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화학물질이 만들어내는 간성 어류

강에 쏟아지는 각종 화학물질이 수컷 물고기를 암컷 물고기로 만들어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상수원의 오염물질이 있다. 미국 전역의 강에서 헤엄치는 수컷 물고기들이 간성(間性) 상태, 즉 수컷 물고기들이 미성숙한 난자를 생성하는 것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간성이란 자웅이체 또는 자웅이주인 생물의 1개체가 완전한 자형이나 웅형이 아닌 중간 형태의 성질을 가진 것을 말한다. 암컷의 형질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을 자형간성, 수컷의 형질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을 웅형간성이라고 한다.

물론 일부 물고기는 자연적으로 이 같은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바닷가에 사는 환형동물인 보넬리아의 암컷은 몸길이가 40cm나 되지만 수컷은 1~2mm 밖에 안 된다. 보넬리아의 유생은 모두 같은 크기지만 이것이 암컷의 성체 주둥이에 붙어서 성장하면 수컷이 되고, 암컷에서 떨어져 나가 단독으로 성장하면 암컷이 된다.

암컷의 주둥이에 붙어서 성장하던 유생을 분리해 단독 사육하면 암수의 어느 쪽 성질도 닮지 않은 간성이 된다. 한마디로 간성은 1·2·3차 성형질의 어느 것에서나 생기며, 그 정도 역시 여러 가지다.

하지만 배스에게서는 이런 간성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은 최신 연구를 통해 발견되고 있으며, 발생 건수도 사람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의 오염 수위가 여러 생물종을 위협할만한 심각한 수준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처음으로 미국 내 강의 간성 어류 숫자를 조사하기 위해 9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큰 입 배스, 작은 입 배스의 44%가 간성 상태임이 드러났다. 게다가 장소에 따라서는 91%의 수컷 큰 입 배스가 간성 상태인 곳도 있었다.

생물학자 조 엘렌 힝크 연구팀은 9개의 주요 강을 대상으로 간성 어류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컬럼비아 강, 콜로라도 강, 미시시피 강 등 8개 강 유역의 111개 측정 장소 가운데 34개소에서 간성 상태의 물고기를 발견했다.

간성 상태의 물고기가 제일 많이 발견된 곳은 미국 남동부였다. 애팔라치콜라 강, 사반나 강, 피디 강의 거의 모든 측정 장소에서 간성 상태의 물고기가 발견됐다. 연구팀장 힝크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아내야 합니다."

이 연구결과로 인해 떠오른 의문들은 당장 대답하기 힘든 것이다. 과학자들은 점차 진행되는 배스의 간성화가 생식을 방해해 생태계를 파괴할 것인지 또는 배스의 멸종을 촉진할 것인지 알지 못한다.

더욱 두려운 점은 그 원인을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면 인간의 화장실이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하수처리장에서는 약물, 살충제, 호르몬 등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을 강에 방출한다. 아무리 적은 양의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이라고 하더라도 수컷 물고기의 생식기를 변형시키는 엄청난 호르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 지난 7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피임약에 쓰이는 합성 에스트로겐은 불과 몇 ppt만 호수에 풀어놓아도 그로 인한 성별 변화가 호수 전체 어류군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ppt란 화학물질의 농도 단위로 1조분의 1을 말하며, 몇 ppt의 합성 에스트로겐은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양과 비슷하다.

하지만 간성 어류는 하수처리장의 상류에서도 발견되고 하류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농업폐수를 간성 어류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 지리조사국의 생물학자인 비키 블레이저는 웨스트버지니아 세넌도어 강의 특정 구간에서 작은 입 배스의 100%가 간성 현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은 무려 수백만 마리의 닭과 소에서 배출된 호르몬이 비에 씻겨 내려오는 곳이다.

블레이저는 배스 무리의 간성 현상이 다른 건강 문제와 연관돼 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04년과 2005년에 세넌도어 강의 작은 입 배스 가운데 80%를 없애버린 면역체계 약화 문제 같은 것이다.

어류의 면역체계 역시 인간처럼 백혈구를 사용해 질병과 싸우는데, 이 백혈구에는 호르몬 수용기가 있다. 이 때문에 백혈구는 성 변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판단되는 화학물질에 민감하다.

블레이저는 이렇게 말한다. "간성 현상은 더욱 큰 문제를 보여주는 작은 지표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연구팀장 힝크는 화학물질이 물고기의 간성 현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강물을 매일 마시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이 화학물질은 인간의 내분비 체계 역시 간섭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용수 내의 호르몬을 규제하는 법은 아직 없다.

지난 9월 미국 환경보호청은 처음으로 9가지의 호르몬을 상수원 오염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물질들의 잔존량이 얼마나 돼야 유해한지의 기준이 설정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의 메이 우는 이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상수원에는 수백, 수천 가지의 화학물질이 잔류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물속의 화학물질이 물고기의 성별을 바꾼다는 점을 안 인간들이 상수원을 정화할 필요성은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