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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에 펼쳐질 미래 세상

머지않아 사람들은 두뇌의 전자기 신호를 활용, 텔레파시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거리에서 휴대폰을 통해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고, 악취 나는 암모니아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가정에는 3D 프린터가 보급돼 자동차 부품부터 장신구에 이르는 모든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으며, 어떤 기술적 문제라도 입력만하면 즉각 해결해주는 만능 컴퓨터도 개발된다.

일견 황당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는 최근 세계미래학회가 내놓은 '미래전망 보고서'의 내용이다. 세계미래학회는 현재의 과학기술 트렌드와 발전 속도를 감안, 2010년 이후의 미래가 이렇게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미래학자와 공상과학 소설가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미래의 기술, 미래의 삶을 개연성 있게 예측한다는 것.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공상과학 소설가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 시간 여행 등 다분히 상상력에 기반을 둔 미래를 그리는 반면 미래학자는 과학기술의 현주소, 연구개발 트렌드, 그리고 발전 속도 등을 면밀히 검토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미래학자는 이처럼 현실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연구하는 것이 단순한 호기심 충족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있다면 인류에게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10년 뒤 세계 인구의 90%가 노령화되고 노동인구의 절대부족이 예상된다면 지금부터 대대적인 출산장려 대책을 세워 이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또한 2020년경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수 유전자만 가진 아이를 임신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지, 평범한 아이가 사회적 차별을 받지는 않을지 미리 논의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만일 이 같은 준비 없이 미래를 맞게 된다면 심각한 혼란이 야기될 것은 자명하다.

세계미래학회(WFS)는 최근 2010년 이후의 미래상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래의 어느 날 경험하게 될지 모를 세상의 단면을 살펴보고 시대의 변화에 미리 대처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되어 보자.

거리의 중매쟁이, 휴대폰

거리를 걷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다.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자 100m 후방에 이상형이 있으니 가서 만나보라는 메시지가 전송돼 있다. 뒤이어 상대방의 이름, 사진, 그리고 주요 프로필이 수신된다.

주변에서 원하는 이상형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사람이라면 눈이 번쩍 뜨일 이 같은 일이 일상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자신의 휴대폰에 이상형의 외모, 성격, 취향 등을 입력해 놓으면 이에 해당하는 이성이 지근거리에 들어왔을 때 즉각 위치를 알려주는 휴대폰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MIT 대학원생인 네이선 이글과 샌디 펜트랜드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방식으로 거리에서 이상형을 찾아주는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 '세렌디피티'를 선보였다.

세렌디피티가 사전적 의미처럼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뜻밖의 재미'를 제공하며 인기를 끈다면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려 유사한 서비스들이 확산될 수 있다. 단지 이 어플리케이션이 불건전한 만남을 조장하지 않을지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집안의 맥가이버, 3D 프린터

미래에는 3D 프린터가 가정의 만능 살림꾼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무엇이든 필요한 물건의 도면을 입력하고 재료를 넣어주면 도면대로 만들어주는 3D 프린터가 일반가정에 보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면은 직접 그릴 수 있음은 물론 인터넷에서 손쉽게 다운받을 수도 있어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된다.

현재 3D 프린터는 고가의 산업장비지만 가까운 미래에 경량화·저가화를 이룬 가정용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게 세계미래학회의 설명이다. 이 같은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머그컵, 연필꽂이, 휴대폰 케이스 등 단순한 물건에서부터 복잡한 구조의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방의 싱크대나 여성들의 주얼리도 문제없다. 미국의 데스크톱 팩토리 사는 이미 지난 2007년 이 시장을 보고 13×13×13㎝ 이하의 부품 제작이 가능한 가정용 3D 프린터를 개발, 5,000달러에 출시한 상태다.

텔레파시로 하는 대화

미래의 어느 날이 되면 말을 하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세계미래학회는 미국 뉴욕 대학 신경과학과 데이비드 포에펠 교수의 말을 빌려 두뇌의 전자기 신호를 통해 텔레파시로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두뇌에서 나오는 다양한 신호들을 측정하는 뇌자도(腦磁圖) 장치 등을 이용하면 특정한 두뇌 신호를 포착해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 때문에 앞으로 두뇌가 내보낸 신호를 모스부호와 같은 신호로 바꾸는 기계가 개발된다면 헬멧형 수신 장치로 두뇌 신호가 의미하는 메시지를 잡아내 다른 장소의 헬멧 수신 장치로 송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야흐로 모든 사람들이 초능력자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대화가 없는 세상이 더 삭막해질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만물박사 컴퓨터

이 시대의 개발자, 발명가들은 다양한 기술적 한계들을 극복할 열쇠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사실 획기적인 발명품은 얼마나 혁신적인 기술적 돌파구를 찾아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는 컴퓨터가 이런 골치 아픈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줄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의 그레고리 혼비 박사가 개발한 '진화 알고리즘'과 같은 발명 프로그램들에 힘입어 어떠한 기술적 문제라도 신속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컴퓨터가 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혼비 박사의 진화 알고리즘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특수 우주안테나 개발에 활용된 문제해결 프로그램이다. 세계미래학회는 주로 바이오와 컴퓨터공학 기술의 융합에 의해 이 같은 만물박사 컴퓨터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소형 국가의 등장



