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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아파트형 호텔 에어크루즈

해외여행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경험이다. 하지만 이 같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종종 10시간 이상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온몸을 휘감는 끔찍한 지루함을 견뎌내야 한다.

입맛에 맞지 않는 기내식으로 배고픔도 달래야 한다. 그런데 만일 안락한 아파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럼에도 태평양 상공에서 직접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뉴욕의 야경을 감상하며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다면? 하늘을 나는 아파트형 호텔 에어크루즈라면 이 같은 꿈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저희 호텔이 잠시 후 이륙하겠습니다. 목적지인 파리까지 편안한 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서기 2020년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한 아파트형 호텔. 국제선 항공기에서나 들을 법한 멘트가 안내방송으로 흘러나온다. 이윽고 호텔에 미세한 떨림이 전해지고, 호텔 전체가 서서히 하늘로 떠오른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공포에 빠져야 정상이지만 투숙객 중 당황하거나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며 즐거워한다.

에어크루즈(Air cruise)로 명명된 이 아파트형 호텔은 여느 평범한 호텔과는 다르다. 아파트 형태라는 외형상의 차이는 물론 호텔과 비행선이 하나로 결합돼 통째로 날아올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한 마디로 하늘을 나는 호텔인 셈이다.

이 같은 혁신적 개념을 선보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삼성물산.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한 삼성물산이 영국의 세계적 디자인 업체인 시모어파월과 협약을 맺고 미래형 주택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디자인한 첫 번째 작품이다. 에어크루즈가 우리나라의 전통 방패연 모양을 한 것이나 외벽에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에서 처음 디자인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에어크루즈는 단순한 콘셉트로 여겨졌다. 모든 콘셉트 디자인이 그렇듯 현실성보다는 아이디어 자체의 혁신 성과 참신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

하지만 최근 시모어파월이 에어크루즈의 세부 설계 내 역을 발표하며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에어크루즈의 외형과 내부는 물론 이륙과 비행에 관한 비교적 구체적인 사항들이 제시되면서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63빌딩 크기의 풍선

시모어파월의 발표에 따르면 에어크루즈는 일단 외형에서부터 사람들을 압도한다. 경량 합성소재로 제작한 8개의 격자무늬 프레임에 유연한 소재의 삼각형 외벽 4개를 부착한 설계구조를 갖고 있는데, 높이가 무려 265m다. 이는 63빌딩을 16m나 상회하는 것.

거대한 크기만큼 중량도 만만치 않다. 순수한 동체 무게만 340톤에 달한다. 이륙중량은 보잉의 최신 여객기 B787-3 드림라이너의 최대 이륙중량인 170톤보다 1.2배 많은 378톤으로 승객 100명과 승무원 20명, 그리고 20톤에 이르는 식재료 및 각종 소비재를 싣고 비행이 가능하다. 최대 상승고도는 3,657m다.

놀라운 사실은 고층빌딩과 견줘도 손색없는 에어크루즈를 하늘로 띄우기 위해 제트엔진과 같은 강력한 동력장치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에어크루즈는 풍선이나 열기구의 부양(浮揚) 메커니즘을 채용한다.

풍선과 열기구는 각각 헬륨가스와 뜨거운 공기를 부양 동력으로 사용하는데, 에어크루즈의 경우 수소가스가 그 역할을 한다. 헬륨에 버금가는 부양력을 지닌 수소를 4개의 외벽 구조물 속에 가득 채워 이륙에 필요한 상승력을 제공받는 것. 적어도 이륙방식에 한해서는 에어크루즈를 63빌딩보다 큰 풍선이라고 해도 실언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과연 수소가스의 힘만으로 중형 승용차 250여대 무게인 378톤의 구조물을 공중으로 띄울 수 있을지가 그것. 시모어파월은 이것이 면밀한 과학적 검토를 거친 결과라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 회사는 수소의 부양력과 에어크루즈의 중량을 감안, 에어크루즈에 총 33만N㎥의 수소가 충전되도록 설계했다. 수소 1N㎥가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약 1.2 ㎏인 만큼 이 정도의 양이면 이론적으로 396톤의 물체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에어크루즈는 이륙중량 대비 부양능력에 약 18톤의 여유가 있어 만선상태에서도 풍선처럼 가볍게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품은 비행선

외형과 이륙 시스템에 더해 에어크루즈의 내부 또한 혁신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투숙객들의 주거 공간.

일반 호텔이 침실과 욕실로 구성된 원룸 형태의 객실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에어크루즈에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간다.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펜트하우스 1채를 포함해 소형 아파트 5채, 복층아파트 4채 등 총 10채의 아 파트가 구비된다. 승객 정원이 100명이므로 각 아파트의 입주자(?)마다 10명의 여행 동반자를 데려올 수 있는 셈이다.

아파트형 호텔인 만큼 침실과 욕실, 거실, 부엌, 서재 등 생활을 위한 모든 공간이 제공됨은 물론이다. TV, 냉장고, 오븐 등의 전자제품도 풀 옵션으로 마련돼 있다. 특히 아파트의 외벽이 통유리로 마감돼 있어 여행객들은 여행기간 동안 집안 어느 곳에서나 창밖에 펼쳐지는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고급 바와 라운지, 회의실, 사교공간도 호텔 곳곳에 별도로 운용된다.

