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소행성과 혜성은 태양을 공전한다는 유사성이 있으며, 크기도 비슷하다. 문제는 이들 소행성과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6,500만 년 전 공룡의 멸종, 1만여년 전 북미 대형동물의 멸종, 그리고 문명시대 초기의 기록적인 대홍수 등의 원인으로 이들 소행성과 혜성이 지목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측과 예측, 그리고 지구와의 충돌을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 인류의 목숨을 대가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소행성과 혜성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며, 어떻게 찾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아마겟돈, 딥임팩트, 파워레인저, 스트라토스4, 에이스컴뱃4, 스타십 트루퍼스….
이들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뭘까. 지구로 날아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소행성과 혜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들 말고도 지구로 날아오는 지구근접천체를 격파해 인류를 구원한다는 내용의 영화는 많다. 지구근접천체란 지구에 가깝게 근접, 충돌할 위험성이 있는 소행성과 혜성을 말한다.
그런데 이 같은 영화를 접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정말로 소행성과 혜성이 날아온다면 인류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대응할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일까. 있다면 어떤 방법일까.
지구 찾아오는 위험한 천체 손님
현대의 인류가 피부로 느낄 일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실상 지구는 생겨난 이래 끊임없이 지구근접천체와 충돌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의 표면만 봐도 알 수 있다. 대기가 없는 달의 표면은 끊임없이 날아드는 소행성 및 혜성과의 충돌로 인해 생긴 크레이터 천지다. 크레이터란 행성, 위성 표면에 있는 크고 작은 구멍.
소행성과 혜성의 크기는 충돌빈도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구는 평균 50만 년마다 한 번 꼴로 직경 1km 정도의 지구 근접 천체와 충돌하고 있으며, 평균 1,000만 년마다 한 번 꼴로 직경 5km 정도의 지구근접천체와 충돌하고 있다. 그에 반해 5~10m 정도의 비교적 작은 지구근접천체는 매년 1개꼴로 지구와 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비교적 작다는 5~10m급 지구근접천체조차도 파괴력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에 상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지구근접천체는 지구의 대기를 통해 거를 수 있다. 대기의 마찰열로 인해 지면에서 비교적 먼 대기권 상층부에서 폭발하고 구성 물질은 증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근접천체의 직경이 35m만 넘어도 얘기는 달라진다. 이 같은 지구근접천체는 수천 년마다 한 번 꼴로 지구에 떨어지는데, 크기가 이 정도면 대기 마찰에도 불구하고 상당부분이 살아남아 지면에 충돌하거나 지면 근처에서 폭발한다. 그리고 지난 1908년 6월 30일 러시아에서 발생한 퉁구스카 대폭발 정도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퉁구스카 대폭발은 당시 2,150㎢에 걸쳐 8,000만 그루의 나무를 쓰러뜨렸다. 퉁구스카 대폭발의 원인은 아직도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미니블랙홀, 반물질, 심지어 UFO 추락 가설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5~10km 상공에서 지구근접천체가 폭발을 일으켰다는 가설이 가장 개연성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만일 지구근접천체가 러시아의 변방이 아닌 뉴욕이나 런던, 그리고 파리에 떨어졌다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쯤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소행성과 혜성 충돌의 각종 흔적
기나긴 지구의 역사에 남은 지구근접천체의 발톱자국은 퉁구스카 대폭발만이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의 베링거 크레이터, 약 1만 년 전에 소행성과 충돌해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아르헨티나의 리오 쿠아르토 크레이터의 거대한 구덩이들은 역사가 쓰여 지기 한참 이전에 지구에 떨어진 지구근접천체의 분명한 흔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헨버리 크레이터, 에스
토니아의 카알리 크레이터, 그리고 아라비아의 와바리 크레이터 등도 마찬가지. 이 외에도 여러 지구근접천체가 선사시대 지구에 떨어져 영향을 미쳤음은 여러 가지 증거를 통해 나타난다.
6,500년 전 유카탄 반도에 직경 10km의 소행성이 떨어져 백악기 이후 지구상 생물체의 대멸종을 초래한 것은 학계에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시의 지층에서 이리듐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온 데다 유카탄 반도 해안의 퇴적층 아래 깊은 곳에 지름 180km의 크레이터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리듐은 지구에는 드물지만 지구근접천체에는 많이 포함돼 있는 물질이다.
직경 10km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졌다면 전 세계 모든 핵무기를 합친 것의 1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아마도 소행성 충돌로 만들어진 산성비는 대양의 90m 깊이까지 오염시키고, 300m 높이의 해일이 대서양을 휩쓸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파편은 지구 궤도까지 날아올라 불덩이가 돼 떨어지면서 전 세계의 숲을 불태웠을 것이다. 또한 충돌로 인해 생긴 두꺼운 먼지가 지구 전체를 덮쳐 태양 에너지를 차단, 전 세계를 혹한 속에 몰아넣었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재난들이 겹치면서 큰 동물들은 전부, 작은 동물들은 절반 이상 죽어갔을 것이다.
