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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심리와 과학수사

연쇄살인범이란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의 피해자를 살해하는 범죄자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악명을 떨친 연쇄살인범은 테드 번디. 그는 시체와 성애를 벌이거나 인육을 먹는 등 엽기적인 행각으로 유명하다.

사실 인류의 역사 속에는 언제나 연쇄살인범이 존재했다. 인간에게는 살인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프로파일링, 법의학, 법곤충학 등 과학수사로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는 확률을 높이고 있다.

다만 연쇄살인범은 정신병적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만큼 사형이란 수단으로 제거하기보다는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느 날 연방수사국(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은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도록 명령받는다. 피살자들의 몸집은 크고, 피부는 벗겨져 있었다. 연쇄살인범 버펄로 빌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채 FBI는 언제 사건이 재발할지 애를 태운다. 범인 빌은 여성이 되고 싶어 여성의 부드러운 피부를 벗기고, 이것으로 옷을 만드는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이는 조디 포스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양들의 침묵' 내용. 그런데 이 영화에 나오는 버펄로 빌은 실존 인물이다. 경찰이 그의 집에서 찾아낸 것은 시체조각, 내장, 그리고 피부 껍질 등이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연쇄살인사건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지존파 사건, 유영철 사건, 강호순 사건 등.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의 용의자 김길태의 여죄가 확인된다면 이 역시 연쇄살인사건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연쇄살인사건은 잔인함 이면에 사람을 끄는 묘한 마력이 숨어 있다. 소설가 스티븐 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금지되고 악한 것, 잔혹하고 어두운 것에 대해 은근한 호기심을 느끼는 성향이 있는 것.

수명,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명을 혼자의 힘으로 잔혹하게 죽이고 시체를 유기하는 연쇄살인사건은 인간의 그 같은 성향을 강하게 자극한다. '사이코', '양들의 침묵', '한니발', '미스터 브룩스', '세븐', '할로윈', '스크림' 등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역사 속의 연쇄살인범
믿기 어렵지만 인류의 역사 속에는 거의 언제나 연쇄살인범이 존재했다. 이는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행동을 좋아하며, 이에 강한 호기심을 갖는 본성이 있다고 한다. 그 같은 본성 중에는 살인본능도 포함된다. 사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존재라는 생각이 파급된 것은 인류 역사에서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며, 그 이전에는 자신보다 열등하거나 소외된 인간을 죽여도 큰 죄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 같은 경향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잘 나타난다. 제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의 기록을 보면 적의 포로를 가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후 시체를 손괴하거나 인육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평상시 문명화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연쇄살인사건 양상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범죄 역사학자들은 이 같은 증거를 들어 인류 역사상 거의 언제나 연쇄살인범은 존재했으며, 이 같은 연쇄살인범의 존재가 중세의 늑대인간 설화 또는 흡혈귀 설화가 만들어지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신부를 죽여 시체를 성 안에 은닉하는 주인공을 다룬 그림동화 '푸른 수염' 이나 첫날밤을 치르고 나면 예외 없이 신부를 죽였다는 난폭한 왕 때문에 쓰여졌다는 아랍의 천일야화 등에서는 더욱 직접적으로 연쇄살인범의 존재가 드러나 있다.

근현대 이전 역사 속의 유명한 연쇄살인범으로는 여러 사람이 있다. 우선 중국 한나라 때20~30명의 노예로 구성된 부대를 이끌고 100여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 제동왕(濟東王) 유팽리(劉彭離)가 있다. 그는 왕의 사촌이라는 이유로 사형은 면했지만 평민으로 신분이 강등된 후 유배에 처해졌다.

15세기 프랑스의 귀족 질 드레는 자신이 살고 있던 성 주변 마을의 남자 아이들을 성으로 납치해 성 고문을 가한 후 죽였다. 희생자 수는 정확하지 않지만 140~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범행이 밝혀지자 교수형 당했고, 시신은 다시 화형에 처해졌다.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바토리 백작부인은 1610년 적발될 때까지 주변 마을의 처녀와 젊은 여자 650명을 갖가지 가혹한 방법으로 죽인 뒤 그 피로 목욕까지 했다고 한다. 그녀는 종신형에 처해졌고, 1614년 사망했다.

