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도 같은 사례다. 총알 속의 화약은 웬만한 충격으로는 발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다수 총알에는 소량의 스티픈산염으로 된 뇌관이 장착돼 있다. 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공이가 뇌관을 강타해 스티픈산염을 먼저 폭발시킴으로서 화약을 점화하는 형태다.
지난 1970년대 많이 쓰였던 카메라용 매지큐브 섬광전구도 폭발물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 섬광전구에는 배터리는 물론 그 어떤 전자부품도 없다. 단지 고순도의 산소와 가연성 지르코늄 섬유로 만든 전구 4개가 있을 뿐이다.
이 섬광전구에는 가느다란 금속 점화 튜브가 돌출돼 있는데, 이 속에 충격에 민감한 화약이 들어있다. 이에 따라 셔터를 누르면 와이어가 튀어나와 금속 점화 튜브 측면을 때려 화약이 타게 되고, 이것이 지르코늄 섬유를 점화시켜 밝은 빛을 뿜어낸다. 이를 보면 사진을 찍는 행위를 왜 영어로 '발사하다(shoot)'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C4나 총알과 달리 조금 긁히거나 살짝만 건드려도 점화되는 물질도 있다. 이 같은 물질들은 혼합, 저장, 운송 과정에서 작은 실수가 생기면 폭발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위험한 물질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마찰에 민감한 성냥이 대표적이다. 성냥은 염소산칼륨과 적린(赤燐)의 마찰에 의해 점화된다. 즉 성냥개비에는 염소산칼륨이, 성냥갑 겉면에는 적린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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