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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와 3D 영화의 혁명

영화 '아바타'의 성공으로 3D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3D 영화란 인간의 거리지각 능력을 이용, 입체감을 선사하는 영화를 말한다.

사실 3D 영화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하지만 기술적 성숙도 부족으로 번번이 주저앉고 말았다. 입체감을 과도하게 강조한 연출의 진부성, 스토리의 부재, 번거롭고 비위생적인 3D 안경도 한 요인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바타의 성공은 새로운 3D 영화 붐 조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기본적으로 2D 공간인 스크린에 인위적으로 입체영상을 구현한 3D 영화는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3D 영화가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한다면 새로운 영화제작 포맷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17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가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아바타는 명장 카메론 감독의 작품답게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제작비는 2억3,700만 달러였지만 수익은 올 들어 지난 1월 19일 현재 16억2,0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사실 아바타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특수한 촬영 및 영사, 관람기법을 통해 입체감을 배가시킨 3D 영화인 것이다. 따라서 아바타를 3D 영화의 무궁한 상업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D 영화의 기본적인 개념

3D 영화는 인간의 거리지각 능력을 이용, 기존의 2D 영화에 비해 확실한 입체감을 선사하는 영화를 말한다. 거리지각이란 관찰자로부터 물체까지의 거리에 대한 지각을 말하는데, 인간의 경우는 시각이 주로 담당한다.

일반적인 사진이나 동영상, 즉 2D 영상은 하나의 렌즈를 가진 카메라에 의해 촬영된다. 이렇게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좌안과 우안, 즉 2개의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거리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2개의 눈을 사용해 물체를 본다. 그리고 두 눈은 평균 6.5cm의 거리를 두고 배치돼 있기 때문에 두 눈에 보이는 영상의 모습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2개의 영상을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2개의 영상은 망막을 통해 뇌에 전달되고, 뇌는 이를 서로 합쳐 본래 물체의 거리감을 재생하는 것이다. 이를 양안 시차에 의한 입체감이라고 한다.

2D 영상은 단 하나의 렌즈로만 촬영되기 때문에 이 같은 시차가 없다. 따라서 2D 영상은 육안 관측에 비해 덜 입체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양안 구조를 흉내내면 어떻게 될까. 즉 약간의 간격을 두고 좌우병렬 식으로 배치된 2대의 카메라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것이다. 또한 관람객의 좌측 눈에는 좌측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 우측 눈에는 우측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만 보여준다면? 2D 영상에 비해 상당히 큰 입체감이 느껴질 게 분명하다.

약간의 격차를 두고 좌우병렬식으로 배치된 2대의 카메라는 같은 구조로 배치돼 있는 인간의 좌안 및 우안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시차가 있는 2개의 영상을 촬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영상들을 각각 인간의 좌안과 우안에 전달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뇌는 실제 육안으로 풍경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인간이 육안으로 물체를 볼 때 느끼는 양안간의 시차를 영화의 촬영, 편집, 영사, 그리고 관람에서도 똑같이 구현해 입체감을 높이는 게 3D 영화의 핵심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의외로 긴 3D 영화의 역사

아바타가 최근의 작품인 만큼 3D 영화의 역사도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3D 영화는 영화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오래됐다. 입체영상의 시초는 지난 1838년 찰스 휘트스톤이 고안한 3D 영상 장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2개의 간단한 도형을 하나는 왼쪽 눈이 바라본 모양, 다른 하나는 오른쪽 눈이 바라본 모양으로 그렸다. 그리고 V자 형태로 배열된 2개의 거울이 각기 하나의 도형을 비춰서 2개의 도형을 바라보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3D 영상 장치다.

이를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그림 위의 E'와 E는 각각 좌안과 우안으로 본 도형의 모양이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A´와 A는 V자형으로 배열된 거울이다. 휘트스톤의 장치는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A´에 비친 E′를 좌안으로 보고, A에 비친 E를 우안으로 보는 구조다.

1849년에는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브루스터가 휘트스톤의 설계를 개량, 거울 대신 렌즈를 사용함으로써 훨씬 크기가 작으면서도 잘 보이는 입체경을 발명했다. 브루스터의 설계 원리는 오늘날까지도 입체영상 장치의 고전이자 바이블로 통용되고 있다.