유카탄 반도의 소행성 충돌 외에도 역사에 남은 지구근접천체 충돌 가설은 많다. 1만 2,900년 전 5대호 북방 빙원에 거대 혜성이 추락, 북미의 생명체를 대량 멸종시켰다는 클로비스 혜성 가설이 바로 그것.
지난 1992년에는 비엔나 대학의 에디트 크리스탄 톨만과 알렉산더 톨만이 지금으로 부터 9,500년 전 한 혜성의 파편 7개가 바다 곳곳에 떨어져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지진과 심각한 홍수를 초래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톨만 연구팀은 모든 문화권에서 대홍수에 대한 신화와 전설이 나타남에 주목하고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인도양 중앙의 3,800m 아래에서는 지름 29km의 버클 크레이터도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이 크레이터를 만든 지구근접천체가 무려 180m 높이의 지진해일을 일으켜 인류문명 초기에 매우 치명적인 위협을 가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한 연륜연대학자인 마이크 베일리는 서기 533~534년경에 살았던 나무의 나이테를 조사해 본 결과 이 시기에 상당한 크기의 혜성 충돌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된 먼지 구름이 지구 기후에 적어도 5~10년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서기 1490년에는 중국의 산서지역에서 1만 명의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에 맞아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이 같은 돌은 지구근접천체가 대기 중에서 파열된 파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천문학자들의 주장이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인류는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 보다 훨씬 자주 소행성과 혜성의 공격을 받으며 살아온 것이 된다.
지구근접천체의 지구 충돌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1972년 몬태나 상공 58km에서 직경 10m로 추정되는 소행성이 대기권에서 튕겨나갔으며, 2008년 10월 7일에는 소행성 2008 TC3가 수단 상공에 돌입해 폭발하기도 했다.
지구 미래 위협할 지구근접천체
앞으로 신경 써야 할 소행성과 혜성도 많이 있다. 오는 2029년에는 소행성 99942 아포피스가 지구 반지름의 6배 거리를 두고 지구를 스쳐지나갈 예정이다. 이 소행성은 지름 270m, 질량 2.7×1010kg의 비교적 큰 소행성이다. 만에 하나 이 소행성이 중력 열쇠구멍을 통과해 지구로 끌려오게 된다면 2036년 4월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력 열쇠구멍이란 천체의 궤도를 바꿔 지구 중력권으로 끌고 들어와 지구와 충돌하게 하는 우주의 특정한 영역을 말한다. 99942 아포피스의 경우 그 폭이 400m일 정도로 매우 좁기 때문에 열쇠구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이렇게 될 확률은 25만 분의 1로 추산되고 있다.
2048년에는 직경 130m, 무게 3.3×109kg의 소행성 2007 VK184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확률은 3,000분의 1 정도. 그리고 2880년 3월 16일에는 직경 1.4km, 무게 3,000×109kg이 넘는 소행성 1950 DA가 지구 근처를 통과하게 된다.
이는 앞으로 19~38년, 그리고 870년 이후의 미래 이야기다. 그동안 야르콥스키 효과를 통해 이들 소행성의 궤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것. 야르콥스키 효과란 소행성이 태양으로부터 흡수한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만 방출 하면 그 반대 방향으로 소행성이 밀려나 궤도가 변한다는 이론이다.
이들 소행성의 진로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지구에서 수천만km 거리를 두고 비껴나가는 궤도와 300분의 1 확률로 충돌하는 궤도 등 2가지 궤도를 탈 가능성이 제시됐다. 만약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피해는 전 지구에 미치며, 인류 문명은 치명적인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다.
소행성을 비롯한 지구근접천체의 충돌 위험도는 토리노 척도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토리노 척도는 가장 위험성이 낮은 0등급에서 가장 위험성이 높은 10등급까지 있다.
0등급은 충돌 위험성이 전무한 상태며, 녹색으로 표시되는 1등급은 지구 근처를 통과할 수는 있지만 이렇다 할 위험성이 없는 비교적 안전한 상태다. 그리고 황색으로 표시되는 2~4등급은 충돌 위험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태.
주황색으로 표시되는 5~7등급은 충돌 위험성이 높은 위험한 상태며, 적색으로 표시되는 8~10등급은 100% 충돌해 지구에 큰 피해를 입힐 지구근접천체에 주어진다. 특히 10등급은 전 지구적인 파멸적 재해, 다시 말해 대멸종을 초래할 만큼 극도로 위험한 지구근접 천체에 부여된다.