인도 힌두교의 지도자 투그 베람은 죽음의 여신 칼리를 숭배한다는 미명 아래 1790년부터 1830년까지 무려 931명을 잡아 죽여 제물로 바쳤다. 그는 당시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의 식민 당국에 체포돼 1840년 교수형에 처해졌다.

근대에 들어와 가장 먼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연쇄살인사건은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벌어진 버크와 헤어 사건이다. 당초 이들은 공동묘지에 묻힌 지 얼마 안 된 시신을 도굴해 의대에 해부용 시신으로 밀매했다. 그런데 도굴이 여의치 않자 노숙자나 여행객을 죽인 다음 그 시신을 거래한 것. 이들은 1827~1828년 사이에 총 16명을 죽여 시체를 팔다가 적발돼 체포됐다. 버크는 사형, 헤어는 범행을 인정하고 진술한 대가로 석방됐다.

1888년 8월부터 11월 사이의 런던에서는 5명의 성매매 여성이 살해당하고, 시체가 마치 도살된 소처럼 참혹하게 난도질당한 채 발견됐다. 살인범은 통신사와 지역 민간단체들에 자신의 범행 내용을 알리는 편지도 써 보냈다. 이 사건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체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잭 더 리퍼 사건으로 불린다. 잭은 신원미상의 남자에게 붙이는 이름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다른 연쇄살인사건에 비해 희생자 수는 적다. 하지만 잔혹성과 함께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은데 따른 신비성으로 오늘날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연쇄살인범의 정의와 특징
연쇄살인(連鎖殺人), 그리고 연쇄살인범이란 무엇인가. 미국 FBI의 정의에 따르면 연쇄살인이란 사건 사이에 냉각기를 둔 채 한 달 이상의 기간에 걸쳐 3명 이상을 죽이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의는 너무 광범위하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살인 청부업자 나 테러조직의 킬러가 금전적 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이 같은 살인행위를 연쇄살인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보통 연쇄살인이란 이름이 붙으려면 범행동기가 정치적 또는 경제적 목적이 아닌 심리적, 성적 동기 등 개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또한 특정 직업, 인종, 성별 등 특정 인물 그룹에 속한 사람만 골라 죽이는 경우도 숱하게 발견된다.

지난 2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32명이 숨진 조승희 사건이나 지난 1997년 미니어폴리스에서 마이애미비치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4명을 죽이고, 결국에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까지 죽인 앤드루 커내넌과 같은 사례도 연쇄살인으로 보지 않는다. 독립적인 여러 사건을 통해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이 거의 동시에 살해당한 사건은 대량살인 또는 집단살인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미국 국립법연구소에서는 연쇄살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둘 이상의 연이은 살인. 각각은 독립적인 사건이어야 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한 사람이 혼자 범행을 저지른다. 살인은 몇 시간 혹은 몇 년이 지난 뒤 일어날 수도 있다. 범행 동기는 심리적인 것이며, 범인의 행동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보면 가학적인 성범죄 양상을 띤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연쇄살인범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사례를 통해 보면 미국의 경우 연쇄살인범에게서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고 한다.


1. 대부분의 연쇄살인범은 백인 독신 남성이다.
2. 지적인 인물이 많으며, 특히 지능지수가 평균 이상인 자들이 많다. 이는 연쇄살인범들이 수년 동안이나 범죄를 은폐하고 수사망을 피해 다니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3. 높은 지능지수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상당수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에 종사한다.
4. 불안정한 가정 출신이 많다.
5. 어렸을 적에 아버지에서 버림받고, 권위주의적인 성향의 어머니에게 양육 받은 자들이 많다.
6. 범죄, 정신질환, 알코올 중독에 관련된 가족력이 있다.
7. 가족들에게 정서적, 물리적, 성적 학대를 당한 경우가 많다.
8. 과거 자살을 시도했던 비율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높다.
9. 어릴 적부터 관음증, 페티시즘, 가학성 포르노그래피 등에 흥미를 보인다.
10. 60% 이상의 연쇄살인범들은 만 12세 이후에도 야뇨증을 앓았다.
11. 방화 행위에 매료되는 사람들이 많다.
12. 작은 동물을 괴롭히거나 고통을 줘 죽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특징일 뿐이다. 이 같은 특징을 보유한 사람이 반드시 연쇄살인범이 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모든 연쇄살인범이 이 같은 특징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7명을 죽이고 지난 2002년 10월 사형당한 에일린 워노스 등 여성 연쇄살인범도 많이 있다. 또한 같은 해 사형당한 연쇄살인범 앨턴 콜맨은 흑인이었다.

