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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국내외를 뒤흔든 10대 과학기술 뉴스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과학기술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성과들을 쏟아냈다. 달 표면에서 물을 발견했고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보다 120만년이나 먼저 살았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복원되기도 했다.

국내 또한 나로호 발사, 신종 플루 백신 독자 개발 등 어느 때보다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다. 과연 이들 중 최고의 성과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뉴스가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줬을까.

유명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지(誌)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각각 선정한 '2009년 10대 과학적 성과물', '2009년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과기계의 활약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사이언스지(誌) 선정 2009년 10대 과학 성과

[1] 440만년전 인류, 아르디 복원

지난 9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뼛조각들이 발견됐다. 47 명의 과학자가 15년간 노력한 끝에 이 뼛조각들은 작년 10월 신장 120㎝, 체중 54㎏의 성인 여성 모습으로 완벽히 복원됐다.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로 명명된 이 인류는 44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현존 최고(最古)의 인류로 불렸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보다 무려 120만년이나 앞선 것이다. 사이언스는 이 성과를 2009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선정했다.

[2] 중성자별 펄서의 존재 확인

작년 11월 사이언스지에 놀라운 연구성과가 발표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을 통해 천문학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였던 펄서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펄서는 고도로 자화(磁化)되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로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의 의문을 풀 열쇠로 지목된다. 지난 1967년 펄서가 처음 발견된 이래 천문학자들은 X선을 방출하는 중성자별이 전파를 발생하는 펄서로 진화한다고 추정했지만 실제 관측으로 증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 가뭄을 이기는 식물의 분자구조 발견

작년 5월 캘리포니아대학 신 커틀러 박사 연구팀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팀들에 의해 가뭄을 이겨내는 식물들의 힘이 분자구조 수준에서 밝혀졌다. 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식물들을 보호하는 식물호르몬인 아브시스산(ABA) 수용체를 집중 연구해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응용해 가뭄 때 식물을 지켜낼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4] 자기 단극의 존재 규명

작년 9월 영국 런던 나노기술센터 과학자들에 의해 지난 100여년간 존재할 것으로 예견되어 온 자기 단극(單極)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 자기 단극은 1개의 자석 속에 북극 또는 남극의 성질만을 가진 자석입자를 말한다. 연구팀은 스핀 아이스라 불리는 특수결정체 자성물질 속에서 자기 단극의 운동에 의해 전류처럼 발생하는 자기류를 발견, 자기 단극의 존재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것이 자기 기억 저장장치, 컴퓨터의 연상능력 향상 등의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5] 수명연장물질 라파마이신

미국 바버숍 장수·노화연구소의 앨런 리처드슨 박사 연구팀은 작년 7월 네이처지를 통해 21세기형 불로초 발견 소식을 전했다. 라파마이신이라는 약물이 그것으로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항균물질로 쓰였던 라파마이신이 생명연장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실험에 사용된 생후 20개월 된 생쥐들은 수컷이 28%, 암컷은 38%의 수명이 연장됐다. 연구팀은 10년 내 사람을 위한 노화방지 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6] 달 표면의 물 발견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10월 달의 표면에서 물을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폐기를 앞두고 있던 우주선 엘크로스를 달 남극의 카베우스라는 분화구에 충돌시킨 뒤 먼지 파편 기둥을 관찰, 7~45ℓ정도의 냉각된 물 입자를 발견한 것. 과학자들은 이번 물의 발견으로 달 영구기지 건설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물은 생명체 존재의 기본요건으로서 외계 생명체 연구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7] 유전자 치료법 가속

유전자 치료법에 의한 희귀질환 정복이 가속화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레베르선천흑내장(LCA)에 걸린 선천적 시각장애아 12명에게 유전자 치료를 시술, 환자 전원의 시력개선 효과를 거뒀다. 또한 작년에는 이탈리아 연구팀이 버블보 이병이라고 불리는 ADA결핍증, 프랑스 연구팀은 부식백질이영양증(ADL)에서 유전자 치료의 성과를 거뒀다.

[8] 꿈의 나노물질 그래핀의 실용화

꿈의 나노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래핀은 한 겹의 탄소 원자층으로 이루어진 나노물질로써 독특한 전자적 특성을 지녀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미래 소재로 꼽힌다. 작년 5월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구리 포일 위에서 ㎝단위의 그래핀 필름의 합성해냈고 코넬대 연구팀이 이를 응용, 실리콘웨이퍼에서 대면적 그래핀 합성기술을 개발했다.





[9] 허블우주망원경 수리

작년 5월 7명의 우주인들이 11일간 허블우주 망원경의 마지막 수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우주인들은 새로운 카메라와 분광기, 배터리를 교체·장착했고 자이로스코프로 새로 설치했다. 이를 통해 지난 19년간 지구의 눈 역할을 해왔던 허블우주망원경의 장비들은 다시 5년간의 새 생명을 얻고 한층 신비로운 영상들을 지구로 보내오고 있다.

