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에서 최근 우리에게 던져진 시대적 화두가 하나 있다. 바로 창의인재의 육성이다. 미래사회는 과학적 창의성을 통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의인재에 의해 주도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교육의 초점을 창의성 증진에 맞추고, 그 도구가 되는 창의리소스의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공동으로 3회에 걸쳐 국내외 창의교육 및 창의리소스의 운용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효율적 창의인재 육성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영국 창의인재의 산실, 국가과학교육센터
영국 런던에서 열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요크. 영화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시선을 끌지만 그 외에는 유럽의 여느 중소도시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국가의 창의교육 거점기관을 왜 런던이 아닌 요크에 두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하지만 이 같은 의구심은 국가과학교육센터(NSLC)가 위치한 요크대학에 도착하는 순간 해소된다. 대학 자체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크대학은 주변 마을과의 구분이 없다. 경계가 없다는 얘기다. 가정집 옆에 대학본부가 있고, 대학 건물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마을이 나올 만큼 마을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대학의 의도성 여부를 떠나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요크의 문화가 창의성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NSLC가 요크대학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2005년 10월. 우리나라의 교육과학기술부에 해당하는 영국 아동학교가족부(DCSF)와 민간재단인 웰컴재단이 과학교육 및 창의교육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국적 과학교육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면서 9개 지역 센터를 총괄하는 거점기관으로 NSLC를 설립한 것. 웰컴재단이 NSLC 설립 이후 오는 2013년까지 지원하는 자금만 총 2,500만 파운드에 이른다.
이렇게 탄생한 NSLC는 지난 4년간 지역 센터들과 함께 공교육의 혁신을 주도, 지금은 영국 과학문화 확산과 창의교육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노력이 긍정적인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대학 격인 직업교육 칼리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물리학 선택 비중이 33%나 증가하는 등 이공계 진학률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
NSLC의 실무 책임자인 미란다 스티븐슨 박사는 "이 같은 결과는 과학에 흥미를 갖는 학생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며 "NSLC의 활동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기폭제가 됐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교사는 창의인재 육성의 토양
NSLC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NSLC는 학생보다는 교사에게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과학교사 연수, 창의리소스의 개발·수집·보급, 그리고 교수법의 개발·보급 등 현재 NSLC의 주요 활동 모두가 사실상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스티븐슨 박사는 "교사는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과학창의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과학적 전문성을 높이고 창의리소스와 교수법을 전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창의인재 육성법"이라고 밝혔다. 창의인재가 한 그루의 나무라면 교사는 수많은 나무가 자라날 토양이 되는 만큼 창의교육의 출발도 교사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슨 박사는 또 "모든 아이들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한 천부적인 과학자이자 창의인재"라며 "이 같은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지속적인 자극과 올바른 지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NSLC에서는 별도의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5세부터 18세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창의교육 능력을 배양하는 17개의 연수코스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 센터에서도 자체 개발한 다양한 연수코스를 운용하고 있다. 과학교사나 과학에 관련된 교사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데, 즉시 현장 접목이 가능한 최신 과학기술 지식과 창의리소스, 교수법을 습득할 수 있어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껏 NSLC와 지역 센터를 거쳐 간 영국 내 학교만 해도 중·고등교육기관의 73%, 초등교육기관의 17%에 달한다. 특히 참여 교사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3분의 2가 기존 교수법을 즉각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얻었으며, 98%는 동료에게 참여를 추천하겠다고 답하는 등 만족도 역시 높다.
10만여 점의 창의리소스 보유
NSLC의 연수가 어떻게 진행되기에 이토록 열띤 호응을 얻는 것일까. 스티븐슨 박사는 "연수는 대부분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특정 주제를 놓고 교사들 스스로 토론하고 학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기자가 양해를 얻어 참관한 한 강의실에서도 연수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과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머리카락의 강도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교사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샴푸·린스·컨디셔너를 바른 뒤 강도 변화를 측정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며 자유로운 토론이 펼쳐졌다.
연수를 주관한 마크 랭글리 박사는 "연수에 쓰이는 모든 창의리소스와 교수법은 NSLC가 직접 연구개발한 것"이라며 "이를 교과과정에 어떻게 활용하고 교육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창의리소스를 개발할 때 NSLC가 초점을 두는 것은 크게 3가지. 과학적 사실의 규명에 효과가 있는지, 교수법 개발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수업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지가 바로 그것.
