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폴로의 모험이나 콜럼버스의 항해도 결국은 동양의 금을 구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만큼 금을 얻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치열했던 것. 물론 이 같은 노력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77년부터 시작된 브라질의 '황금 캐기 열풍'이 바로 그것. 하지만 고전적인 방식으로 금을 캐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광부들은 아말감을 이용하게 된다. 아말감이란 수은과 다른 금속의 화합물 또는 합금을 말하는데, 이 같은 방법은 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금은 자연금 또는 일렉트럼 형태로 석영맥 속의 황철석·방연석·텅스텐 등의 광물과 함께 산출된다. 일렉트럼이란 자연금과 자연은의 합금. 지금까지 발견된 최대의 자연금은 지난 186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에서 나온 것으로 무게가 71kg에 달한다.
구리·납·아연 등 다른 금속의 광석에서도 미립자 형태로 산출되는데, 이를 산금(山金)이라고 한다. 반면 사금(砂金)은 자연금을 함유한 모암이 풍화작용을 받아 부서진 후 강가나 해변에 퇴적한 것이다.
금은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이 크다. 전성이란 금속에 압력이나 타격을 가함으로써 얇은 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성질을 말하며, 연성이란 물체가 파괴되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을 의미한다.
보통 금박의 두께는 0.00001cm고, 1g의 금으로 3,000m의 금실을 뽑을 수 있다. 금은 괴상의 경우 황색이지만 상태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분말은 보라색이 되고, 녹으면 녹색이 된다. 또한 얇은 박(箔)이 되면 투과광선에 의해 청색이 된다.
금은 공기나 물에서 변하지 않는다. 빛깔의 변화도 없다. 강한 산화제에 의해서도 변하지 않는다. 이 같은 성질 때문에 금은 오래전부터 귀금속의 대명사로 불려왔으며, 이를 얻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사금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요분법(搖盆法), 요상법(搖箱法), 그리고 홈통법이 사용됐다. 이들 모두 금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요분법이나 요상법은 함금사니(含金沙泥), 즉 금이 함유된 토사를 그릇이나 상자에 넣은 후 물속에서 전우좌우로 흔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벼운 토사는 제거되고 무거운 금은 그릇이나 상자의 바닥에 남게 된다. 홈통법은 너비 40cm, 깊이 30cm, 길이 40m 정도의 홈통을 10여개 연결, 물을 홈통 안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여기에 함금사니를 넣으면 가벼운 토사는 제거되고 무거운 금은 특정 부위에 남게 된다.
산금의 경우는 혼홍법(混汞法)이나 시안화법이 이용된다. 이 가운데 혼홍법은 금이 수은과 잘 결합해 아말감을 만드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혼홍법의 홍(汞)은 바로 수은을 의미하며, 아말감에서 수은을 증발시키면 금만 남게 된다. 지난 1977년을 시작으로 불어 닥친 브라질의 황금 캐기 열풍도 바로 이 같은 혼홍법을 기초로 하고 있다.
아말감을 이용한 금 추출
브라질에서는 몇 차례에 걸쳐 황금 캐기 열풍이 불었다. 1982년 이후에는 수천 명의 광부들이 마토그로소 주에 있는 포코네라는 도시로 모여들었다.
포코네 근처에 있는 금광은 포르투갈어로 '가림포'라고 하며, 광부는 '가림페이로'라고 부른다. 그런데 금을 캐는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다. 이 때문에 광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화학기술을 이용, 금을 추출해 냈다. 산금을 수은과 결합시켜 아말감을 만든 후 여기에서 금을 추출하는 것.
아말감이란 수은과 다른 금속의 화합물 또는 합금을 일컫는 말이다. 은·주석·구리의 아말감은 치과용 충전재로 쓰이며, 납·주석 등의 아말감은 거울의 뒷면에 칠해 반사가 잘되도록 하는데 이용된다.
금과 수은의 아말감은 수은 원자 하나마다 2~4개의 금 원자가 결합돼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수은과 금의 아말감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 금박이나 보석가공 공장의 폐기물에서 금을 회수하는 데 사용했다. 이에 대해 고대 로마의 문인이자 정치가였던 플리니우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페인에서도 찾을 수 있는 퀵 실버라는 광물은 액체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퀵 실버는 '살아있는 은'이라는 뜻이며, 불투명한 은색을 띄면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금속인 수은의 어원이다. 이 광물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독성을 나타내며, 심지어 그릇도 뚫어버리는 산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금을 제외한 모든 물질은 액체 상태인 퀵 실버의 표면 위로 분리되지만 금만은 유일하게 퀵 실버가 끌어당기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퀵 실버는 금을 정제하는 목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일례로 토기 속에서 퀵 실버와 금을 함께 격렬하게 흔들어주면 금에 녹아 있는 모든 불순물을 제거해 내고, 이후 남은 퀵 실버를 쏟아버리면 금으로부터 모든 것을 분리해버릴 수 있다.
또한 잘 무두질 된 가죽에 퀵 실버를 금과 함께 쏟아 부으면 마치 땀이 배어 나오듯 퀵 실버가 새어나오면서 순수한 금만 남게 된다." 사실 플리니우스의 이 같은 설명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가죽에 남겨진 것은 순수한 금이 아니라 수은과 금의 혼합물인 아말감이다.
플리니우스가 살았던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오류는 납득할 수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아말감을 만들기 위해 기원전 77년경 스페인에서 진사(辰砂, 황화수은) 광산을 운영하며 매년 1톤 정도의 수은을 수입했다. 진사는 수은을 산출할 수 있는 광석이다.
