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쏟아 부을 돈이 있으면 지구온난화·환경오염·기아·난민과 같은 지구 현안에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우주왕복선이 퇴역하면 러시아 우주선에 의지, 국제우주정거장에 대한 화물운송에 나서야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우주개발 추동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르다. NASA의 공백을 민간우주기업들이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력사업인 우주여행은 물론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과 과학기자재를 운송하고, 인공위성을 회수해 수리하며, 우주쓰레기를 청소할 수 있다. 특히 민간우주기업들은 NASA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이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NASA의 임무를 대신하는 우주 주식회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로스엔젤레스에서 북쪽으로 112km 떨어진 모하비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풍경은 음산하기 그지없다. 단순히 사막 속에 있기 때문은 아니다. 모하비 공항이 대표적인 여객기의 묘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사막 속 널찍한 곳에 공항이 더러 있다. 이들 공항에는 보관료가 싼 곳을 찾아온 여객기들로 붐비는데, 특히 모하비 사막에 있는 모하비 공항은 여객기의 묘지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이곳은 항공사들이 내놓은 여객기가 새로운 주인을 만날 때까지 보관되는 곳인데, 만일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해체되고 만다.
지금은 사라진 항공사 소속의 보잉 747과 DC-10 등 대형 여객기, 그리고 보잉 727과 DC-9 등 중형 여객기들이 모하비 공항에 말없이 서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여객기에는 엔진이 달려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수km 밖에서도 보이는 그 모습은 차갑고 비참하다.
모하비 공항 입구에는 1962년형 콘베어 990 여객기가 서 있다. 이 여객기는 만들어진 직후 아메리칸 항공의 여객기로 쓰였다. 하지만 텅 빈 엔진실은 바람, 랜딩기어가 수납되는 공간인 휠웰은 들새의 집으로 내준 지 오래다.
이처럼 모하비 공항은 수명이 다한 여객기들이 폐기되는 곳이지만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의 특파원을 역임했던 샘 하우 버벡이 방문했을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 곳의 하늘에 그 어떤 최신식 여객기보다 멋진 항공기가 떠 가고 있었던 것.
동체가 2개인 모양의 그 항공기는 서쪽 하늘에서 나타나 동쪽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처음 시야에 들어온 그 항공기는 마치 2대의 비즈니스 제트기가 편대비행을 하며 하이파이브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좀더 가까워지니 쌍동체 항공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쪽 날개에 조용한 제트엔진이 2개씩 매달려 있는 그 항공기의 이름은 화이트나이트 투였다. 우주여행 전문기업인 버진 갤럭틱은 이 항공기를 모기(母機)로 삼아 사람을 실은 우주여객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낡은 여객기 위를 날아가던 화이트나이트 투는 타오르는 태양 속으로 사라져 갔다. 화이트나이트 투는 이곳에 우주공항이 들어설 것을 알리는, 눈에 띄는 유일한 증거였다. 언젠가는 모하비 공항을 비롯한 여러 우주공항에 멋진 우주여객선이 서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주여객선 탑승을 위해 현대적인 지하터미널을 걸어가는 탑승객들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조용한 사막의 한구석에서 미래를 엿보고 싶다면 철조망 안에 있는 격납고로 가보는 길밖에 없다.
격납고의 굳게 걸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케일드 컴포지트사의 핵심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스케일드 컴포지트는 화이트나이트 투는 물론 버진 갤럭틱의 여러 가지 우주여객선을 제작하는 회사다.
격납고 속에는 하얀 덧옷과 연구용 가운을 입은 엔지니어들이 마치 벌집 속의 벌떼처럼 우주여객선 앞에 매달려 있었다. 이들은 리베팅 기계, 그루건, 연마기, 진공펌프를 가지고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객선 스페이스십 투(SpaceShip Two)의 도색 및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스페이스십 투는 작은 날개를 단 18m 길이의 우주여객선이다. 이 우주여객선은 우주여행의 대중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과거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버진 갤럭틱이 내놓은 웅대한 계획의 일환이다.
스케일드 컴포지트의 항공역학자이자 수석 프로젝트 엔지니어인 짐 타이는 버벡에게 스페이스십 투의 6인승 선실 내부를 구경할 때는 발을 조심해서 디디라고 당부했다. 이 우주여객선이 우주에 도달하게 되면 승객들은 무중력 상태로, 그리고 선실 속에 둥둥 뜬 상태에서 창문을 통해 지구를 보게 된다.
스케일드 컴포지트의 창업자인 버트 루탄은 지난 2004년 스페이스십 원에 조종사 브라이언 비니를 태워 준궤도에 올려놓음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또한 1,000만 달러의 안사리X상도 받았다. 안사리X상은 이란계 미국 기업가인 아누셰흐 안사리가 자금을 댄 것으로 2인승 이상의 준궤도 유인 우주선을 개발한 민간기업에 수여하는 것이다.
