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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생물 분류 위한 디지털 작업

기존 생물 데이터화하기만 해도 신종 생물 발견 속도 매년 20만종으로 늘릴 수 있어

리처드 파일은 지난 20년간 100종의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완벽한 신종 생물로 확인된 것은 5분의 1 정도.

하와이 비숍 박물관의 어류학자인 파일은 게이름뱅이가 아니다. 그는 수백시간을 투자해 자신이 발견한 물고기들이 기존에 발견된 종인지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신종 생물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이 기존 생물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종인지 확인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분류학이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온갖 생물을 특정 기준에 따라 나누어 정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다. 어떤 과학에서도 거기에 나타난 사상(事象)을 분류 및 정리하는 게 필요하지만 특히 생물학에서는 많은 종류의 동식물을 다루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생물을 식별하고, 근연(近緣) 정도에 따라 무리로 정리하며, 가급적 자연 또는 진화 계통에 따라 배열하는 것.

오늘날 남겨진 문헌을 근거로 할 때 분류학의 기원은 기원전 4세기의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스승인 플라톤의 '둘로 나누기 방법'을 처음으로 동물 분류에 사용했다. 이를테면 동물을 온혈동물과 냉혈동물로 나누고, 온혈동물을 재차 깃털 가진 동물과 깃털 없는 동물로 나눈 것. 식물에 대해서도 수목·관목·초본의 3군으로 분류했다.

분류학은 18세기 들어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에 의해 혁신을 이루게 된다. 린네의 가장 큰 업적은 종의 개념을 명확히 한 일이다. 그는 종이 식물학의 기본단위가 된다고 보았으며, 성서적인 가르침에 따라 고정 불변한다고 생각했다. 종이 고정 불변한다는 그의 생각은 다윈 이후 진화론에 의해 거부되기는 했지만 분류학의 확실한 기틀이 됐다.

그는 또한 생물의 이름을 나타낼 때 속의 이름 다음에 종의 이름을 쓰는 이명법을 고안했다. 즉 속명은 고유명사, 종명은 보통명사나 형용사를 쓰고, 그 뒤에는 명명자의 이름을 붙이는 것. 이는 생물의 이름을 간단하게 표 시해 분류학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분류학에서는 종(種)위에 속(屬)·과(科)·목(目)· 강(綱)·문(門) 등의 단계가 있고, 아래에는 아종(亞種) 등이 있다. 이는 분류상 생물의 위치를 가급적 자세히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어류학자인 파일이 신종 생물을 확인하는 것은 결코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생물종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생물종에 대해서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어떤 생물이 분명한 신종 생물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분류학자는 새로운 생물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모든 생물의 표본을 일일이 대조해 차이점을 기록해야 한다. 어떤 동물의 경우 무려 수백 종의 표본을 대조해야 답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동물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어떤 표본은 너무 약해 장거리 운반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하지만 애리조나 주립대학 산하 국제생물종조사연구소의 창립자인 쿠엔틴 휠러에게는 이 같은 신종 생물의 분류 및 식별작업 속도를 극도로 빠르게 해줄 해결책이 있다. 최근 휠러와 마이크로소프트(MS), 그리고 우즈 홀 해양연구소는 기존 100만종 이상의 곤충 표본을 디지털화하는 'e타입'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국립과학재단에 요청했다.

e타입은 큐레이터가 곤충을 특제 스캐너에 넣고 2,000만화소급 이미지 100여장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후 MS의 포토신스를 이용해 3차원(3D) 모델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휠러는 적절한 예산지원만 이루어질 경우 10년 내 학계가 알고 있던 180만종의 곤충 모두를 디지털 자료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분류학자들은 매년 2만 종의 새로운 생물을 발견한다. 하지만 매년 멸종되는 것은 3만 종에 달한다. 이런 속도라면 지구상 생물종 대부분은 학계에 알려지기도 전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2,000만종의 생물이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채 존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생물종을 검색하기 쉽게 데이터화하기만 해도 신종 생물의 발견 속도를 매년 20만종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술적 이론대로라면 100년 내 이들을 모두 발견, 데이터화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e타입으로도 이 일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유전자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캐나다의 진화생물학자인 폴 허버트.

그는 거의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기반, DNA 바코드를 모든 종에 부여하자고 말한다. 기존에 알려진 생물과 신종 생물을 물리적 차이가 아닌 DNA 바코드의 차이로 분간하자는 것.

이 방식은 기본적인 실험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고, 2시간에 95개의 샘플을 10달러 가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025년까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모든 동식물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허버트는 말한다.

하지만 DNA 바코드 방식이 빠르고 저렴한 것은 유전자의 한 조각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실제 파일은 지난 2008년 DNA 바코드가 동일한데도 종은 다른 2가지의 물고기를 분간해냈다.

휠러는 표본을 보는 것이 진짜 기술이고, 또한 재미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도 언젠가는 DNA만으로 새로운 종의 생물을 식별할 날이 올 것임은 인정하지만 그 같은 발상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 방식을 썼다가는 분류학이 너무나 따분하고 가치 없는 분야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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