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영국 리버풀 대학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과학자들은 또 다른 방법을 시험하고 있다. 즉 지진파의 방향을 바꾸는 것. 이는 진동을 흡수하는 대신 마천루 주변에 묻어놓은 구조물을 이용해 지진파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마치 물이 돌을 뚫지 못하고 옆으로 흐르는 것과 같다.
이 설계에서는 콘크리트와 플라스틱판을 동심원 구조로 배치, 초고층 빌딩을 둘러싼다. 소재 배열은 중심에 가장 강한 소재, 그리고 주변부에는 유연한 소재를 배치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이 같은 구조물은 진앙에서 출발해 땅 속을 수평으로 이동하는 가장 파괴적인 지진파의 70%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필라델피아의 토목기사이자 지진 전문가인 마이크 탄탈라에 따르면 이론상으로 이 구조물은 어떤 빌딩이라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확실히 이 구조물은 지진파가 수평으로 이동하는 곳, 즉 시애틀이나 샌프란시스코 일부에서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지진파를 다 막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완충장치와 이 구조물을 혼합해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구조물의 개발자인 세바스찬 구에노는 이렇게 말한다. "이 구조물을 적용하면 주변의 모든 빌딩이 다 무너져도 해당 빌딩은 멀쩡할 것입니다."
엔지니어들은 내년 깊이 60cm의 모델 설계를 시험하고, 빠르면 2014년부터 이 구조물을 기존 빌딩과 신축 빌딩 모두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진으로부터 마천루 방어하는 메커니즘
구조물 설치: 작업자들이 빌딩 근처에 구조물(A)을 기반암(B)의 90cm 위까지 묻는다. 이곳이 바로 대부분의 지진파가 통과하는 깊이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물은 지진파가 지나갈 때 진동하게 돼 있다.
지진파 우회: 지진이 일어나면 땅이 흔들리게(C) 된다. 이 때 콘크리트와 플라스틱판도 흔들리게 된다. 링 형태로 구성된 구조물은 가운데로 갈수록 견고하다. 지진파는 단단한 소재는 쉽게 관통한다. 진흙 밭 위보다 길 위가 더 달리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드러운 소재를 만나면 휘는 힘이 작용해 빌딩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지진파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지진파 이탈: 이런 방식으로 구조물을 절반 정도 돌다 보면 지진파의 휘는 힘이 줄어들고, 여력 때문에 원래 방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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