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및 진동이 적으며, 배기가스에 의한 환경오염도 없다. 물론 전기자동차는 최근에 선보인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가 아니다. 배터리의 성능 및 가격, 그리고 충전 인프라 확보 등 문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래의 운송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각국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녹색바람이 가세하면서 경제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산업의 변혁은 물론 자동차 문화의 변화를 통한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 대비 30% 수준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를 지난 2005년과 비교하면 4% 정도 줄어든 것으로 개발도상국 가운데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확정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수송 부문의 경우 배기가스를 거의 나오지 않게 하거나 대폭 줄일 수 있는 자동차, 즉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기존 자동차와는 에너지원과 구동 메커니즘이 다른 것이다. 사실 전기자동차는 최근에 선보인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가 아니다.
이미 지난 1873년 제작됐다. 구조가 간단하고, 내구성이 크며, 운전하기 쉽다는 장점으로 인해 주로 여성용으로 만들어졌으며, 1920년대 중반까지 소량 생산됐다. 하지만 배터리의 무거운 중량, 충전에 걸리는 시간 등의 문제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했다.
전기자동차는 대략 3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배터리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그것. 배터리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추진력을 얻는 것으로 완전 전기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동시에 사용한다. 전기로만 작동하는 자동차가 아니라는 것. 이 자동차는 에너지원 사용에서 가솔린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기본적인 개념은 같다. 다만 가정 전원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도록 하는 등 어디에서도 충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GM은 지난 1996년 최초의 양산 배터리 전기자동차인 EV1을 출시한 바 있다. EV1은 출시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1999년에는 성능이 향상된 2세대 모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리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2003년 공식적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이후 혜성과 같이 출현, 전기자동차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이 도요타의 프리우스다.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배터리 전기자동차보다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전기자동차의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의 에너지 및 환경규제 흐름은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자동차의 비약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모델 개발 레이스
지난해 개최된 모든 국제 모터쇼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전기자동차다. 미국의 빅3은 물론 도요타, 혼다, 폴크스바겐, BMW 등 선진 자동차 기업들이 앞 다투어 자사의 전기자동차 모델을 발표했다.
1월에 있었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부터 9월 프랑크푸르트, 10월 도쿄 모터쇼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전기자동차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기업들까지도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전기자동차 모델을 선보인 것.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 출시된 전기자동차 모델은 13개에 불과했고, 지난해 판매된 모델 역시 29개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들의 계획을 전제로 하면 오는 2012년에는 무려 120개가량의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모델 라인업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일색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배터리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중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새로 선보인 모델 16개 가운데 8개가 배터리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이 때문에 2012년까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여전히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겠지만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중도 4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 역시 최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가솔린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너무 과장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자사 모델인 리프와 같은 배터리 전기자동차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내연기관의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진화가 이루어지는 시장동향을 감안할 때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배터리 전기자동차로 가는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쨌든 전기자동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편입됨에 따라 전기자동차의 라인업은 기존 자동차의 성능과 연비를 높이는 기술과 함께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양대 축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기업들은 그동안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겼던 엔진, 변속기, 동력전달장치, 전장 등과 같은 영역이 미래에도 핵심 역량이 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탄소 배출량 규제에 따른 벌금을 회피하려는 소극적 태도를 갖고 있더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이들 영역에서 경쟁기업과 차별화되지 못하거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또는 부품 채널 장악력에 별다른 강점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등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 볼 때도 전기자동차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각국 정부의 정책이 자동차 기업들로 하여금 전기자동차 개발과 출시에 압력을 넣고 있으며, 자동차 기업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을 대폭 향상시키든지 클린 디젤이나 전기자동차의 생산 비중을 높이든지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녹색바람은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요동치는 유가 또한 한 국가의 경제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에너지 소비행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장조사 기관인 파이크 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48%가 한 번 충전으로 40마일을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적극적인 구매의사를 밝혔다.
구매의사를 보인 응답자 중 49%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5~10%의 프리미엄에도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17%의 사람들은 20~50%의 높은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겠다고 응답했다. 일반 가솔린 자동차와 비슷한 가격이어야만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34%에 불과했다.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가 관건
전기자동차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많겠지만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의 연료탱크라고 할 수 있는데, 가격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현재 배터리 가격은 kWh 당 1,200 달러 수준.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료 혁신, 규모의 경제 실현, 최적 배터리 솔루션 확보 등으로 10년 후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유형으로는 2차전지의 일종으로 방전됨에 따라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온' 기술이 가장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말한 가격 예측은 과거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이루어진 모바일 IT기기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경험한 가격 하락 속도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에 적합한 용량과 출력을 모두 높일 수 있는 배터리 솔루션의 개발은 아직까지 미흡한 상태다. 배터리를 모바일 IT기기에 주로 적용하려다 보니 에너지 밀도에 치우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 왔던 것.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성능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라는 2개의 축으로 봐야 한다. 자동차의 제한된 공간에서 많은 양의 전기를 담는다는 것은 주행거리를 그만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고출력은 가속에 있어 필수적인 항목이다.