화합물 따라 달라지는 독성
가림포에서 광석과 충적토를 캐낸 광부들은 이를 부수고 걸러 수은과 금의 아말감을 만드는 공장으로 운반했다. 수은과 금의 아말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금과 수은을 밀착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광석과 충적토를 잘게 부수어 아말감 제조용 원심분리기에 넣으면 액체인 금속 중에서 가장 밀도가 큰 수은과 이에 끌어 당겨지는 금만 별도로 분리된다.
원심분리기 안에서는 고속의 회전에 의해 발생하는 원심력의 작용을 받게 되고, 원심력에 비례하는 속도로 밀도가 큰 입자가 빠르게 침강한다. 반면 밀도가 적은 입자는 느리게 침강해 따로 분리된다. 그런 후 물막이를 설치, 세척작업을 한다.
여기서 재차 수은을 제거하기 위해 가열하면 대부분의 수은은 대기 중으로 증발된다. 하지만 이렇게 얻어진 금에도 약간의 비활성 기체와 오늘날 방습제의 재료로 사용되는 규산염, 그리고 3~5% 정도의 수은이 남게 된다. 이를 근처 도시에 있는 금 판매상에게 가져가면 높은 온도에서 다시 한번 정제하게 된다.
미국의 금광업자들 역시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에서 금과 은을 추출할 때 아말감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광부뿐만 아니라 금광업자들에게도 수은중독은 흔한 일이었다.
수은중독의 위험성이 알려진 이후에도 아말감이 계속 사용됐던 것은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소 위험하더라도 아말감과 같은 화학기술을 통해 금의 채굴 과정이 눈으로 확인돼야 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 어떠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든 공개된 장소에서 금의 채취가 이루어진 것도 이처럼 광부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의혹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수은은 화합물에 따라 독성이 달라진다. 가장 고약한 것은 메틸 수은 같은 유기수은이다. 이 물질은 지방섬유에 저장되고, 세포막을 통해 쉽게 돌아다니며, 신경에 손상을 입힌다. 미나마타병은 메틸수은에 의한 중독증의 한 예다.
일반적으로 수은이온은 위액 속의 염소이온과 결합해 안정적인 염화수은을 형성하기 때문에 독성이 강하지 않다. 하지만 2가의 수은이온(Hg2+)은 박테리아에 의해 메틸기와 결합, 메틸수은을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
다만 생물학적 막을 쉽게 통과하지는 못한다. 증기로 흡입하게 될 경우 원소 상태의 수은에 노출되는데, 이 때 매우 강한 독성이 나타난다. 원소 상태의 수은을 흡입하면 코 점막과 방광에 고통스러운 염증이 생기고, 기억력 상실과 정신력 감퇴도 나타난다.
금 추출로 다량 수은 배출
아말감을 통해 금을 추출함으로써 많은 양의 수은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 것은 물론 토양과 수질 역시 오염됐다. 세계 최대의 열대습지인 판타날 생태보호구역에 인접한 포코네 근처의 호수가 대표적 케이스. 30만㎥ 규모의 이 호수에는 수은 찌꺼기가 대량으로 쌓여있는데, 다행히 유독성 있는 이온수은은 많이 녹아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아말감은 고체 상태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액체 상태에서는 쉽게 이동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특히 아말감은 수은의 분량이 많을수록 액체 상태가 된다. 이 같은 수은이 박테리아와 결합했을 경우에는 생화학적 변화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을 정제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아말감을 가열하는 곳인 금 판매상에서도 수은 기체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게 나타난다. 금 판매상으로부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100m 이내에서는 수은의 농도가 공기 1㎥당 1.68㎍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는 정상적인 환경에서보다 1,000배나 더 높은 수준이다.
포코네 인근 지역의 수은 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 정부는 지난 1987년 이 지역의 가림포를 폐쇄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지역에 새로운 가림포가 등장했다. 광물자원을 연구하는 브라질 광물기술센터(CETEM)는 최근 배출된 수은의 양을 추적했다.
그 결과 산업적 수요나 치과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1980년대 브라질의 수은 수입양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말감을 통한 금 추출 때문이다. 실제 1989년 브라질이 수입한 340톤의 수은 중에서 235톤이 금광지역에서 소비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추정은 사실로 드러났다. 수은이 금 채굴 기구를 파는 상점, 약국, 식료품점 등에서 공개적으로 판매되고 있었던 것. 그것도 마치 치과용으로 쓰는 것처럼 플라스틱에 100g씩 포장돼서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 탐욕에 의한 위험 지속
브라질 광물기술센터는 다량의 수은을 배출하는, 아말감을 통한 금 추출 대신 수은응축장치의 보급에 나섰다. 또한 재처리를 통해 아말감 찌꺼기에서 미량의 금은 물론 수은을 회수하는 장치도 개발했다.
하지만 이 지역의 광부들은 보수적이고 환경에 무관심한 편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텔레비전에 나와 자신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수은을 마시기까지 했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약탈적 자본주의. 이윤창출을 위한 기업의 탐욕에 의해 금을 캐기 위한 새로운 아말감 기술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수은중독의 피해를 지속적으로 경고,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화학기술로 이득을 얻는 습성이 자리를 잡으면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특히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영원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글_로알드 호프만 코넬 대학교 화학과 교수
번역_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 글은 지난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알드 호프만 교수가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에 게재한 것을 이덕환 교수가 필자의 동의를 얻어 번역한 것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교수가 번역한 글에 다소의 첨삭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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