10년 이전에 위험한 천체 발견해야
현재 위험한 소행성과 혜성을 사전에 발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전, 그것도 충돌하기 10년 이전에는 위험한 지구근접천체를 발견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구근접 천체의 궤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근접천체가 지구와 충돌하기 수주일, 또는 수일 전에 발견된다면 죽음을 준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 같은 지구근접천체를 찾으려면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지구근접천체 발견 프로젝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지난 1996년부터 시작된 지구 근접소행성탐사(LINEAR)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뉴멕시코에 배치된 직경 1m 망원경 2대와 직경 50cm 망원경 1대로 우주를 감시해 왔다. 지난 2004년까지 매년 수 만 개의 새로운 소행성과 혜성을 발견해 왔는데, 이는 매년 새로 발견되는 지구근접천체의 65%에 해당한다.
또한 애리조나의 키트 봉 천문대에서는 지난 1980년부터 스페이스워치 프로그램을 통해 망원경으로 우주공간을 감시하고 있다. 이 외에 지구근접천체추적(NEAT)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지구를 위협하는 지구근접천체에 대한 관측이 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WISE 위성은 고감도 적외선 탐색 장치로 1년 동안 400개의 지구근접천체를 발견해 낼 수 있다. 유럽우주기구는 지구 근접 천체를 발견하기 위한 위성인 네오샛을 발사할 예정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 따르면 2028년까지 직경 140m 이상의 지구근접천체 중 90%를 발견하는데 2억5,000만~4억5,000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관측과 예측 덕분에 지난 2008년 수단에 떨어진 직경 4m의 소행성 2008 TC3의 충돌 위치와 시간을 19시간 전에 정확히 예보할 수 있었다. 또한 99942 아포피스의 경우 처음에는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최대 3%에 달한다고 예측됐다. 하지만 현재는 더욱 정확해진 계산으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근접천체 관측과 예측에는 빈틈이 많다. 2008 TC3의 직경이 4m 아닌 4km쯤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19시간 전에 예보해 봤자 헛일이 아니었을까.
지구와의 충돌 막을 물리적 수단
관측과 예측을 통해 지구로 소행성과 혜성이 날아올 게 분명하다면 물리적 수단을 통해 저 지해야 한다. 현재 다양한 방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대표적인 방식은 크게 2가지다. 파괴와 지연이 바로 그것.
파괴방식은 문자 그대로 지구근접천체를 파괴, 이들의 파편이 지구를 스쳐지나가거나 지구에 떨어지더라도 대기권 내에서 완전히 증발돼 없어지도록 잘게 부수는 것. 이 같은 방식은 아마겟돈 등의 영화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파괴방식에는 문제점이 많다. 자칫 한 개의 큰 지구근접천체를 작지만 위협적인 여러 개의 지구근접천체로 갈라놓을 수 있다는 것. 직경이 35m 이상 되는 지구근접천체라면 대기권에서도 타 없어지지 않고 지구와 충돌, 피해를 입힐 것이 확실하다. 이 때문에 고도의 폭파기술을 사용, 지구근접천체의 파편 크기를 현격히 줄이지 못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구근접천체를 폭발시켜 발생한 수 천 개의 파편을 모두 추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지구근접천체를 잘게 파괴할 무기는 핵무기밖에 없는데, 만약 핵폭발 이후 남은 잔류 방사능을 뒤집어쓴 파편이 지구로 떨어지면 훨씬 위험하다. 따라서 파괴 방식은 최선책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지연방식은 지구근접천체의 속도를 늦추거나 궤도를 바꿔 지구와 충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지구근접천체와 지구의 충돌을 예상하기 위해서는 일말의 전제가 있어야 한다. 즉 지구근접천체와 지구는 같은 속도로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이 둘의 궤도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구의 속도와 궤도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지구근접천체의 속도 또는 궤도를 늦춰야 지구와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지구는 초당 30km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지름은 1만 2,750km인 만큼 이론상으로는 지구근접천체의 속도를 늦춰 지구 궤도에 뛰어드는 시점을 425초, 즉 7분 이상만 늦추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구상되고 있는 지구근접천체 저지는 대부분 지연방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핵무기 폭발 통한 궤도 변경
핵무기를 지구근접천체의 표면 또는 지하에 장착한 후 폭발시키면 상당 부분을 증발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구 근접천체의 균형이 바뀌어 궤도 역시 바뀌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방식의 변형도 있다. 여러 개의 소형 핵무기를 지구근접천체 표면에 장착한 후 일제히 폭발시켜 그 반작용으로 궤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우주선 및 지구근접 천체 충돌
이는 지구근접천체에 우주선 또는 인위적으로 궤도를 바꾼 다른 지구근접천체를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돌을 던져 날아오는 돌을 맞추는 것과 같다.
