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뛰는 것이 걷는 것에 비해 비를 적게 맞을 확률이 높다. 일견 걸어가는 것이 비를 맞는 몸의 면적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일 것 같지만 뛰어가면서 비를 맞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접한 두 건물 사이를 건너가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두 건물 사이가 2m 정도 떨어져 있다면 누가 봐도 전력 질주해 건너가는 편이 비를 훨씬 적게 맞는다. 반면 걸어갈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비를 맞게 돼 옷이 많이 젖을 수도 있다.
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서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통해 동일한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단지 여기에는 몇 가지 가정이 전제돼야만 한다. 비는 항상 일정한 속도, 밀도, 그리고 분포로 내리고 있어야 한다.
또한 걸을 때와 뛸 때의 이동경로가 정확히 동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동 중에 갑자기 더 많은 비가 내린다거나 이동하는 장소에 따라 강우량이 다르다면 수많은 추가 변수들이 발생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실 과학적인 실험이 아니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비를 적게 맞으려고 뛰어간다. 아마도 선조들이 경험적으로 체득한 정보가 이미 우리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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