건장한 성인이 아닌 소녀와 노인 중에서도 연쇄살인범이 나타난다. 지난 1968년 영아 2명을 살해한 영국의 11세 소녀 메리 벨, 1928년 57세의 나이로 12세 소녀를 살해한 후 희생자의 인육을 먹은 미국의 앨버트 피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연쇄살인범 가운데 상당수가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정신병질자(精神病質者), 즉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 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고통에 무감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재범률도 높고, 연쇄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일반 범죄자보다 높다. 또한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분비물인 세로토닌이 부족해 사소한 일에도 강한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사이코패스는 이 같은 유전적, 생물학적 요인에 더해 사회 환경적 요인이 결합돼 나타나는 전인격적 병리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은 타인의 정서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우며, 죄의식도 드물다. 대단히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이다. 또한 사회적, 도덕적, 법적 규칙에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이 따르는 규칙은 오직 스스로가 정한 것뿐이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이 같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평소에는 좀처럼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에도 증세를 숨길 수 없는 일반적인 정신병자와 사뭇 다른 것이다.

실제 사이코패스에 해당되는 연쇄살인범의 상당수는 범행 사실이 들통 나기 전까지는 지극히 정상 적이고 매력적이기까지 하다고 한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에 충실한 사람으로 이웃들에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 같은 사이코패스의 본 모습이 발현되는 순간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뿐이다. 정신과 의사 허비 클레키는 이렇게 스스로의 정체를 잘 숨기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가리켜 '정상인의 가면' 이라는 함축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물론 모든 사이코패스가 연쇄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연쇄살인범이 사이코패스인 것도 아니다. 기업의 임원이나 최고경영자(CEO)로 생활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이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을 위해 다른 조직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등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를 환기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인터넷 등에 돌아다니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설문이다. 사실 어떤 특정 개인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는 숙련된 심리학 전문가가 피검자를 실제 면접하면서 설문 내용을 판정해야 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향후 피검자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인터넷 등에 돌아다니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설문을 맹신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연쇄살인범 종류와 범행 동기
미국 FBI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의 종류는 체계형, 비체계형,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섞인 혼합형으로 분류된다. 이는 범행에서 나타난 사고방식과 인격의 체계성에 따른 것이다.

체계형 연쇄살인범의 경우 보통 평균 이상의 지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보통 이상의 지능이란 IQ 123 정도를 말한다. 이들은 범행을 매우 꼼꼼하게 계획한다. 희생자를 납치한 후 살해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 유기하는 등 치밀성을 보인다.

또한 이들은 희생자의 인간적인 동정심에 호소해 유인 및 납치 후 살해한다. 특히 성매매 여성과 이 직업상의 이유로 낮선 사람과 자주 외출을 해야 하고, 그 사실을 대놓고 알릴 수 없는 사람들을 살해 대상으로 삼는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법의학 지식을 보유했기 때문에 시체를 없애고 범행 흔적을 지우는 방식 역시 철두철미하다.

