레드 히치콕의 옆얼굴 등 여러 가지 영상을 영사했다.
이렇게 하자 대장균은 빛을 감지했으며, 빛을 감지하지 못하면 화학물질을 분비했다. 그리고 빛을 감지하지 못한 대장균 바로 옆에 있는 빛을 감지한 대장균은 검게 변했다. 따라서 펜으로 그린 듯한, 윤곽선이 뚜렷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대장균은 인간의 내장 어두운 곳에서 살기 때문에 빛에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이트 연구팀은 대장균에 빛 감지 유전자를 주입한 것이다.
앞으로 보이트 연구팀은 대장균에 색상 감지 유전자를 주입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대장균은 총천연색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미생물이 빛 신호를 해석해 결정을 내림으로서 유용한 일을 하게끔 프로그램 하는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다.
적절한 유전자만 조합한다면 어느 날 과학자가 효모에게 완벽한 와인 제조법을 가르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또는 혈액 속의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지능형 박테리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인간 세포가 저절로 조직을 이루도록 학습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보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 상태의 생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박테리아가 부자연스럽더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일을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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