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수없이 특허청의 문을 넘나들고 있다.
이중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히트상품, 첨단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아이디어 제품들은 물론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을 만큼 황당무계한 기술이나 상품화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템들도 다수 존재한다.
-편집자 註 자료제공: 한국특허정보원
전쟁은 인류의 역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존재다. 때로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왔다. 인종과 이념, 종교로 인한 반목과 갈등도 여전하다.
지난 2000년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이처럼 인간 본성에 내재된 갈등으로부터 유발된 분열을 해소할 수 있는 특허를 출원했다. 이른바 '세계 화해의 날'이 그것이다.
이 아이템은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의 신종 기념일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세태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기념일들과 같이 특정 날짜를 세계 화해의 날로 정해 그동안 상처를 줬던 주변 지인들에게 사과하며 화해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 출원인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현존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을 내세워 미래에 있을 남북통일의 날을 세계 화해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한국 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을 잠정적 세계 화해의 날로 선포했다.
그는 "세계 화해의 날에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의미로 서로에게 사과를 선물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로고와 캐릭터를 상품화함으로써 사과 수출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 자체는 뜻 깊지만 특허청은 이 특허의 등록을 정중히 거절했다.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이 그렇듯 기념일이나 명절은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사료된다.
사실 특정 기념일에 대해 특허권을 행사하겠다는 출원인의 발상은 그 출발에서부터 화해와 사랑을 실천하자는 세계 화해의 날 의미와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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