[10] X선 레이저 장비 개발

미국 SLAC 국립입자가속기연구소는 작년 4월 세계 최초의 4세대 X선 레이저 가속기를 개발, 시운전에 들어갔다. 이 장비의 X선 레이저 3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방사광보다 100억배 이상 밝고 빛의 방출시간은 1,000조분의 1 초로 짧아 극미세 세계의 관찰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 이어 일본, 독일이 X선 레이저 가속기를 건설 중에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선정 2009년 10대 과학기술 뉴스

[1] 나로호 발사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된 나로호 발사와 나노우주센터의 완공이 2009년 최고의 국내 과학기술 뉴스에 올랐다. 10여년의 공사 끝에 작년 6월 완공된 나로우주센터는 511㎡의 부지에 발사대, 발사통제동, 종합조립동 등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이의 완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13번째 우주센터 보유국이 됐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이곳에서 발사된 나로호는 절반의 성공에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발사 자체는 성공이었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를 덮고 있던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위성이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 올해 중 두 번째 발사가 예정돼 있어 재차 세계의 이목이 나로우주센터에 모아질 전망이다.







[2] 연구용 원자로 수출

2위는 지난해 1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 건설 컨소시엄이 요르단 정부가 발주한 2,000억원 규모의 연구·교육용 원자로(JRTR) 건설 사업의 최우선 협상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이 차지했다. 이는 원자력 기술개발 50년 만에 일군 최초의 원자로 수출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쾌거가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전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견한다. 특히 구랍 27일 최대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의 상용원전 수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5㎿급 개방수조형 다목적 원자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 등의 건설을 오는 2014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3] 그래핀 합성법 개발

성균관대 홍병희 교수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최대영 박사팀이 공동 개발한 그래핀 신소재의 대면적 합성기술이 3위에 랭크됐다. 연구팀은 작년 1월 반도체 공정에 적용 가능한 지름 10㎝의 대면적 그래핀 합성기술과 이를 이용해 회로 등을 구성하는 패터닝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에 따라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나 입는 컴퓨터의 실현도 한층 가까워졌다.





[4] 한국인 게놈지도 완성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의 한국인 게놈 지도 분석이 4위에 오르며 연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연구팀은 건강한 30대 한국인 1명의 개인 유전체 서열 전체를 분석, 8월20일자 네이처지에 게재했다. 이는 북방 알타이계 아시아인의 유전체 서열을 99.9% 이상의 정확도로 해독했다는 점에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 진단과 유전자 치료를 위한 기반이 되며 개인 맞춤의학 시대의 첫걸음을 떼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가천의과학대 이길여 암·당뇨 연구원의 김성진 원장도 2008년 자신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한 뒤 작년 5월 게놈리서치지 온라인판에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5]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 유치 논란

오는 2015년까지 200만㎥의 부지에 3조 5,00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국책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에 건설될까. 이를 놓고 지난 한 해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가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보를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유치를 제시하면서 충청권과 야당, 과학기술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가 올해 11일 발표할 세종시 수정안 최종안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제안할 것이 확실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태다.

[6] 신종플루 백신 국산화

신종플루의 공포가 전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녹십자의 신종플루 백신 독자개발 소식이 전해지며 국민들을 미소 짓게 했다. 녹십자는 작년 7월 전남 화순에 신종플루, 독감, 조류 독감 등을 생산하는 백신 전용공장을 준공하고 신종플루 백신의 생산에 돌입했다. 같은 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녹십자의 영·유아용 백신이 안정성·유효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접종 허가를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 나라는 세계 12번째로 독감백신의 자급자족과 수출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7] 나노렌즈 개발

7위는 포스텍 화학과 김광수 교수팀의 광학회절 한계를 넘은 나노렌즈 개발에 돌아갔다. 그동안 학계는 빛 파장의 절반보다 작은 거리는 일반 광학렌즈로는 분간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어지며 이를 광학회절 한계라 불렀다.

하지만 김 교수팀은 렌즈의 크기가 빛의 파장 길이와 비슷해지면 빛이 렌즈를 통과할 때 매우 짧은 초점거리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광학회절 한계를 넘는 나노렌즈를 합성, 작년 7월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 구조의 이미지 해석, 차세대 나노광학소재 개발 등에 응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8] 빨간 형광개 재복제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이 복제 개의 재복제에 성공했다. 이 교수와 바이오기업 알앤엘바이오는 2008년 10월 공동연구를 통해 복제된 비글종 개로부터 지방을 채취, 성체줄기세포를 분리·배양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줄기 세포를 이용, 대리모 5마리에 84개의 핵이식 수정란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복제를 시도해 작년 1월 대리모 1마리에서 재복제 개 2마리를 탄생시켰다. 체세포가 아닌 지방줄기세포로 개를 복제한 것이나 복제 개의 재복제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9] 스핀 트랜지스터 소자 개발

전자의 회전(스핀)을 이용한 '스핀 트랜지스터 소자'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장준연, 구현철 박사팀의 연구성과가 9위에 올랐다. 이 기술은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가 자신을 축으로 회전하는 현상인 전자스핀을 활용하는 것으로 지난 20년간 과학계와 산업계에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개념을 실현시킨 세계적 성과다. 이에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고집적, 초고속 처리가 가능하게 됐으며 부팅 없이 곧바로 실행되는 신개념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도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10] 8기통 타우엔진 독자 개발

10대 뉴스의 마지막은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8기통, 4.6ℓ 가솔린 타우엔진에 돌아갔다. 이 엔진은 북미시장을 겨냥해 4년여에 걸쳐 개발한 것으로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에쿠스, 기아차의 모하비 등에 탑재되어 있다. 타우엔진은 또 작년 1월 자동차엔진 부문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10대 최고엔진상'을 수상하며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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