스티븐 슨 박사는 "이 같은 3요소를 모두 갖추면 양질의 창의리소스라고 할 수 있다" 며 "하지만 교사마다 게임, 그림, 토론, 야외학습 등 선호하는 교수법이 다르기 때문에 창의리소스는 많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NSLC가 창의리소스의 허브를 자임하며 각처의 창의리소스를 적극 수집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NSLC의 리소스센터에는 이렇게 모아진 10만여 점의 창의리소스가 확보돼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창의리소스들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NSLC가 모르는 창의리소스는 영국에서 구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스티븐슨 박사는 "환경적 이익과 경제성이 상충하는 유기농작물처럼 현대사회는 과학·경제·정치 등이 통합돼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창의교육을 통해 과학적 지식과 창의적 소양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가과학교육센터(NSLC)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미란다 스티븐슨 박사는 창의교육을 전면 도입하기에 앞서 몇몇 시범학교를 선정, 운용해보라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창의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스티븐슨 박사와의 일문일답. NSLC의 창의인재 육성 전략은.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학구열이 높은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조차 성장해가면서 이탈자가 늘어나 이공계에 진학하거나 과학기술계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경우는 더욱 적어진다. NSLC는 교사들의 창의교육을 통해 5~11세 때부터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의 인재 풀을 넓히려고 한다. 이것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사회에 배출되는 창의인재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영재의 창의교육은 일반 학생과 달라야 하나. 그렇다. 영재의 창의교육이 일반 학생과 같으면 쉽게 흥미를 잃는다. 즉 영재의 창의교육에는 좀더 광범위한 사고를 발산할 수 있는 창의리소스와 교수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NSLC도 이를 위해 영재교육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용 중이며, 여기에서는 통상적 교과 범위를 벗어난 복잡한 개념들까지 다루고 있다. 학생 외에 일반인의 창의성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물론이다. 교육 수준이 낮았던 200년 전에는 교육을 받은 일부 권력자의 판단을 대중이 믿고 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국가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이 때문에 구성원 전체가 복잡한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창의성을 지녀야 한다. NSLC 연수에 해외 교사들도 참가할 수 있나. NSLC와 지역 센터를 통틀어 연수를 받는 교사는 연간 3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중국,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등 해외의 교사들도 포함돼 있다. 내년 3~5월에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을 통해 약 30여명의 한국인 교사들이 처음으로 NSLC를 방문, 10일간 연수를 받을 예정이다. 아직 한국에는 창의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데.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고 의심한다. 이 때문에 정부, 학교, 학부모들에게 어느 정도 확신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시범학교를 선정, 창의교육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도 이 방법을 거쳐 창의교육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학생들이 창의교육을 좋아하고 열의 또한 높아진다면 가시적 성과가 적더라도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2] 실패를 두려워 않는 싱가포르의 창의교육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안전한 좌석에서…." 도착을 알리는 기내 멘트에 새삼 귀가 번쩍 뜨였다. 창이국제공항이 마치 창의국제공항으로 들린 탓이다. 사실 창이는 나무의 이름이다. 과거 공항 인근에 창이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명칭이라는 것.
창이국제공항을 뒤로 한 채 30여분을 달리자 싱가포르 창의인재의 인큐베이터를 자청하는 싱가포르대학교 부설 수학·과학고등 학교(NHSHS)의 모습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학교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창의성이 싹틀 것만 같은 예술적 건물 디자인과 조경.
하지만 겉모습에 매료된 것도 잠시뿐. 건물 내로 들어서자 곧바로 NUSHS의 진정한 경쟁력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수업이 끝난 시간이었지만 각 교실과 연구실에서 4~5명의 학생들이 모여 않아 무언가를 실험하고 토론하는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교내 곳곳에서 교사로부터 1:1 레슨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도 흔하게 보였다.
