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베트남의 연구진이 최근 베트남 농촌지역에서 6~17세 어린이 1,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대상 3분의 2가 십이지장충과 다른 기생충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의 알레르기 발생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이 이들에게 구충제를 반복 투여해 기생충을 제거한 결과 천식이나 습진의 발생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집 먼지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천식이 있는 사람 가운데 80%는 집 먼지진드기와 다른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가 기생충이 인간의 면역반응 정도를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인체에서 기생충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알레르기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위생 여건이 좋아지면서 선진국에서는 기생충이 대부분 박멸됐지만 이들이 수백만 년 동안 인간과 함께 진화하면서 인체의 면역반응을 무디게 해 더 오래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 기생충과 인체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게 얽히게 됐고, 이에 따라 몸 안에 기생충이 없어지면 면역체계가 균형을 잃으면서 천식과 다른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노팅엄 대학의 카스텐 플로르 박사는 "다음 단계는 기생충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인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나지 않게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출생 직후부터 추적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