결국 승객들이 챙겨올 것은 자신이 먹을 음식과 입을 옷가지뿐이다. 그러면 마치 자신의 집을 옮겨 놓은 듯 넓고 안락한 환경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기존 항공여행이 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승무원들이 나눠주는 기내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새우잠을 자야했다면 에어크루즈에서는 김치찌개로 입맛을 살리고, 가족들과 삼겹살 파티를 벌여도 된다. 햇빛 찬란한 태평양을 바라보며 월 풀 욕조에서 피로를 풀고, 북두칠성을 벗 삼아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또한 에어크루즈는 비행기가 아닌 비행선이기 때문에 공중 정지 비행도 가능하다. 승객들이 원한다면 야경이 멋들어진 에펠탑, 그리고 야생동물이 뛰노는 세렝게티 초원에서 여유롭게 식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오직 에어크루즈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일생일대의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환경친화적 비행

에어크루즈는 미래항공여행의 화두로 꼽히는 친환경성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실 비행기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질소산화물, 유황, 탄화수소 등의 유해물질을 지구 상공에 뿜어내는 하늘의 공해 공장이다. 통상 제트A로 불리는 항공유 1파운드(0.45㎏)를 연소시키면 3배에 달하는 3파운드의 탄소가 대기권 상층부로 유입되는 것.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비행운 속의 물방울이 배기가스 내 탄소산화물의 온실효과를 3~4배나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비행운이란 비행기가 날 때 뒤에 꼬리 모양으로 나타나는 얇은 구름을 말한다. 이로 인해 현재의 비행기 이용객 증가세가 지속되면 오는 2050년경에는 지구 기후변화의 6~10%가 비행기에 의해 유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7년 11월 유럽 연방의회가 유럽 내에 노선을 가진 모든 항공사들을 탄소 배출권 거래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통과시킨 배경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 근거한다. 이에 해당되는 항공사들은 오는 2011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0% 이상 낮춰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강제로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크루즈에게 이는 다른 세상의 일에 불과하다. 이착륙과 비행을 포함한 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유해물질 배출량도 제로다.

실제 에어크루즈는 대형 연료전지를 통해 수소가스를 전력으로 변환, 내부에서 쓰이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에 맞춰 오븐 등 아파트 부엌의 조리 기기들은 가스가 아닌 전기로 구동되는 제품으로 설치돼 있으며, 난방 및 온수도 전기보일러와 전기온수기로 해결한다.

비행동력은 태양전지의 몫이다. 거대한 동체 외부에 태양전지 패널을 부착, 이들이 생산한 친환경 전기에너지로 비행동력의 100%를 충당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연료전지시스템은 발전과정에서 물을 부산물로 생성하는데, 이를 정제해 음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다. 에어크루즈를 날아다니는 에코하우스라고 칭해도 무방할 정도다.




미래 항공여행의 주류

단지 에어크루즈의 설계를 보면 다소 아쉬운 부분을 하나 찾을 수 있다. 다름 아닌 비행속도다.

시모어파월이 표방한 에어크루즈의 비행속도는 시속 100~150㎞. 맞바람이나 뒤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때라는 전제를 감안하더라도 웬만한 자동차보다 느린 속도다. 서울에서 LA까지 비행시간만 63시간. 파리까지는 60시간이 걸린다. 미주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면 목적지 상공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돌아오더라도 최소 5일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베이징도 에어크루즈로는 6시간이나 걸린다. 시간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꽤 실망스런 수준이다.

하지만 시모어파월은 이것이 에어크루즈의 진정한 강점이자 지향점이라고 강조한다. 에어크루즈는 기본적으로 2015년 이후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미래주택 중 하나를 예측한 결과물인데, 미래에는 항공여행에 있어 느림의 미학이 부각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현재의 해외여행이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해 최대한 많은 장소를 둘러보는 것에 맞춰져 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여유롭고 안락하게 여행을 다녀왔는지가 여행의 품격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된다고 내다본 것. 여행을 어디로 다녀왔는지가 아닌 어떻게 다녀왔는지가 중시된다는 얘기다.

시모어파월은 이를 '느림이 새로운 빠름이 된다(slow is the new fast)'고 정의하고 있다. 만약 이 예측이 정확하다면 미래의 어느 날 에어크루즈가 현실세계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하늘에서 크루즈 여행의 품격을 체감할 수 있는 에어크루즈야말로 미래항공여행의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NASA의 자가용 전기비행기 퍼핀





에어크루즈가 미래 럭셔리 가족여행의 전형을 제시했다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개인용 이동수단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신개념 자가용 전기비행기 콘셉트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다오리'라는 뜻의 퍼핀(Puffin)으로 명명된 이 전기비행기는 일종의 1인용 제트 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제트 팩과 달리 퍼핀의 경우 수직이착륙 기능과 함께 고속 전진비행 능력을 갖췄다.

이륙할 때는 로켓처럼 동체를 수직으로 세워 상승하지만 일정 고도에 이르면 점차 수평으로 뉘어져 고속으로 전진비행하는 것. 고정익 항공기와 헬리콥터의 장점을 융합한 틸트로터 형태의 비행기인 셈이다.

전장 3.7m, 전폭 4.1m로 웬만한 승용차 크기지만 NASA는 퍼핀의 기동성 향상을 위해 경량 탄소섬유로 동체를 제작, 중량은 181㎏에 불과하다. 비행동력은 직경 2.3m의 로터 2개가 제공하는데,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했다.

퍼핀의 속도는 시속 240㎞며, 배터리 재충전 없이 80㎞의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고속추진 모드를 사용하면 최대 시속은 482㎞까지 올라간다.

NASA는 올 3월 내 상용모델의 3분의 1 크기인 시제품 모델을 개발, 성능 테스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17년까지 비행거리를 240~320㎞로 향상시킨 상용모델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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