지난 2005년 개교해 올해로 2회 졸업생을 배출한 새내기 학교가 이미 싱가포르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이자 창의인재 양성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NUSHS의 연구·혁신·경영부문 책임자인 고혹롱 디렉터는 "NUSHS의 모든 교육은 창의리소스를 활용한 체험과 실험, 토론,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며 "과목별로 4~5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해 방과 후 연구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NUSHS 졸업생들이 웬만한 학사 이상의 과학·수학적 전문성과 연구능력, 혁신성, 창의적 역량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근원도 바로 이 같은 열정 때문"이라며 "MIT, 아이비리그, 런던대학(UCL), 임페리얼칼리지 등 해외 명문대 진학률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기초·고급·전문의 2-2-2 교육과정
NUSHS의 교육체계는 크게 기초, 고급, 전문으로 구성된 6년제 2-2-2 과정이다. 7학년 170명과 9학년 70명을 선발, 중·고등학교 과정을 3단계로 통합해 교육하고 있는 것.
구체적으로 입학 후 2년간은 수학·과학 관련 기초기술과 기반지식을 습득하고, 3~4 년차 때 이를 발전시켜 연구에 적용하며, 5~6년차에 자신이 선택한 전공분야의 특화 연구에 나서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또한 각 학년별 커리큘럼은 대학처럼 학생들 스스로 수준에 맞춰 듣고 싶은 수업을 정해 수강하도록 돼있다. NUSHS에서는 이를 모듈이라 부른다.
이 모듈은 다시 코어, 선택, 강화의 3가지로 나뉜다. 코어모듈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수업, 선택 및 강화모듈은 선택이 가능한 수업이다. 이중 선택모듈은 코어모듈의 심화 과정, 강화모듈은 다방면의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전공과목 이외 영역의 수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NUSHS의 항김후 교장은 "NUSHS가 표방하는 인재상은 개척가, 성취가, 사고가, 인도주의자"라며 "학년을 불문하고 전 교육과정의 근간에는 탐구정신과 창의성의 배양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척가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연구하는 인재, 성취가는 최고의 수월성을 발휘하는 인재를 말한다. 또한 사고가는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인재, 인도주의자는 국가와 세계사회에 책임감을 가진 글로벌 리더를 의미한다.
특징적 사실은 전문성과 창의성에 더해 인간성, 즉 품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김후 교장은 "진정한 창의인재의 덕목은 발산적 사고력과 수월성, 그리고 사회공헌의 책임감"이라며 "별도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용, 존경받는 리더의 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고 밝혔다.
NUSHS가 서류심사와 인터뷰에 더해 반드시 합숙캠프를 거쳐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도 무조건 똑똑하기만 한 학생이 아닌 열정과 인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실패로부터 발현되는 창의
이렇게 선발된 신입생들은 NUSHS의 모듈을 이수하며 점차 창의적 연구자로 거듭나게 된다. 9학년이 되는 3년차부터 독자적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졸업을 앞둔 5~6년차에는 최대 4개까지 선택할 수 있는 전공과목에 맞춰 심화연구 프로젝트를 완수한 후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제출하고 있다.
고혹롱 디렉터에 따르면 지난 한해에만 1,000여명의 재학생들이 무려 200여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학생들은 과목별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틈틈이 각종 국제올림피아드와 컨퍼런스, 심포지엄, 학술회의에도 참가하고 있다. 대학원생도 혀를 내두를 일정을 중·고등학생들이 소화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물의 질은 놀라운 수준이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든 연구보고서가 국제사회생물학회, 미국 행동생태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발표되기도 했을 정도. 학생들 역시 이를 힘겨워하기보다는 즐기 는 모습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항김후 교장은 실패를 질타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첫 번째 비법으로 꼽는다. 실제 NUSHS의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만큼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학생들은 결코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과물의 성패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연구를 얼마나 잘 이해했고 연구 과정에서 어떤 기술과 지식을 습득했는지가 평가의 핵심기준이 된다. NUSHS에서는 연구에 실패한 학생이 성공한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항김후 교장은 "평가자가 성패에 주목하면 학생들은 연구주제 및 방법을 정할 때 마음껏 창의성을 발산하기 어렵다"며 "성공의 압박에서 벗어나야만 연구 집중력과 도전정신도 극대화돼 혁신적 산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국내 교육 풍토와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임에 틀림없다.