이렇게 꼼꼼하기 때문에 악행과는 달리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안정된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은 이들의 범행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비체계형 연쇄살인범의 경우 지능이 평균 이하인 경우가 많으며, 범행이 상당히 충동적이다. 여기에서 평균 이하의 지능이란 IQ 90 이하를 말한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사람을 기습해 죽이며, 시체처리나 범행흔적 인멸 등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희생자에 대한 시간(屍姦)이나 사지절단, 식인 등의 가혹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범행의 뒤처리가 소홀한 만큼 범행 사실이 쉽게 발각되지만 수사망을 피해 계속 도주하면서 희생자 수를 늘리는 특성을 보인다.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나 가족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심각한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혼합형 연쇄살인범은 보통 체계형과 비체계형의 특징이 뒤섞여 있다. 처음에는 체계형 이었던 살인행위가 시간이 갈수록 비체계형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으며, 드물지만 그 반대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

연쇄살인의 동기로는 환상, 임무 달성, 쾌락, 지배욕구 등 4가지가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동기는 하나만 나타나지 않고 여러 가지 동기가 중첩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환상 동기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이 신이나 악마의 지시, 또는 제3자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살인을 수행한다. 사람을 죽여 바쳐야 캘리포니아를 덮칠 대지진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던 미국의 허버트 뮬린이 대표적 사례다.

임무달성 동기는 세상을 정화하고 사회악을 없애기 위해서는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동성연애자, 성매매 여성, 특정 인종, 특정 종교 신도 등을 없애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나바머가 있다.

본명이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며, 철학박사이자 수학자인 유나바머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에 맞서 싸우려는 시도로 17년간 사업가, 과학 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편지폭탄을 보내 3명을 살해하고 29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쾌락 동기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에서 욕망의 충족, 긴장과 희열, 안정감 등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지배욕구 동기는 살인을 통해 지배와 통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수사망 좁히는 프로파일링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옛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수의 연쇄살인범은 범행이 탄로나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비체계형 연쇄살인범은 시체의 유기나 은닉, 증거 인멸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현장에 비교적 많은 증거를 남긴다. 사실 희생자의 시체는 다른 어떤 증거보다도 확실한 증거물이 될 수 있다.

반면 체계형 연쇄살인의 경우 수사를 시작하기부터 어렵다. 이 경우 범인은 필사적으로 시체는 물론 기타 범행 증거를 인멸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우 수사를 통해 여러 실종 사건 간의 유사성을 파악하든지 아니면 우연하게 희생자의 시체가 발굴되든지 할 때까지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다.

섣불리 범인의 윤곽을 예측할 수 없으며, 경찰서에 신고 된 기존 실종사건과의 연관성도 파악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유형의 연쇄살인범 5명 중 1명은 영원히 붙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같은 경우 범죄 유형이 연쇄살인이라는 점만이라도 알아내려면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찰의 집요한 수사 노력. 그리고 공범의 배신, 배우자나 가족 또는 가까스로 생존한 범행 피해자의 신고 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론 범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연쇄살인 사건의 인지와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연쇄살인이 발생했음은 인지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용의선상을 좁히고, 최종적으로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프로파일링(Offender Profiling), 즉 범죄 심리 분석이다.

프로파일링이란 범죄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을 바탕으로 범인의 특성과 태도를 탐지해 용의자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도 소개됐는데, 이 때문에 근년에야 발전된 최신 기법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 지만 프로파일링은 역사가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꽤나 오래된 수사 기법이다. 다만 최근에 들어와서 과학화, 이론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모든 범죄현장에는 크건 작건 범행 흔적, 즉 증거가 남는다. 또한 범행 상황과 관련된 이런저런 세부 정황도 있다. 이 같은 증거와 세부 정황은 범행을 실행한 사람, 즉 범인이 범행 전이나 후에 했던 선택에 따라 크게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범인이 특정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그의 특징과 성격이다.

따라서 이 같은 증거와 세부 정황을 기존에 알려진 특징과 성격에 대입해 나가다 보면 범인이 과연 어떠한 특징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 역(逆) 추적할 수 있다.



연쇄살인사건 수사 중 프로파일링 기법이 최초로 적용된 것은 잭 더 리퍼 사건이다. 물론 이 사건은 미결로 끝났지만 희생자 중 한 명인 메리 제인 켈리의 부검을 도운 의사 토머스 본드는 범인의 성적 본능이 여성 혐오증과 분노에 결부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범죄현장은 물론 범인의 정신적 및 육체적 상태를 재구성하려고 했다. 그는 요즘의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자세하게 범인의 모습과 나이, 사회적 지위를 추론해 냈다. 일설에 따르면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인 에드워드가 범인 이며, 이 때문에 진상은 영국 왕가에 의해 은폐됐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 프로파일링은 연쇄살인사건 수사뿐 아니라 전쟁 때의 의사결정에도 쓰였다.

