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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진실을 알고 있다

모발은 혈흔, 담배꽁초와 함께 범죄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증거물 가운데 하나다. 보통 사람의 경우 하루 수십 개의 모발이 자연적으로 빠지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난 현장에도 범인의 모발이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격렬한 다툼이 있는 살인 등의 강력사건에서는 그 같은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언뜻 모발은 별다른 특성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현미경을 통해 확대해 보면 많은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모발의 특징을 관찰하면 범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증거를 얻을 수 있고, 유전자분석 결과를 용의자와 비교하면 범인을 확증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모발은 모근부와 모간부로 나뉜다. 두피에 묻혀 있어 조직을 포함하는 부위를 모근부라고 하고, 조직이 없는 부분을 모간부라고 한다. 모근부의 경우 붙어있는 조직의 모양에 따라 모발이 자연적으로 빠진 것인지 강제적으로 뽑힌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모간부에서는 모근부보다 더 많은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우선 모발의 겉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비늘 모양의 무늬를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을 모소피무늬라고 하는데, 이 무늬의 모양은 사람과 동물이 다르다. 이 때문에 모발이 사람에게서 유래됐는지 동물에게서 유래됐는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동물의 모간부도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 어떤 동물의 털인지 판단할 수 있다.

모간부의 내부를 수질이라고 하는데, 수질이 분포하는 형태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즉 수질이 없는 무수질, 점점이 떨어져 있는 점속상, 불규칙하게 떨어져 있는 단속상, 그리고 계속 연결된 연속상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모간부의 끝 부분을 모첨부라고 하는데, 여기에서도 다양한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뾰족한 형, 둥근 형, 갈라진 형 등의 형태가 있는 것.

이밖에도 모발에서 여러 가지 특징을 관찰해 범죄수사에 응용하고 있다. 모발의 잘린 부분을 관찰함으로써 범행도구가 망치와 같은 둔탁한 물체인지 또는 칼과 같은 예리한 물체인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이발을 한 경우 모발의 끝부분은 매우 거친 형태를 나타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둥글게 변한다. 따라서 모발 끝부분의 모양을 관찰하면 이발을 한 후의 경과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가끔 범죄현장에 인조 모발이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인조 모발과 사람 모발을 구별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소피무늬를 관찰하거나 화학분석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발의 염색 여부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특수분석장비를 이용해 모발 성분을 분석하면 모발에 묻은 화공약품, 오염물질, 그리고 마약 등 약물섭취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특정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 중금속이 모발에 축적되는데, 이를 분석하면 범인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또는 어떤 주거환경에 있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모발을 통해 혈액형과 유전자분석도 할 수 있다. 혈액형은 모발에 분비돼 있는 혈액형 물질을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검출할 수 있다. 모근부가 있는 경우 핵 DNA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발이 한 올이라도 있으면 유전자분석이 가능하다.

모간부만 있는 모발의 경우 모발이 자라면서 핵 DNA가 깨지기 때문에 핵 DNA 분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할 수 있다. 이는 하나의 세포에 미토콘드리아가 수백에서 수천 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일 모계의 자식들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같기 때문에 개인 식별에는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글_박기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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