유럽우주기구에서는 이미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이 같은 임무에 대한 사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구근접천체의 궤도굴절 임무 가운데 최초로 실질적인 구상이 이루어진 케이스다. 99942 아포피스의 경우 1톤 미만의 우주선을 충돌시켜도 충분히 궤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유럽우주기구는 보고 있다.
만유인력 이용한 궤도 변경
질량을 가진 우주공간의 모든 물체에는 만유인력이 작용하고 있어 큰 물체건 작은 물체건 서로 끌어당기게 된다. 이를 이용해 지구근접 천체의 궤도를 바꾸겠다는 아이디어도 제기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구근접천체 주변에 질량이 큰 우주선을 함께 날게 해 지구근접천체의 궤도를 바꾸자는 것.
우주선에는 추진기가 달려있어 지구근접 천체의 만유인력에 끌려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구근접천체는 우주선 쪽으로만 끌려가게 되며, 이를 통해 지구 충돌 궤도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지구근접천체 표면 일부 증발
이는 NASA에서 연구하고 있는 방식이다. 500m짜리 태양 돛을 사용해 목표로 하는 지구근접천체 표면에 태양에너지를 집중시킨다. 이렇게 하면 지구근접천체의 표면 일부를 증발시키거나 야르콥스키 효과를 일으켜 궤도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개월 내지는 수년이 걸린다.
매스 드라이버 이용한 해법
매스 드라이버는 로켓을 사용하지 않고 물체를 우주로 쏘아 보내는 발사 장치다. 강력한 전원과 물체 발사용 레일 한 쌍, 그리고 레일 사이에 물려있는 물체 발사용 도체 전기자로 구성돼 있다.
레일 한 쌍 가운데 한쪽에는 전원의 음극, 다른 한 쪽에는 양극을 연결한 다음 강력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음극에 연결된 레일에는 시계 방향의 자기력선, 양극에 연결된 레일에는 반 시계 방향의 자기력선이 생성된다. 도체 전기자를 통해 양극 사이에 전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이 전류와 자기력선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 로렌츠 힘이라는 물리력을 형성, 물체를 발사하게 된다. 속도는 무려 초속 3,500m.
이 방식은 지구근접천체의 표면에 매스 드라이버를 설치, 표면 물질을 우주로 쏘아 버림으로써 궤도를 바꾸고 질량도 낮춘다는 것이다. 또한 지구근접천체 대신 달에 매스 드라이버를 설치함으로서 달의 공전 속도와 매스 드라이버 자체의 발사 속도를 함께 이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즉 이들의 빠른 속도를 이용해 물체를 지구근접천체에 쏘아 보냄으로서 궤도를 이탈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구근접천체에 로켓 엔진 장착
지구근접천체에 로켓엔진을 장착, 이를 작동시킴으로서 궤도를 이탈시키자는 아이디어다. 초당 106N, 즉 1톤의 화물에 초당 1km의 가속도를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로켓엔진이라면 질량이 100만 톤 정도인 비교적 작은 지구 근접천체에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밖의 다양한 아이디어
이외에도 지구근접천체의 궤도를 바꾸기 위해 가변 충격 마그넷 플라즈마 로켓과 같은 혁신적 엔진을 사용하거나 지구 근접천체 표면에 이산화티탄 또는 숯을 발라야르콥스키 효과를 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구근접천체의 궤도에 수증기를 뿜어 속도를 늦추자는 의견, 그리고 무거운 균형추를 달아 무게중심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많은 기술적 장벽 넘어서야
하지만 지구근접천체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려면 많은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장비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으며, 문제의 지구근접천체까지 유인 또는 무인 우주선을 보내야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도 있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 박사 같은 사람들은 이 같은 기술이 엉뚱한 방향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음을 경고한다. 지구와 충돌할 지구 근접천체의 궤도를 바꿀 기술이 있다면 거꾸로 지구와 충돌하지 않을 지구근접천체를 지구와 충돌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심지어 지구에 떨어지는 위치와 시각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 마디로 이 같은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적대적 국가를 지도상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기 위해 지구근접천체를 무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이건 박사는 이 같은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고, 각국 간 분쟁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찌됐든 여러 차례의 지구근접천체 충돌로 지구가 결코 안전지대가 아님은 분명해졌다. 우주로부터 오는 불청객에 인류의 목숨을 내어놓을지 아니면 무엇이라도 방책을 세우고 그 방책이 악용되는 일을 막을지 선택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책임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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