스페이스십 투는 이전 모델보다 덩치가 3배나 크지만 경로는 이전과 비슷할 것이다. 우선 화이트나이트 투가 합쳐진 비행체는 1만 5,000m 상공에서 스페이스십 투를 우주로 발사한다.
그러면 질소산화제가 산소와 로켓연료를 섞어 90초간 연소시킨다. 이 시간 동안 스페이스십 투는 최대 고도 114km까지 상승한다. 그리고 승객들은 다른 항공사에서는 별로 권하지 않는 행동, 즉 안전벨트를 풀 것을 지시받는다.
화이트나이트 투와 스페이스십 투가 합쳐진 비행체는 버진 캘럭틱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버진 마더십(VMS) 이브로 불린다. 버진 갤럭틱은 누구라도 20만 달러만 있으면 이 같은 우주여행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비스는 이르면 올해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게다가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윌 화이트혼에 따르면 선금을 낸 예약 대기자가 무려 300명이나 된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이들 우주여행객들이 버진 갤럭틱 사업 모델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버진 갤럭틱과 같은 수십 개의 민간우주기업들은 더욱 본질적이고 큰돈이 벌릴 사업기회를 발견했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발주하는 각종 사업이다.
달과 그 너머의 우주를 탐사한다는 원대한 꿈에도 불구하고 NASA는 최근 예산을 타내기에 여념이 없는데다 우주왕복선 역시 퇴역을 앞두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과 과학기자재를 수송하는 것 같은 지구 저궤도 임무의 민간우주기업 이양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화이트혼의 말에 따르면 버진 갤럭틱은 부유한 고객들을 준궤도에 올려놓는 것 이외에도 로켓과 인공위성도 발사할 수 있다. 또한 극미한 중력 상태에서 실험을 하고 싶어 하는 과학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우주여행을 제공할 수도 있고, 심지어 민간 우주비행사 양성 코스도 개설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앞으로의 우주여행객들은 단순히 기분 좋은 체험과 스릴을 찾는 게으른 부자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 실제 민간우주업계에서는 우주여행객 수요와 인공위성을 띄우려는 기업의 수요가 우주 민영화를 위한 종자돈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버벡은 우주여객선 주변을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비평가들은 결국 인간이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비행을 돈 많은 소수의 오락거리 정도로 치부해 버렸다.
일례로 1908년 하버드 대학의 천문학교수인 윌리엄 피커링은 이런 글을 썼다. "많은 사람들은 항공기의 잠재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항공기를 타고 하루 만에 런던까지 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우주개발 공백에 대한 해결책 찾은 NASA
NASA의 앞날에는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다. 대통령과 의회가 사람을 달에 보내는 계획을 승인할 것인지 불투명하다.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계획과 소행성 탐사도 마찬가지. 어쩌면 이 모든 계획이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주왕복선의 퇴역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는 2011년까지 우주왕복선이 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해다.
우주왕복선이 퇴역하고 나면 여러 가지 임무를 처리할 우주선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민간우주기업들은 화물과 과학기자재를 운송하고, 인공위성을 회수해 수리하며, 우주를 표류하는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는 등의 업무를 준비해 우주왕복선의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일은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것만큼 상징성이 강하지는 않다. 어떤 대담한 브로커는 1억 달러만 내면 달의 뒷면에 갔다가 지구로 돌아오는 여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화물과 과학기자재를 운송하는 등의 기본적인 임무도 매우 중요하다.
만일 민간우주기업들이 이 같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이것이야말로 민간우주기업들의 주된 업무가 될 것이다. NASA는 이미 상업용 궤도운송서비스(COTS) 프로그램을 통해 2개의 민간우주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주인공은 인터넷 결제 서비스 업체인 페이팔의 공동창업자가 세운 스페이스X 와 위성 발사용 로켓 제작회사인 오비탈 사이언스다. 이들은 앞으로 6년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최소 20회의 화물 및 과학기자재 운송 업무를 실시하게 된다.
즉 엔진을 포함한 우주화물선 성능시험에 이들 회사가 합격한다면 이들은 무려 35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 사업에 뛰어든 회사의 중역들은 우주로 화물 및 과학기자재를 운송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오비탈 사이언스의 선임 부사장인 프랭크 컬버트슨은 지난해 6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우주 프로그램 자문회의인 어거스틴 위원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화물 운송은 그리 매력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우주개발을 계속 진행하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우주 주식회사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요소는 또 있다. 어거스틴 위원회의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본 백악관과 의회는 NASA가 직면한 냉엄한 현실을 지적했다. 즉 우주왕복선이 퇴역하고 나면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자국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는 모든 운송수단은 러시아가 독점하게 된다. 러시아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가려면 개인 여행객들은 3,500만 달러, NASA는 5,100만 달러의 요금을 내야 한다.