1915년에는 실험적 3D 영화, 그리고 1922년에는 최초의 상업용 3D 영화가 상영됐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이처럼 초창기 3D 영화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기술적 성숙도가 부족해 입체감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1950년대 3D 영화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등장했다. 바로 TV의 등장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TV가 대량 보급되면서 전통적인 오락수단이 었던 영화를 찾는 관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영화 제작사들은 TV에 뺏긴 관객을 탈환해 오는 자구책으로 3D 영화 제작에 매달렸다. 훗날 이 시대를 3D 영화의 황금기로 부르기도 한다.

1950년대 3D 영화 제작의 효시가 된 작품은 '브완나의 악마'였다. 이 작품이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을 거두자 이후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은 너도나도 3D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런 식으로 1950년대에만 40여 편의 3D영화가 제작됐다.

하지만 당시의 3D 영상 기술은 여전히 미흡했고, 경제성이 뛰어난 와이드스크린 2D 상영관이 대세를 이루자 3D 영화 열풍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기술 외적인 요인으로 입체감을 과도하게 강조한 연출의 진부성, 스토리의 부재가 꼽혔다. 또한 장시간 관람할 경우 심한 피로가 오고, 관람할 때 반드시 필요한 3D 안경은 쓰기에 번거로웠다.

특히 3D 안경은 비위생적인 것도 문제가 됐다. 실제 멕시코 정부는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착용하는 3D 안경을 통해 눈병이 전염될 수 있다는 이유로 3D 영화의 상영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1980년대에 제2차 3D 영화 붐이 조성됐다. 이번에도 TV가 주요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는 케이블 TV가 대량 보급됐는데, 이에 따라 갑자기 증가한 채널의 방송시간을 메우기 위해 고전영화의 방송이 증가했다.

지난 1953년 제작된 3D 영화 '비에 젖은 욕정'이 방송된 것도 이때. 그리고 이것이 기폭제가 돼 3D 고전영화의 방송이 증가했고, 신작 3D 영화 제작 및 상영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제2차 3D 영화 붐도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수그러들었다. 이때 제작된 3D 영화들은 하나같이 기존 영화의 속편, 또는 스토리가 빈약한 저예산 영화들이어서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 한마디로 3D라는 점을 빼면 영화적인 완성도나 예술성이 떨어지는 작품 일색이었던 것이다.

그 이후 3D 영화는 영화관이 아닌 테마파크나 유원지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구경거리'로 전락했지만 일각에서는 꾸준히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오고 있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오면서 '치킨 리틀', '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 여러 영화가 3D로 전환돼 상영됐다. 특히 아바타의 상업적 성공은 제3의 3D 영화 붐 조성을 위한 기폭제가 됐다.







3D 입체영상 구현 방식

3D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촬영과 다른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지고 상영된다. 지난 1950년대부터 다양한 기술이 개발 또는 응용돼오고 있지만 애너글리프 방식, 패시브 스테리오 방식, 그리고 리얼 D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1. 애너글리프 방식

애너글리프 방식은 3D 영화 제작에 가장 먼저 사용됐고, 기술적으로도 가장 간단하다. 이 방식에서는 한 장의 사진에 좌안과 우안, 즉 양안이 볼 수 있는 이미지 2개를 한꺼번에 넣어야 한다.

이 같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각각 좌안과 우안이 보는 사물을 2장 찍어야 한다. 그리고 좌안용 사진에는 적색, 우안용 사진에는 청색만 남게 한다. 그런 후 2장의 사진을 겹치면 적색과 청색이 사물의 테두리에 겹쳐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애너글리프 사진이다.

완성된 애너글리프 사진은 왼쪽이 적색 필터, 오른쪽은 청색 필터가 달린 3D 안경을 통해 본다. 그러면 좌안과 우안의 별도 영상을 인식할 수 있게 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적색과 청색은 보색관계에 있기 때문에 적색 필터에는 청색, 청색 필터에는 적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검은 색으로만 보이게 된다.

