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 모든 오리가 오렌지색 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발과 다리의 색이 청록색이나 회색인 종류도 많이 있다. 단지 오렌지색 발을 지닌 오리들의 경우 이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함이다.
암컷 오리들이 오렌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 볼티모어 캠퍼스의 진화생물학자인 케빈 옴랜드 박사는 청둥오리의 색에 대해서는 자신이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칭한다.
졸업 논문의 주제가 바로 청둥오리의 색이었던 것. 옴랜드 박사는 "청둥오리의 수컷을 관찰한 결과 개체별로 몸의 색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과연 어떤 개체가 암컷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지 궁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머리를 녹색 깃으로 치장한 수컷이 인기가 있을까. 아니면 날개 일부가 파란 수컷이 미남으로 인정받을까.
혹시 목에 넥타이 모양의 흰색 깃털을 가진 개체들은 암컷에게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옴랜드 박사는 무려 4년 동안 청둥오리의 구애 행위를 관찰하고 문서화했다. 이 과정을 거쳐 그가 내린 결론은 깃털의 색과 구애 성공률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중요한 것은 부리의 색과 밝기였다.
밝은 오렌지색 부리를 가진 수컷일수록 암컷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이다. 부리의 색이 밝은 오렌지색이라는 것은 비타민, 특히 면역체계 형성에 기여하는 오렌지색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함유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의 섭취 상태가 매우 좋음을 의미한다. 즉 암컷은 부리의 색으로 수컷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었다.
옴랜드 박사는 "오렌지색 부리는 수컷이 좋은 유전자를 지녔고, 좋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며, 면역체계가 튼튼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라며 "암컷들은 이를 자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아주 매력적인 특성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옴랜드 박사의 연구는 부리의 색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그는 부리와 함께 발의 색깔 역시 암컷의 주목을 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뱁새가 대표적인 예다. 실제 뱁새는 파란색 발을 지녔는데, 이들이 발을 구애에 활용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옴랜드 박사는 "뱁새 암컷들은 수컷의 발 색깔에 많은 신경을 쓴다"며 "청둥오리도 뱁새처럼 발 페티시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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