지난 1943년 하버드 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월터 랭어는 미 전략사무국에서 히틀러의 심리 행동적 특성을 추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독일에 불리하게 진행되던 전황에서 히틀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정확히 예측해 유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랭어는 히틀러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통해 그가 자연사하거나 망명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예측했다. 만약 죽는다면 쿠데타로 제거당하거나 전투현장에서 전사할 수도 있지만 패배가 확정되었을 때 자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랭어가 이렇게 분석한 것은 히틀러가 자신을 독일의 수호자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랭어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들어갔다. 실제 히틀러는 1944년 7월 20일 쿠데타 세력의 폭탄 테러로 사망할 뻔 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며, 소련군이 베를린까지 쳐들어오는 와중에도 끝까지 탈출을 거부하다 1945년 4월 30일 권총 자살했다.





지난 1940년부터 1956년 사이 17년 동안 뉴욕에서는 30여건의 폭탄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전력회사 인 콘 에디슨은 물론 그랜드센트럴 역, 펜실베이니아 역, 라디오 시티 뮤직홀 등 공공장소가 타깃. 특히 범인은 경찰에 편지를 보내 자신을 잡지 못하는 경찰을 조롱하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1957년 경찰은 정신분석의 제임스 브루셀 박사를 초빙, 현장사진과 조롱편지를 토대로 용의자에 대 한 신상파악을 요청했다. 당시에는 프로파일링이란 말이 없었지만 브루셀 박사가 이용한 기법은 프로파일링이었다.

그는 범인이 편집증을 나타내는 중년의 미혼 남성으로 가톨릭 신자며, 살이 찌지도 마르지도 않는 체형에 동유럽 출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형제 또는 누이와 함께 코네티컷에서 살며, 아버지를 증오하고 콘 에디슨에 원한을 품은 인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체포당한 폭파범 조지 메데스키는 이 같은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콘 에디슨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두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심지어 브루셀 박사는 메데스키가 더블 양복의 단추를 모두 채우고 다니는 것까지 예측해 세인을 놀라게 했다. 경찰이 연행하겠다고 메데스키에게 말하자 그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서는 자신의 방으로 가서 단추를 꼭 잠근 더블 양복을 입고 나온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브루셀 박사는 프로파일링의 현대화, 과학화를 이룬 인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무당도 울고 갈만큼 정확한 프로파일링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 남아 있는 증거를 토대로 상당한 통계확률 자료, 다년간의 수사 경험, 그리고 심리학 훈련 등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 이다.

메데스키 사건의 예만 보더라도 범인이 무려 17년 동안이나 폭발물을 설치하고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상당한 편집증 환자인데다 최소한 중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편집증 환자의 경우 중간 체형인 경우가 많다.

또한 편지의 딱딱한 문체를 통해 그가 동유럽 출신의 이민자라는 것을 예측했고, 동유럽의 슬라브 민족은 주로 폭탄을 무기로 쓴다는 점에 착안해 그의 종교가 가톨릭이라는 것까지도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동유럽 출신 이민자들은 코네티컷에 많이 모여 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부분, 즉 더블 양복의 단추를 모두 채우고 다닐 것이라는 것도 편지를 보고 예측했다. 범인의 편지는 인쇄된 다른 활자를 오려 붙여 만든 것이다. 이를 근거로 범인이 매우 까다롭고, 소심하며, 옷 입는 방식에서도 그런 스타일이 배어날 것임을 예측한 것이다.