애너글리프 방식의 장점은 초기 기술답게 특화된 장비가 많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기존 극장의 영사기나 스크린을 특별한 개조 없이 사용할 수 있다. 3D 안경의 단가도 저렴하기 때문에 저예산, 단기상영 작품에 적합하다. 특히 3D 안경은 집에서 셀로판지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상의 본색이 많이 없어져 버리는 결점이 있다. 이 같은 기술적 한계 때문에 초기 3D 영화가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이다. 원래의 색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해 적색 및 청색 필터 대신 짙은 청색과 옅은 호박색 필터를 사용하는 컬러코드 3D 방식도 등장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2. 패시브 스테레오 방식

패시브 스테레오 방식은 좌안과 우안의 영상을 따로따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애너글리프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애너글리프 방식이 보색효과를 이용하는 반면 패시브 스테레오 방식은 편광효과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반적으로 태양에서 오는 자연광은 모든 방향의 전기장이 균일하게 포함돼 있는, 즉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이다. 이에 반해 편광은 진행방향에 있는 임의의 수직 면에서 전기장이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편광효과를 이용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편광효과 선글라스와 카메라용 편광필터 등 난반사를 줄이는 광학제품들이다.

자연광은 모든 방향의 전기장이 균일하기 때문에 빛이 반사될 때도 난반사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렇게 난반사되는 빛을 편광필터를 사용해 거르면 일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보이게 되기 때문에 눈부심이나 쓸데없는 반사광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같은 편광효과를 좌안과 우안의 영상을 구분하는 데 사용하는 게 바로 패시브 스테레오 방식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편광은 자연광을 편광필터로 걸러내면 얻을 수 있으며, 진동방향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좌안용 편광은 수직방향, 우안용 편광은 수평방향으로 만들어 스크린에 영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2개의 영사기에서 각각 좌안 영상과 우안 영상을 쏘아 이를 스크린 위에서 합치는 것.

이렇게 만든 영상을 관객이 보려면 좌안 영상은 수직방향 편광필터, 우안 영상은 수평 방향 편광필터가 있는 3D 안경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좌안에는 좌안 영상, 그리고 우안에는 우안 영상만 보이게 돼 입체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의 장점이라면 역시 영상의 색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3D 안경의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항상 2대의 영사기가 필요하다. 스크린 역시 편광면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가의 실버스크린을 써야 한다. 실버스크린은 실버타입이라고 불리는 금속가루가 섞인 도료로 도장한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일반 극장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 또한 기술 초창기에는 2대의 영사기 빛이 한 자리에서 정확히 만나도록 제어하기 쉽지 않아 입체적인 시각이 상실되기도 했다.

특히 편광 중에서도 진동방향이 항상 일정한 직선편광을 사용하기 때문에 관객이 머리를 조금만 기울여도 3D 안경과 스크린에서 반사되는 빛의 각도가 맞지 않아 입체적인 시각이 깨진다. 이 같은 현상을 크로스토크라고 한다. 따라서 입체적인 시각을 유지하려면 항상 고개를 꼿꼿이 세운 부동자세로 있어야 하는데, 이는 머리와 목의 근육을 피로하게 만들어 두통을 초래한다.

3. 리얼 D 방식

리얼 D는 아바타 등 현재 선보이고 있는 대부분의 3D 영화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좌안과 우안의 영상 분리에 편광을 사용한다는 원리에서는 패시브 스테레오 방식과 마찬가지이지만 그것 외에는 같은 점이 거의 없다.

당장 사용되는 편광부터가 직선편광이 아닌 원편광이다. 원편광이란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빛이 나사처럼 회전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원편광 필터를 통해서도 체험할 수 있다.

원편광 필터는 필터를 회전시켜가며 편광 효과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인데, 어떤 촬영 각도에서도 난반사 없는 최적의 편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리얼 D는 좌안과 우안 등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원편광 영상을 하나의 스크린에 초 당 72번씩 번갈아가며 총 144회 영사한다. 영사기에서 나오는 일반 영상을 원편광 영상으로 변환하는 위해서는 영사기의 렌즈 앞에 부착된 Z 스크린이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관객은 원편광 방향이 반대인 2개의 필터가 달린 3D 안경을 통해 영상을 보게 된다. 즉 왼쪽으로 진동하며 돌아가는 원편광 영상은 오른쪽 원편광 필터에서 사라져 버리고, 오른쪽으로 진동하며 돌아가는 원편광 영상은 왼쪽 원편광 필터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좌안 및 우안 영상을 분리 공급함으로써 관객의 뇌는 입체효과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리얼 D 방식은 패시브 스테레오 방식과 달리 관객이 고개를 돌려도 크로스토크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며, 관객의 뇌에도 부담을 덜 준다. 별도로 Z 스크린을 설치해야 하긴 하지만 영사기 1대로 상영이 가능한 것 또한 장점이다. 다만 스크린은 패시브 스테레오 방식과 같이 실버스크린으로 교체해야 한다.