바다 매립 기술의 발달에 따른 초소형 국가의 등장도 예견된다. 동일한 목적을 지닌 일단의 사람들이 공해상의 한 지점에 인공섬을 만들고 국가를 선포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특정 민족만 살 수 있는 민족국가, 특정 종교인으로만 구성된 종교국가, 특정 직업 종사자만 거주가 허용되는 직업국가 등 전혀 새로운 개념의 국가들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쌀 재배·관광·수산물 양식 등 오직 한 가지 기능만 하는 단일 기능 국가를 비롯해 면세국가, 기업국가들의 건국도 가능하다. 심지어는 갑부들의 휴양이나 특정 연구를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나라 전체를 빌려주는 임대 전문 국가가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주인 없는 공해에 세운 인공섬을 국가로 인정해야 할지, 그리고 이것이 과도한 인공섬 개발로 이어져 해양생태계 파괴 등을 유발하지는 않을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할아버지 게이머

현재 온라인 게임의 주요 고객은 어린이와 학생들이다. 직장인들도 즐기기는 하지만 중년이 넘어서까지 게임에 빠져 있으면 나잇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하지만 미래에는 PC방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과 직장인들이 노인이 돼서도 계속해서 게임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

실제 지난 2007년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시간 활용 조사결과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는 75세 이상 노인인구 숫자가 전년 대비 2배나 늘어났다. 요즘의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으로 소일거리를 하듯 미래에는 게임이 치매 예방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과 대조적으로 젊은이들의 독서량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게 세계 미래학회의 예상이다.

암모니아 연료 자동차

세계미래학회는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한 대체에너지 개발과 관련, 암모니아가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코를 찌르는 자극적 냄새를 뿜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암모니아가 2020년경 휘발유를 대신해 자동차의 연료로 각광받게 된다.

이는 암모니아(NH₃)를 화학적으로 처리했을 때 대표적 미래 연료의 하나인 수소(H₂)를 생산할 수 있다는 데 근거한다. 즉 암모니아를 수소로 변환해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

이미 수소 대신 메탄(CH₄) 및 메탄올 (CH₃OH)을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 노트북과 휴대폰 시제품들도 개발돼 있는 상태다. 암모니아는 수소보다 좀더 손쉽게 생산할 수 있고 메탄에 비해 액화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 태양광·풍력 등의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얻고 이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되는 수소제조공정에 비해 암모니아는 생산·변환·활용과정에서 일부 유해물질이 배출돼 궁극적 대안은 되지 못한다.

바다의 석유, 조류(藻類)

암모니아와 함께 조류(藻類) 또한 화석연료의 대체물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조류는 에탄올로 변환 가능한 셀룰로오스를 보유하고 있고, 광합성 과정에서 생성되는 식물성 오일은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돼 생산공정에 따라 휘발유나 디젤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김, 미역, 다시마 등 몇몇 종을 제외하면 바다와 강에서 적조·녹조현상을 일으키는 주범 정도로 여겨졌던 조류가 석유를 대신할 고부가가치 자원이 되는 것. 특히 조류는 생산이 용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휘발유의 3분의 1에 불과해 환경적 이점도 크다.

이 점에 주목해 이미 전 세계의 많은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연구자들이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및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태며, 최근 들어 소기의 연구 성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급진적 지구온난화 대책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아직도 각국의 이해득실로 인해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안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미래학회는 금명간 지구의 대기와 땅, 바다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온난화 속도를 늦추거나 개선하는 급진적 대책들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지구 궤도에 대형 거울을 띄워 태양빛을 반사해 버린다거나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깊이 묻어버리는 등의 방안들이 그것이다.

지오엔지니어링, 플래닛엔지니어링으로 불리는 이 같은 대규모 환경공학은 너무도 전위적인데다 예기치 못한 환경재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신속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점차 부각될 것이라는 게 세계미래학회의 설명이다. 지금 당장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시켜도 기존에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향후 20~30년간 지구의 온도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전망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외계인의 존재 규명

미래에는 인류의 오랜 미스터리 중 하나인 외계인의 존재 유무도 규명될 것으로 예견됐다. 새로운 우주탐사 프로젝트와 첨단 컴퓨터공학 기술이 만나 이 같은 일을 해낸다는 것이다. 세계미래학회는 적어도 한 세대, 즉 30년 내에 과학계가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존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과학자들은 태양과 마찬가지로 암석으로 된 행성을 보유한 항성의 발견 확률을 최소 20%에서 최대 60%로 예견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채용된 미래의 우주 탐사선들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들을 탐사, 외계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낼 것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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