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는 목성의 4대 위성 가운데 하나로 지난 1610년 갈릴레이에 의해 발견됐다. 목성에서 67만1,050km 떨어져 있고, 지름은 3,130km로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 조금 작다. 표면을 덮은 얼음 아래로 얼지 않은 물, 즉 바다물이 존재한다고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로파는 외계 생명체가 사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일지 모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는 4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들여 유로파를 탐사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과연 유로파는 어떤 곳이며, 어떤 방법으로 탐사하게 될까.
현재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가 있을 만한 곳으로 꼽히는 행성이나 위성은 화성,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그리고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및 엔셀라두스다. 하지만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확률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유로파, 타이탄, 그리고 엔셀라두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미 항공우주국 (NASA)과 유럽우주기구는 합동으로 목성 및 그 위성을 탐사하는 유로파 주피터 시스템 미션(EJSM)과 토성 및 그 위성을 탐사 하는 타이탄 새턴 시스템 미션(TSSM)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우선순위는 목성의 위성 유로 파를 탐사하는 것이 주요 목표인 유로파 주 피터 시스템 미션에 맞추어져 있으며, 탐사선 발사는 2020년으로 예정돼 있다. 타이 탄 새턴 시스템 미션은 현재 탐사 일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 으로 전망되고 있다. 너무나 큰 부담으로 인 해 우선순위를 빼앗긴 것이다.
행성보다 위성 탐사에 초점 맞춰져
유로파가 발견된 것은 지난 1610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망원경 관측을 통 해서였다. 그는 이 때 목성의 위성을 3개 더 발견했는데, 발견한 위성들에 로마신화에 나오는 이름을 붙였다. 주피터 신의 애인들 인 가니메데, 칼리스토, 이오, 그리고 유로 파가 바로 그것.
유로파의 반지름은 지구의 0.245배인 1,569km, 표면적은 0.061배인 3.09×107㎢ 다. 그리고 부피는 지구의 0.015배인 1.593 ×1010㎦, 질량은 0.008배인 4.8×10²²kg이 다. 한마디로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 조금 작은 천체라고 볼 수 있다.
목성과의 거리는 67만1,050km, 자전주 기와 공전주기 모두 지구 시간으로 3.55일 이다. 적도 표면의 온도는 영하 160℃. 그렇다면 행성도 아닌 일개 위성에 왜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생명체의 유지에 필요한 물이 대량으로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의 존재가 중요 한 것은 아직까지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가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리콘이나 암모니아 등 물이 아닌 다른 물질에 의존해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너무도 불확실하 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모든 세포에도 물이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일단 물에 의존해 살아가는 생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지난 1979년 보이저 2호 탐사선이 유로파 근처를 비행하며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유로파의 표면 물질은 다름 아닌 얼음으로 판단됐다.
그리고 이 얼음은 유로파를 덮고 있는 무려 100km 두께에 달하는 물이 외부의 저온 환경과 접촉해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파의 평균온도는 적도에서 영하 160℃, 극점에서 영하 220℃나 되기 때문에 표면은 마치 대리석만큼이나 딱딱하며, 두께도 최소 수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로파는 표면에 덮여 있는 얼음의 두께 때문에 희게 보이며, 내부에는 암석으로 이루어진 핵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온통 얼음으로 덮여 있어 산맥이나 깊은 계곡, 화산이 터진 흔적을 볼 수 없다. 다른 위성 에서 볼 수 있는 운석 구덩이도 드물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같이 두꺼운 얼음 표면 속에 지구의 바닷물을 합친 것보다 2배나 많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엄청난 물이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
유로파에 엄청난 물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는 조석가열(tidal heating)이 있을 것으 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로파의 궤도는 약간 편심 궤도고, 갈릴레오가 발견한 다른 위성 들과 궤도공조를 한다. 이로 인해 심화된 위성의 지각운동은 내부의 물을 가열,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갈릴레오가 발견한 4개의 목성 위성은 이오·유로파·가니메데·칼리스토 순으로 배열돼 있는데, 이들 중 세 위성은 나름대로 리듬에 맞춰 목성 주변을 공전한 다. 이오가 목성 주변을 네 바퀴 도는 동안 유로파는 두 바퀴, 가니메데는 한 바퀴를 도는 식이다.
그리고 세 위성은 모두 목성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위성은 거대한 인력을 갖춘 목성과 다른 위성 간 형성된 인력효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크기가 변하는 조석 작용을 심하게 일으키게 된다.
조석작용은 위성 내부의 지각 마찰을 유발하고, 이로 인한 화산활동으로 열이 발생한다. 특히 목성과의 거 리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 이오에서 이 같은 조석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지난 2001년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산활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유로파와 가니메데에서는 이 정도의 조석작용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같은 궤도공조로 인한 조석작용, 그로 인한 화산 활동으로 유로파의 얼음 표면 내부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것이라 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로파의 얼음 표면 밑에 상당한 양의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것이라는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는 또 있다. 갈릴레오 탐 사선의 탐사 당시 '코나마라 카오스'라고 불리는 지형이 관측됐다. 이곳에 카오스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운석 충돌공이 없는 대신 능선, 골짜기, 평야 등이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나타나기 때문 이다.
특히 이곳의 지형은 얼음 덩어리가 녹은 물 위에 떠다니다가 재차 물이 얼어버리면 서 고정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과학자들은 얼음 표면의 틈 사이로 내부의 물이 삐져나왔다가 다시 얼어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경우 액체화된 물이 있고, 얼음 두께가 비교적 얇으며, 지구 극지의 얼음처럼 다공성이라고 보고 있다.