미국은 현재 소유즈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4번 가기 위해 러시아에 무려 3억600만 달러를 내겠다고 계약한 상태다. 그리고 계약이 종료되는 2013년 이후가 되면 러시아는 분명 요금을 인상할 것이다.
이 같은 엄청난 비용은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특히 그루지야나 이란 같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 간에 의견충돌이 벌어질 때면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 갈 우주선이 러시아의 우주선뿐인 한, 그리고 미국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시되는 각종 실험과 연구에 마지못해서라도 수십억 달러를 계속 투자하는 한 미국은 러시아에 돈을 내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 정계에 이는 불편한 진실이다. 하지만 스페이스X 같은 민간우주기업에게는 이윤창출의 기회가 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NASA가 보유했던 그 어떤 우주선보다 빠르고 저렴한 방식으로 사람을 우주에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엄연한 미국 우주선으로.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엘론 머스크는 그의 회사에서 만든 우주선은 인원과 물자를 궤도 및 국제우주정거장에 운송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용가격은 1인당 2,000만 달러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렇게 말했다. "제 말은 앞으로 3년 내 실현될 것입니다." 그의 말은 그가 다년간 유효한 계약을 따냈음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여러 민간우주기업들이 상업용 궤도운송서비스 프로그램에 앞다투어 참여하려 하고 있다.
NASA에서 요구하는 성능시험에 통과한다면 이들 회사들은 최소 수십억 달러씩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전보다 민간우주기업의 인원 및 화물 수송 능력을 더욱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의회에서 가장 열렬히 자유 시장경제를 예찬하던 의원들도 우주개발에 민간우주기업을 투입한다는 연방정부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 오비털 사이언스는 NASA의 작은 인공위성을 싣고 가던 토러스 로켓을 조종불능 상태에 빠뜨린 적이 있다. 스페이스X의 팰콘1 로켓은 3차례나 모의 궤도 화물운송 시도에 실패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스케일드 컴포지트의 로켓연료 저장탱크가 실험 중 폭발해 직원이 사망한 것은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NASA 직원이 많이 살고 있는 앨라배마 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리처드 셀비조차 이렇게 말한다. "민간우주기업의 열정과 노력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분명 우주선을 계획대로 발사할 능력이 없습니다. 민간우주기업 옹호론자들이 아무리 좋은 말로 그들의 능력을 과장하더라도 최근 그들이 벌인 쓰디쓴 실패를 감출 수는 없습니다."
민간우주기업 중역들은 민간우주기업이 달까지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NASA가 달과 먼 우주를 탐사하는 동안 민간우주기업은 지구 저궤도와 같은, 비교적 가까운 우주를 무대로 한 업무에 투입될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 DC에 있는 업계기구인 상업우주비행연합회의 회장 브래튼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한다. "NASA가 먼 우주로 나가고자 한다면 그들은 비교적 어려운 일을 맡아 하고 우리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을 맡길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겁니다. 인간의 우주비행은 50년간이나 실시돼 왔지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NASA는 달은 물론 화성, 소행성, 그 밖에 먼 우주 등 폼 나는 목표를 향해 시선을 돌릴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업계의 초점을 NASA에만 맞춰서는 안 됩니다. NASA는 갈수록 업무의 공급자가 아니라 사용자 가운데 하나로 변해갈 것이니까요."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특집기사에서도 13명의 전직 NASA 우주비행사들은 이 같은 관점을 지지했다. 이들은 제미니, 아폴로, 우주왕복선 등 다양한 우주선으로 총 42회의 우주비행을 했다.
우주비행사들은 이런 글을 썼다. "우리는 민간우주기업들이 지구 저궤도 유인 비행이라는 중요한 업무를 안전하게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NASA는 아직 가 보지 않은 미지의 우주를 개척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하며, 이미 50년 전에 정복된 지구궤도로 가는 길의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데 힘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어거스틴 위원회는 민간우주기업이 우주비행사를 수송할 길을 열어두었다. 위원장이자 전 록히드 마틴의 최고경영자인 노먼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한다. "NASA는 먼 우주로 나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합니다. 지구 저궤도는 사업가들에게 맡겨둬야 하구요."