현재의 배터리 기술은 이들 두 성능지표의 개발 방향을 어떻게 최적으로 조합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극과 음극의 재료, 분리막 등의 재료 혁신과 설계를 통해 이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전기자동차의 성능에 직결되는 전기모터, 인버터 등 파워 일렉트로닉스, 충전 기술의 수준도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 소규모 벤처기업들은 물론 대형 기업들까지도 전기자동차 관련기술의 개발경쟁에 뛰어들면서 기술적 문제의 해결은 시간 싸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kWh 내외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하지만 배터리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적게는 5배, 많게는 20배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은 그만큼 중요해지게 된다. 배터리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달리 어떻게든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의 문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전력 판매 서비스 채널인 점을 고려할 때 서비스 기업이 충전소를 요소요소에 설치하고, 이를 관리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의 성장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독일의 전력 서비스 기업인 RWE는 주유소 네트워크와는 별도로 전기자동차의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에센에만 11개의 충전소를 설치, 운영하면서 '오토스트롬'이라는 전기자동차용 요금 제도를 선보이는 등 독일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0 년까지 독일 전역의 충전 인프라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덴마크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DONG 에너지 역시 올해부터 전기자동차 인프라 시범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11년부터는 상용 판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파이크 리서치의 주행거리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하루 40마일 미만을 운전하고 있으며, 평균 주행거리는 27마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력연구소의 자료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하루 주행거리가 40마일 미만인 사람들이 전체의 78%며, 51%는 기껏해야 20마일을 달리는 것.
따라서 배터리의 용량과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충전 인프라만 갖추어진다면 배터리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확산이 가속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특화 부품에 대한 지배력이 변수
가솔린을 사용하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른 전기자동차의 구조적 특징에 의해 관련 부품산업의 구조변화 역시 예상된다. 전기모터, 전력제어장치, 충전기 등은 전기자동차에만 있는 부품이다. 배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볼 수 있지만 전기자동차에서는 동력원으로 사용됨에 따라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고성능·고출력의 제품이 요구된다.
앞으로 연간 3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이 시장을 좌우할 배터리에 대한 지배력을 놓고 자동차 기업, 대형 부품기업, 그리고 배터리 전문기업들이 서로 얽혀 신경전을 벌일 공산이 크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효율 향상과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혹은 지분 참여 등의 방식을 통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는 연료탱크를 대신하는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안정적인 배터리 확보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부품기업들은 자동차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전문기업들과 손을 잡으면서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배터리 전문기업들이 대접받고 있는 형국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아직까지는 정형화된 배터리 기술 유형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기술로 무장한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표준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만일 배터리가 빠른 기간 내 표준화된다면 배터리 전문기업들은 가격 경쟁에 휘말릴 것이고, 자동차 기업들에 차별화된 포인트로 내세울 만한 부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배터리 기술과 유통을 모두 지배하는 기업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에는 배터리 자체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힘을 가지며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배터리 기술의 차별화가 붕괴될 경우 자동차 기업이나 대형 부품기업들이 주도권을 장악할 공산이 크다. 충전 인프라의 진화도 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가격이나 성능 측면에서 혁신 적인 배터리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보다는 전체 공급사슬에서의 파워에 따라 시장판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신개념의 에너지 충전 방식 등장
전기자동차의 확산은 에너지 유통 측면에서도 사업 모델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주유소에 들러 부족한 기름을 채운다. 마찬가지로 전기자동차도 충전소에 들러 필요한 전기를 충전하게 된다.
현재 전기자동차와 관련해 다양한 사업 모델이 검토되고 있는데, 단순히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고 정해진 인증절차를 거쳐 충전하는 방식과 배터리 자체를 통째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양자 모두 인프라 구축에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큰 어려움이 없으며, 기존의 연료 네트워크에 그대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들이다.
전자의 경우는 충전기를 설치하고 기름 대신 전기를 주입하는 것이다. 휘발유 등의 기름을 파는 대신 전기를 소매하는 것. 정기적으로 탱크로리가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송배전 선로에서 굵은 고압 배전선을 충전소에 끌어오기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충전을 위해 충전소에서 1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집에서도 길가에서도 충전기만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며, 대규모 주차공간을 충전소로 사용할 수 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의 주차장 역시 충전시설과 전력 서비스 업체와의 연결 시스템만 갖춘다면 그대로 전용이 가능하다. 기름 탱크를 지하에 묻지 않아도 되며, 충전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하는 유통 방식이다. 배터리라는 연료를 탱크째로 교체해 보충하는 것으로 충전 관련 서비스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충전을 위해 15분에서 30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충전이 가능한 구조인 것.