만일 기존의 화산활동을 통해 물속에 산소와 기타 유기화합물이 녹아 있다면 생명체 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추정도 하고 있다. 이는 얼음이 수심 1km 이상 파고 들어 가 있는 지구의 극지 바다 속에서도 생명체의 활동이 있으며, 남극에서는 산소 없이도 살 수 있는 미생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로파 주피터 시스템 미션의 일정
NASA와 유럽우주기구가 유로파 주피터 시스템 미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유로파에 실제로 가서 생명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유로파 주피터 시스템 미션은 총예산 44 억5,000만 달러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유로파뿐 아니라 가니메데, 이오, 칼리스토, 그리고 목성의 자기권을 탐사하게 된다. NASA가 예산 중 38억 달러, 유럽우주기구가 6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투자액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과 러시아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NASA는 주피터 유로파 궤도탐사선을 쏘아 올려 유로파와 이 오를 탐사하게 된다. 그리고 유럽우주기구는 주피터 가니메데 궤도탐사선을 통해 가 니메데와 칼리스토를 탐사할 예정이다. 만일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한다면 일본은 주피터 자기권 궤도탐사선을 통해 목성의 자기권을 탐사하고, 러시아는 주피터 유로파 착륙선을 쏘아 올려 유로파에 직접 착륙, 과학탐사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주피터 유로파 궤도탐사선과 주피터 가니메데 궤도탐사선. 2020년 발사될 이들은 유로파와 가니메데 궤도로 돌입하기 전에 서로 협동, 목성과 그 위성에 대한 탐사를 실시하게 된다.
이들은 또한 이오의 화산활동이나 목성 대기권 등을 관찰할 예정이며, 목성의 자기권 및 갈릴레오가 발견한 위성들에 미치는 영향도 도식화할 것이다. 그리고 유로파 와 가니메데의 얼음 표면 아래에 있는 바다의 특성을 조사할 것이다. 일본의 주피터 자기권 궤도탐사선은 목성의 자기권을 탐사해 주피터 유로파 궤도탐사선, 주피터 가니메데 궤도탐사선과 함께 3가지 측면에서 목성을 탐사하게 될 것이다.
NASA는 현재 유로파의 얼음을 뚫고 그 속의 바다를 직접 탐사할 탐사장비도 연구 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원자력으로 작동돼 얼음을 녹이면서 진행하는 크리오 봇이 노르웨이에서 작동시험에 성공했다.
이 장비는 수km 두께의 얼음을 열로 녹이면서 파고든다. 만일 바다를 발견하게 되면 무인 수중 탐사장비인 하이드로봇을 발진시켜 물속을 탐사하고,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지구로 보내게 된다.
하이드로봇 시제품은 지난해 10월 남극의 보니 호수에서 작동시험을 받 았으며, 이 때 수중의 3D지도를 만들고 생 명체의 존재를 찾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지구의 미생물로 유로파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성계로 떠나기 전 철저한 소독작업을 거치게 된다.
NASA는 이와 함께 목성계의 지독한 방사능을 견디면서 촬영한 동영상을 지구로 전송하는 기술과 장비도 개발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2020년 발사되는 주피터 유로 파 궤도탐사선과 주피터 가니메데 궤도탐사 선은 5~7년간의 비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 1~2년 동안 관찰하다가 각자 목표 위성의 궤도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과학적 논란 및 예산에 따른 문제
유로파의 얼음 표면 밑에 과연 바다가 있을 지 여부는 가보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른다. 바로 이 때문에 과연 유로파에 탐사선을 보낼 필요가 있는지를 놓고 학계 일각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로파를 연구하는 과학자 가운데 일부는 유로파의 조석가열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바다가 매우 드물며, 대부분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유로파 표면의 얼음이 최소 수십km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유로파 표면은 매우 단단하고 온도가 낮은 얼음, 중간 부분 은 비교적 온도가 높은 얼음, 그리고 맨 밑 바닥에는 극소량의 물이 존재한다. 이 중 비교적 온도가 높은 얼음은 지구의 빙하처럼 느리게나마 움직이겠지만 이는 생명체가 살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이라는 게 그들의 견해다.
유럽우주기구가 과연 유로파 주피터 시스템 미션에 끝까지 참여할 수 있을지도 미 지수다. 이들은 레이저 간섭계 우주안테나 프로그램 및 국제 X선 관측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2013년에는 이 3 가지 사업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의 참여 여부는 유럽우주기구보다 더욱 불확실하다. 따라서 NASA는 최악의 경우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고, 유로파에 착륙선도 보내지 않은 채 궤도비행 임무로만 대체하는 시나리오도 구상 중이다.
유로파 주피터 시스템 미션에는 예산 문제라는 복병도 있다. 이 임무에는 하루 3,000만 달러씩 10년 동안 쏟아 부어야 할 만큼 많은 돈이 들어간다. 미국은 과거에도 유로파 탐사 임무를 계획했었지만 이처럼 높은 탐사비용 때문에 취소한 경험이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 관측 등 지구궤도 임무를 더욱 선호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우주 정책을 감안하면 유로파와 같은 먼 우주탐사에는 낮은 우선순위가 돌아갈 것이다. 그 리고 더욱 급한 화성과학탐사선등에 들어갈 예산도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NASA가 제한된 예산에서 유로파 탐사 임 무를 수행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파 주피터 시스템 미션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그것은 아직도 수수께끼에 쌓여있는 목성 위 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밝힐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