우주개발은 인류 존속을 위한 보험
스페이스X의 엘론 머스크를 붙들고 왜 우주여행을 해야 하는지 물어 보았다. 그는 거대한 야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지구에도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왜 우주에 그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주로 나가면 우주와 그 속에서의 우리 위치는 물론 우리가 사는 지구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지구온난화, 오존층 감소, 오염 등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 가는 큰 계획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 인류가 이제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도 살 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는 지구에서 생활하는 것을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수백 년간은 지구상에서 생명이 안전하게 지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내일 어떤 재난이 닥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엄청난 화산폭발이 일어나거나 킬러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습니다. 또는 거대 소행성이 추락하거나 사람의 실수로 작은 블랙홀이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머스크에 따르면 다른 행성으로 사람이 이주해서 사는 것은 인류 존속을 위한 가장 큰 보험이라는 것이다. "바로 내일 죽을 사람이라면 구태여 보험 같은 것은 들지 않겠죠.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민간우주기업들은 올해부터 2014년 사이에 총 40회 이상의 유무인 궤도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매스틴 스페이스 시스템즈는 최근 NASA가 후원하는 모의 달 착륙 경진대회에서 100만 달러의 상금을 탔다. 이 회사는 자사의 무인 우주선을 달 탐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개량하려 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 베조스는 서부 텍사스에 있는 개인 토지에서 무인 캡슐을 준궤도로 시험 발사했다. 다만 그는 수직이착륙 우주여객선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의 우주기업인 블루 오리진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더욱 저렴한 우주비행과 태양계 탐사를 실현하기 위해 이 회사가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와 있다.
호텔 체인인 버짓 스위트 오브 아메리카를 건립한 억만장자 로버트 비글로우는 앞으로 우주호텔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 이미 2대의 우주호텔 시제품을 발사했다. 그는 팽창 방식의 우주호텔을 연결해 대형 우주호텔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아직 일본의 디자이너 마츠이 에리가 만든 우주 웨딩드레스를 입고 지구 궤도에 올라간 신부는 없다. 달로 신혼여행을 가본 사람도 없다. 하지만 버진 갤럭틱은 언젠가 달로 신혼여행을 가게 하는 것이 자사의 목표라고 한다. 물론 스페이스십 투가 상업우주비행을 규제하는 연방법을 통과하고, 5대가 더 건조될 때에야 이 말이 현실성 있겠지만 말이다.
스페이스십 투가 건조되고 있는 격납고 가까운 곳에서 엑스코(XCOR) 에어로스페이스의 준궤도 우주여객선인 링스도 만들어지고 있다. 링스는 2인승으로 조종사와 승객 각 1명만 탈 수 있다. 엑스코 에어로스페이스의 사장인 제프 그리슨은 어거스틴 위원회의 위원이기도 하다.
그리슨은 어느 날 오후 버벡과 함께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링스의 실물모형 좌석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우리 우주여객선은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객선과는 접근방식이 달라요. 우리 우주여객선을 타면 영화 '필사의 도전'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진짜 우주비행사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983년 개봉된 필사의 도전은 머큐리 프로그램에 지원한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들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머큐리 프로그램은 구(舊)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자극받은 미국이 추진한 우주개발 프로그램이다.
버벡이 만난 우주기업인 중에서 우주여행의 꿈을 가장 강렬하게 전파하는 사람은 머스크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단순한 문제해결의 연속일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문제해결뿐이라면 얼마나 우울할까요? 인생에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자극시키는 일도 있어야 하는 겁니다."
시뮬레이터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어느덧 모하비 사막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티 없이 파랬다.
스케일드 컴포지트의 항공역학자이자 수석 프로젝트 엔지니어인 짐 타이는 버벡을 스페이스십 투의 조종석에 태워주었다. 조종석에 앉아 있으니 엔진이 시동되고 조종사들이 카운트다운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주여객선이 상승하자 하늘이 파란색에서 암청색, 담자색, 자주색, 남색으로 변하다가 어느 순간 시커멓게 변했다. 버벡은 고도 98.4km에서 창 밖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즐겼다. 바자 캘리포니아 반도와 샌프란시스코 만은 물론 미 본토 최고봉인 휘트니 산의 꼭대기도 보였다. 광대한 태평양이 보였으 , 둥근 지구도 보였다.
물론 스페이스십 투가 실제 비행을 하게 될 때는 버벡이 본 것과 좀 달라질 수도 있다. 활주로를 따라 서 있는 고물 여객기들처럼 스 페이스십 투는 아직 모하비 공항 밖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버벡이 탄 것은 실제 우주여객선이 아니라 시뮬레이터였다. 하지만 아직도 버벡은 우주여객선에 매료돼 있었다. 이제 하늘색 후광이 지구를 덮어오기 시작했다. 주변은 숨이 멎을 만큼 조용했다.
타이는 미소를 지으며 위를 가리켰다. 버벡도 그를 따라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말을 꺼냈다. "여기 참 멋있지요?" 버벡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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