지난 2005년 치킨 리틀이 처음으로 리얼 D 방식으로 상영된 이후 해외는 물론 국내의 여러 극장에서도 리얼 D 상영관을 설치했으며, 그 수가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가끔 3D 영화를 관람할 때 지급되는 3D 안경을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사람도 있는데, 극장 밖에서는 효과가 없는 물건이다. 게다가 자외선 필터링도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야외에서 선글라스 대용으로 썼다가는 시력을 해치기 쉽다.

3D 영화 붐의 실체와 미래

기록적인 흥행 성공을 거둔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로 인해 앞으로 한동안 3D 영화에 대한 투자와 제작이 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50년대와 1980년대에 이어 제3차 3D 영화 붐이라고 보아도 좋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할리우드에서만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60편 가까운 3D 영화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가전제품 메이커들은 3D TV를 만들어 3D 영화의 감동을 안방극장에까지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이는 리얼 D로 대표되는 3D 영화 기술의 급속한 진보, 그리고 영화관의 지위를 흔드는 새로운 위협 요인의 출현 때문이다. 새로운 위협 요인이란 다름 아닌 인터넷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 영화다.

과거에도 TV가 영화관의 지위를 위협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극장 개봉과 거의 시차 없이 인터넷 상에 전파되는 불법 다운로드 영화는 파괴력이 TV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에 따라 영화계는 불법 다운로드 영화가 줄 수 없는 무언가를 극장용 영화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무언가'가 바로 3D 영화인 것이다. 현재 일반 컴퓨터용 스크린으로 3D 영화의 입체적 시각효과를 구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3D 영화를 3D 안경 없이 보면 좌안 및 우안 영상이 한데 섞여 크로스토크 현상을 일으킨다. 그 상태로는 캠코더 등으로 촬영해도 도저히 쓸 만한 화질을 얻기 어렵다. 3D 영화에는 영화의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뜻하지 않은 순기능 또한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3D 기능이 있는 TV가 보급됨에 따라 가정에서도 3D 영화, 3D 비디오 게임 등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3D 안경 없이 나안 상태로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무안경식 3D 디스플레이 기술도 활발히 연구 중이며, 스크린을 뛰쳐나온 3D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홀로그래피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홀로그래피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기록하고 재생하는 3차원 입체영상을 말한다. 만일 여기에 시각뿐만 아니라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오감만족 기술, 또는 가상현실 기술 등을 접목시킨다면 영화와 현실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질 것이다.

다만 3D 영화는 2D 영화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 아바타의 국내 관람료만 하더라도 3D 버전은 2D 버전의 2배인 1만6,000원에 달한다. 3D 영화를 위한 특수한 촬영과 영사에 따르는 원가 부담이 관객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당장 티켓 값이 2배로 오르면 아무리 영화광이더라도 예전만큼 영화관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3D 영화의 제작과 보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3D 영상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출에만 치우쳐 영화 본연의 작품성을 도외시한 기획이 양산되고, 이로 인해 관객들이 3D 영화에서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지난 1950년대와 1980년대의 제1, 제2차 3D 영화 붐에서 나타났던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2D 공간에 불과한 스크린에 인위적으로 3D 영상을 구현한 3D 영화는 관객들에게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노드웨스턴 대학의 연구팀에 따르면 3D 영화는 뇌의 과부하에 따른 구토, 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이 갖고 있는 양안의 시차와 3D 영화에서 제공하는 시차가 맞지 않게 되면 뇌는 이를 맞추기 위해 평상시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일부 관객에게 구토, 두통 등의 증세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좋아도 얼굴 크기에 맞지 않는 안경을 쓰면 어지러운 것과 똑같은 원리다.

또한 연구팀은 정상적인 거리지각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3D 영화를 볼 수 없으며, 사시 등 눈의 근육에 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눈이 사물을 제대로 주시할 수 없어 3D 영화를 보는 데 애를 먹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가정으로까지 3D 방송, 영화, 게임 등이 확산될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3D 영상 기술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심도 있는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3D 영화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새로운 영화제작 포맷의 주류로 자리매김한다면 세계의 영화계는 또 한 차례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게 될 것이다.
글_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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