멘토링 시스템과 연구몰입 환경
항김후 교장은 NUSHS만의 전문적 멘토링 시스템과 연구몰입 환경 또한 과학적·실천적 사고를 체득한 창의인재 육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먼저 멘토링은 2단계에 걸쳐 시스템화 돼 있다. 우선 각 교사들이 학생들의 멘토를 자처하며 학업·연구·진로 등 모든 부분에서 인생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현직 과학자, 학술원 회원, 연구소 연구원들을 멘토로 삼아 수학·과학 분야의 첨단기술과 트렌드를 배우며 연구역량 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NUSHS는 학생 10명당 1명의 교사 비율을 유지, 1:1 멘토링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는 한편 싱가포르 국립대, 싱가포르 과학센터, 국방과학연구소(DSTA), 과학연구청(ASTAR) 등 전문연구기관들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연구몰입 환경의 경우 모교 격인 싱가포르 국립대의 연구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연구열정을 자극한다. 다빈치 프로그램, 아인슈타인 프로그램 등 특별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도를 보인 학생에게는 대학생 수준의 연구교육도 제공된다.
지난달에는 아예 450만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 최신 설비를 갖춘 6개 연구실을 자체 확보하기도 했다. 청정에너지, 생명과학, 항공역학, 레이저, 화학합성, 화학분석 연구실이 그것이다.
NUSHS은 이 연구실의 존재로 학생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심화연구 프로젝트의 질적 향상과 그에 따른 창의인재 육성의 효율성이 배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USHS는 교사들에게 다각적인 자기개발과 연수기회도 제공한다. 수업의 대다수가 교과서나 상용교재보다는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창의리소스와 교수법에 의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김후 교장은 "전체 교사의 55%가 석박 사 학위 소지자지만 교사의 창의성이 곧 학생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만큼 항상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 '주입식 교육은 가라'… 창의의 씨앗이 커가는 대구
"교육은 당연히 학생들의 창의성을 배양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구 학남초등학교의 과학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규 교사는 평상시의 학교 교육이 곧 창의교육이지 창의교육을 별도의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사는 또 "아이들의 창의적·독창적 사고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교육자의 기본 책무"라며 "현재 창의교육은 정규 교과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상적인 교육방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창의교육을 정규 교과과정과는 별개의 특화된 교육으로 느끼고 있는 대다수 교사들의 입장에서 이 말은 마치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이 교사만의 주장이 아니다. 대구 지역의 초중등 교사라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교육=창의교육'이라는 명제가 당연시되고 있어 교사들끼리는 굳이 창의교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
기존 연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교사의 과반수 이상은 창의교육의 방법을 알지 못해 일회성 창의교육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대구 지역 교사들은 어떻게 창의교육을 보편화시키고, 그것도 정규 수업시간에 정해진 교과 진도를 나가면서 창의교육을 병행한다는 것일까.
정답 찾기 중심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득세하고 있는 국내 교육환경에서 이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 모든 것은 대구광역시 교육청이 지난 8년간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창의적 인재육성 정책이 맺은 달콤한 열매다.
교과과정에 녹아든 창의성
대구교육청이 처음 창의교육에 뛰어든 것은 창의성이 이슈화되기도 전인 2002년부터다. 창의인재가 21세기 융합사회를 이끌 국가의 미래라고 판단, 교육지표를 '창의적이고 도덕적인 세계시민 육성'으로 바꾸고 창의적 학습 자양성을 최우선 시책으로 삼은 것.
특히 대구교육청은 이의 실천과제로서 수업의 변화를 꾀하는 창의교육, 다시 말해 정규 교과과정 속에서의 창의성 발현을 표방했다. 학교 교육 중 교과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 교과를 배재한 창의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 현행 교육과정은 교과, 특별활동, 재량활동 등으로 편제돼 있지만 교과 수업이 전체 교육시간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의 이걸우 부교육감은 "창의성은 눈에 보이지도, 효과가 신속히 나타나지도 않는 가치"라며 "교과 수업에 창의성이 이식되어야만 진정한 창의인재 양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의 창의교육에서는 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수업을 주도하는 당사자도,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바로 교사이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 역시 이 점을 직시하고 창의교육을 전담하는 창의성교육지원단을 창단하는 등 교사 주도적인 창의 교육 실천을 위해 각종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쏟고 있다. 또한 수업에 즉각 적용 가능한 창의리소스의 보급에도 전방위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본격 조직된 '창의마을'은 이 같은 지원의 핵이다. 창의마을은 일종의 교원자율연수공동체. 교사들 스스로 전문가 연수, 공개수업, 수업기술 나누기 등을 진행하면서 전문성 신장과 창의리소스 및 교수법의 공유·발전 통로가 되고 있다. 현재 권역별로 47개의 창의마을이 활동 중에 있으며, 지금껏 이곳에서 창의교육의 이론과 실질적 수업개선 방법을 연수받은 교사는 무려 20만 명에 달한다.
