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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가려내는 fMRI 거짓말탐지기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스캐너로 촬영한 뇌 활동의 패턴 분석해 범인 여부 판별

지난해 하반기 일리노이 주의 한 판사는 살인사건 재판에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fMRI) 스캐너로 촬영한 뇌 활동 패턴 영상을 증거로 채택했다.

10살 먹은 소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브라이언 듀건의 변호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살인이 일어났음을 주장하기 위해 fMRI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배심원단의 선처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피고인을 선처해주지 않았다. 사형을 선고한 것. 이처럼 fMRI 영상이 듀건을 살려내지는 못했지만 많은 법률가들은 이번 사례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fMRI 스캐너로 촬영한 뇌 활동의 패턴 분석이 법적 증거자료로 제출되는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fMRI 영상에 나타난 뇌 활동의 패턴을 분석하면 피고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면 멀쩡한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는 거짓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fMRI의 기능 때문이다.

fMRI는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 즉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부위를 측정하는 영상진단법이다. 뇌의 신경세포들이 활동하면 산소 소비량이 증가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그 부분의 혈류량이 증가해 밝게 나타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 예를 들어 냄새를 맡는데 집중하고 있으면 후각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fMRI 영상에 밝게 나타나고,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하면 사고와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가 밝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메커니즘은 거짓말 탐지에도 활용될 수 있다. 즉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뇌의 특정 부위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활동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는 fMRI 영상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fMRI를 이용한 거짓말 탐지가 혈압과 호흡 등 간접적인 신체현상을 측정하는 기존의 거짓말탐지기보다 정확하다는 확증은 없다. 하지만 거짓말의 진원지를 직접 측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정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거짓말탐지기는 심적 변화에 따른 자율신경계의 반응을 이용해 피의자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판별한다.

즉 거짓말을 할 때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호흡·혈압·맥박 등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기록하는 것이 바로 거짓말탐지기인 것.

fMRI를 거짓말 탐지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fMRI 거짓말탐지기의 상용화에 나선 기업도 있다.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노 라이(No Lie) MRI와 매사추세츠에 있는 세포스가 주인공. 노 라이 MRI와 세포스는 fMRI 스캔을 통한 뇌 활동 패턴의 분석을 통해 놀라운 정확성으로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얘기가 좀 복잡하다.

무엇보다 뇌 각 부위의 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하는 게 난제다. 연구자들은 인체실험을 기반으로 거짓말 패턴을 밝혀내는 중이다. 거짓말 패턴이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뇌가 fMRI 촬영을 통해 보이는 영상을 말한다. 그럼 컴퓨터는 이를 토대로 분석해 피험자가 진실을 말하는지 판단한다.



하지만 뇌 활동 패턴이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보이는 fMRI 영상을 표준화해 일관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노 라이 MRI와 세포스는 자신들이 만든 fMRI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이 75~98%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컬럼비아 대학 영상인지과학 프로그램 부장인 조이 허시에 따르면 이 정도의 정확성도 별로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누군가의 생명이 이 탐지기의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노 라이 MRI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조엘 후이젠거도 이를 인정한다. 그는 또한 fMRI 영상이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그의 회사도 거짓말 패턴을 더욱 정확히 밝혀내기 위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세포스의 최고경영자 스티븐 레이큰 역시 fMRI 영상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며, 판결을 뒷받침하는 용도로만 쓰여야지 판결을 확정하는 결정적 증거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배심원들은 증거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만 집중할 뿐 오류 가능성은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과학적으로 보이는 결과라면 무조건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따라서 거짓말 탐지에 대한 fMRI의 신뢰성을 최대한 높이는 게 해결책이라고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연구자 앤드류 코젤은 말한다.

그는 세포스의 자금지원을 받아 연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는 지난해 발표됐다. 이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을 모의범죄에 참여하게 한 다음 fMRI를 사용해 이들의 거짓말을 판단했다. 이 실험에서 fMRI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가려냈지만 진실을 말하는 사람도 거짓말쟁이로 오인했다.

코젤은 fMRI 영상이 법정의 판결에 사용될 경우와 가장 유사한 시나리오를 실험하기 위해 후원자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모의범죄에서는 거짓말을 하더라도 해고나 소송, 투옥 등 현실적인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에 따라 약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환경을 설정해 연구를 한다는 게 코젤의 계획이다.

거짓말탐지기로서의 fMRI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마도'라는 말이 아직도 유효하다. 일리노이에서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은 신기술을 정식으로 채용하기 전에 이것저것 따지고 보는 습성이 있다. 뉴욕 로스쿨에서 fMRI 영상의 법정 사용을 연구하는 마이클 버린은 이렇게 말한다. "fMRI 영상이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려면 더 많은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변호인들이 fMRI 영상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검증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정인의 뇌 스캔을 통해 그 사람을 감옥에 보내거나 심지어 사형에 처한다는 발상은 너무나도 많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명예훼손이나 비방, 사기 등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거나 정부기관이 직원의 정직성을 의심하는 경우 등 형사사건보다는 민사사건에 더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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