배터리 교환소에서 탱크에 충전된 전기가격과 기타 서비스 요금을 지불함으로써 전기라는 연료를 보충하는 방식은 전기자동차와 배터리를 따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방식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고가의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구매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이는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벤처기업 배터 플레이스가 이스라엘, 하와이, 덴마크 등지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모델이다.
르노닛산은 올해 미국에 출시할 전기자동차 모델인 리프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르노닛산에 따르면 배터리,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향후 빠르게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얼마 안 돼 구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전기 자동차에서 배터리 가격이 제외될 경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가격 측면에서도 한층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양산형 전기자동차 출시 가속
해외 및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양산형 전기자동차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쓰비시는 최근 아이미브(i-MiEV)를 출시했다. 1회 충전으로 160㎞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130㎞다.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하면 ℓ당 62㎞의 고효율을 자랑하며, 국내에는 2011년 판매된다. 푸조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미쓰비시와 공조해 개발한 자사 최초의 전기자동차 이온(iOn)을 발표했으며, 올해 말 양산할 계획이다.
볼보는 C30 BEV를 공개했다. 24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며, 완전 충전했을 경우 최대 주행거리가 150㎞, 최고속도는 시속 130㎞에 이른다. 벤츠는 블루제로 EREV라는 이름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았다.
BMW는 2013년부터 전기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기로 하고 삼성SDI와 보쉬가 50%씩 출자해 만든 SB리모티브의 배터리를 사용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전기 콘셉트 카인 E-Up, 크라이슬러는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200C EV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
르노는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충전 시스템을 포함해 기업고객을 위한 콤팩트 밴, 패밀리 카, 그리고 소형 시티 카로 구성된 3가지 종류의 전기자동차 모델을 공개했다. 이들 전기자동차는 오는 2011년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오는 2012년에는 차체 길이가 4m인 5인승 콤팩트 카를 출시할 예정으로 현재까지 공개한 전기자동차만 4종에 이른다. 르노는 현재 공개한 전기자동차를 우선 출시한 후 2012년부터는 전 차량 세그먼트에서 전기자동차를 출시해 다양한 고객요구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이다.
르노닛산의 경우는 최근 요코하마에서 리프를 처음 공개했다. 4.5명이 탈 수 있으며, 24㎾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80㎾ 전기모터를 얹어 1회 충전으로 160㎞를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가 시속 140㎞를 넘는다. 가정용 200V 전압으로 8시간이면 완전 충전되며, 급속 충전기로는 30분 만에 최대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국내 최초의 도로 주행 전기자동차인 i10 EV를 생산할 계획이다. 르노의 모델과 마찬가지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i10 EV는 기존 유럽 공략 모델인 i10에 16㎾h의 리튬폴리머 배터리와 49㎾의 전기모터를 달아 최고 시속 130㎞로 달릴 수 있다.
i10 EV에 장착된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출력이 우수하고 안전성과 내구성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발한 것.
현대자동차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LG 화학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i10 EV는 가정용 220V 전압으로 급속 충전할 수 있는데, 15분 만에 최대 85%까지 충전할 수 있다. 그리고 1회 충전으로 최장 160㎞까지 주행할 수 있다.
GM대우는 2011년 GM이 개발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시보레 볼트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시보레 볼트는 16㎾h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120㎾의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있다. 충전된 전기로만 64㎞를 주행할 수 있으며, 최대속도는 시속 161㎞에 이른다.
국내 중소업체인 CT&T 역시 골프장 차량을 중심으로 캐나다, 필리핀, 이란 등에 전기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또한 레오모터스는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토크가 낮아지는 전기모터의 단점을 보완해 1000rpm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 가속화
사실 그 누구도 하루아침에 전기자동차가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될 것은 부지불식 중에 완전히 달라진 환경 속에 홀로 동떨어져 겉돌게 되는 경우.
전기자동차의 확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의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발전원은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 불규칙한 발전량을 보이기 때문에 전력망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따라서 이동하는 형태의 전력저장 장치인 전기자동차가 전력 수급의 시간적·지역적 편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기자동차의 가치는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찾을 수 있다.
자동차 문화가 변한다는 것은 인터넷처럼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변화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전기자동차 확산의 출발점은 에너지 및 환경문제로 인한 정부의 규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여파가 자동차 및 관련 부품산업은 물론 주변산업에까지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정도로 강해졌다. 이제 전기자동차의 성장은 교통은 물론 전력 및 에너지 인프라의 변혁을 예고하는 것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길 위를 달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이나 미국에서 불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 열풍을 실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배터리 등 관련 부품의 혁신과 가격 하락, 정부의 환경규제와 정책지원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이 빨라진다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기업들로서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간파하고 기술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사업 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미리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기수 기자 guyer7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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