창의리소스 백화점, 창의넷
창의마을과 함께 국내 최대의 창의성 교육 사이트인 '창의넷'도 대구교육청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교사용 2만7,770점, 학생용 3만407점 등 창의교육 자료만 5만 8,177점을 탑재, 명실공이 창의리소스 백화점으로 불린다. 회원 수도 이미 15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수업기술 나누기 카페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호응이 열광적이다. 이 부교육감은 "이 카페는 동료 교사들과의 토론과 질의응답 등을 통해 창의수업 방법을 개발하는 커뮤니티 형태의 창의리소스 연구 코너"라며 "전문 멘토 교사들로부터 교과별·단원별로 구체적인 창의수업 기법을 조언 받을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학남초등학교의 이 교사도 "카페에서는 많은 전문 교사들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해 창의적 수업 기법을 알려준다"며 "이 조언들을 취합하면 허점투성이의 수업계획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완벽한 창의리소스가 된다"고 말했다.
수업과 어우러진 창의교육을 뿌리내리기 위한 대구교육청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141종의 창의교육 자료를 발간, 11만7,420부를 보급했다. 2004년에는 국내 최초로 9종의 창의성 교육 인정도서를 개발해 전국 초·중등학교에 39만3,389권을 제공했다.
창의성 교육 상설연수학교와 연구시범 학교, 창의교육 우수학교 인증제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창의페스티벌, 전국창의력경진대회, 학부모 대상 창의교육 등 사회적 창의 마인드 제고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렇듯 창의교육 능력을 지닌 교사들과 이들이 활용할 창의리소스가 있는 대구에서 창의교육이 꽃피는 것은 당연하다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창의교육의 최종 수혜자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계량화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수업의 질적 향상이 이뤄졌다는 데 동의한다.
학남초등학교의 김연찬 교장은 "아이들의 학업 흥미도와 참여도, 독창성과 적극성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을 모든 교사들이 체감하고 있다"며 "창의교육시범학교로 지정돼 창의교육을 본격화한 지 2년 만에 나타난 변화로는 정말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걸우 대구광역시 교육청 부교육감은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 발산을 돕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사고력을 배양해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창의교육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부교육감과의 일문일답. 대구교육청이 지향하는 창의인재란. 21세기 창의성기반사회에서 문화와 문명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 발산을 돕고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과 사고력을 배양,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창의교육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창의교육이 현재의 교육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현실과 지향점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진보가 이뤄지는 것이다. 결코 현실에 안주해 이상과 비전을 잃어서는 안 된다. 최근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정착되면 창의인재 육성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가시적 성과가 있는지. 매 2년마다 외부기관에 의뢰해 창의교육 성과분석 및 만족도 조사를 한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창의교육이 실제 수업에 다양하게 반영되고 있고 교사들의 전문성과 태도변화 역시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실 수업에 혁신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학생의 85%, 학부모의98%, 그리고 교사의 93%가 현재의 창의교육에 만족을 표시했다. 타 시·도 교육청에 조언할 것이 있다면. 창의교육은 무엇보다 교사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그리고 확실한 동기 하에서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창의성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당장에 효과를 거두기도 힘들다. 하지만 꾸준한 계획 속에 실천된다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8년간의 활동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교에서의 창의교육이다. 이미 대구지역 고교 교사의 상당수가 창의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입시준비와 같은 현실적 문제로 현장 접목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학업성취도평가와 창의성 평가문항을 연계하는 한편 교과별·학년별·단원별 수업지도안을 구성해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창의교육 활성화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
요크·싱가포르=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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