최근 컴퓨터의 발달로 프로파일링의 정확성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 FBI에서는 흉악범죄예방 프로그램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시스템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해결 및 미결 연쇄살인사건의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파일링은 모든 사건을 해결해 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를 쓴 로버트 레슬러는 프로파일링으로는 결코 범인을 잡지 못하며, 프로파일링은 어디까지나 수사의 범위를 줄여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범인을 잡고 나서 보면 공들여 작성한 프로파일링이 사실과는 어긋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사건을 푸는 법의학의 힘
죽은 자는 산 사람보다 많은 말을 한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말 중에 거짓말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쇄살인범이 죽인 희생자의 시체가 한 구라도 발견된다면 그것은 철저한 검사를 거쳐 범인 체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법의학적 시각을 통해서 봐야 죽은 자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신원미상의 시체가 발견됐을 때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신원, 사망 시점, 사망원인 등의 정보를 밝혀내는 것이다. 시체의 신원을 알려주는 단서는 꽤 많다.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시체라면 생존했을 때의 주변 인물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만 해도 쉽게 신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체의 고의적, 자연적 훼손 정도에 비례해 신원도 그만큼 알기 힘들어진다. 최악의 경우는 백골만 남은 부분 시체의 경 우. 하지만 그런 경우조차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체는 그만큼 많은 말을 하는 존재다.

시체의 신원을 알려주는 단서로는 다음 사항들이 있다. 우선 시체의 외부 상태다. 여기에서는 무게와 키, 전반적 영양상태, 체모의 특징, 지문의 특징, 눈동자의 색깔, 치아의 특징, 각종 상처, 상흔, 문신, 굳은살 등 시체의 생전 모습과 관련돼 있는 모든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시체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이나 의복, 신분증도 신원을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요소 중에서 신원확인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털, 지문, 치아, 골격이다.

인간의 털은 자라는 부위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몸에서 떼어져 나간 후에도 모양, 단면, 길이를 보고 구분이 가능하다. 특히 머리카락은 치아와 골격 다음으로 오랫동안 보존된다. 인간의 털은 일부 영장류를 제외하면 다른 동물의 털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숙련된 법의학자는 털 만 보고도 인간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머리카락을 분석해 시체의 인종, 성별, 연령 등을 추정 할 수 있다. 백인의 털은 색상이 다양하고, 색소 입자가 외부에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단면이 둥근 경우가 많다. 반면 흑인의 털은 색소 입자가 고르지 않게 분포돼 있고, 심한 고수머리다. 하지만 알려진 속설과는 달리 사람이 죽은 후에는 털이 자라지 않는다.





지문은 예로부터 시체의 신원을 알려주는 전통적인 단서로 통했다. 지문이 완전히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설령 다른 원인으로 지문이 지워진 시체라도 손가락 피부를 벗겨내 안쪽을 관찰 하면 원래의 지문을 파악할 수 있다.

연쇄살인범 중에는 희생자의 지문을 보고 신원을 알아내지 못하도록 시체의 손가락을 잘라 없애는 만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의학적으로 볼 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지문 못지않게 장문과 족문, 즉 손바닥과 발바닥에 새겨진 미세한 무늬도 시체의 신원확인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지문을 컴퓨터로 인식하고, 저장하며, 식별하는 게 가능하다. 그 같은 기술의 발전을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회사나 건물의 출입구에 달려 있는 지문인식기다.

지문인식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컴퓨터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문과의 유사점을 순식간에 파악한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지문, 즉 통행 가능한 사람의 지문으로 판정되면 문을 열어주는 것.

치아 역시 시체의 신원을 알려주는 확실한 증거다. 치아는 인간의 몸 중에서 가장 오래 가는 조직이다. 또한 시체가 생존했을 때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진료 내용이 병원 기록에 남게 된다. 따라서 시체의 치아 상태를 관찰한 후 이를 치과 병원의 진료 기록과 대조하면 시체의 신원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다.

치아는 또한 마모 정도를 통해 시체의 연령, 직업의 종류, 생활상의 습관 등도 알려준다. 예를 들어 파이프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의 치아는 마모도가 비교적 높고 니코틴이 많이 끼어 있다. 재단사 역시 치아로 실을 자르는 버릇 때문에 치열의 특정 부위에 홈이 파여 있는 경우가 많다.

치아는 시체뿐만 아니라 살인자의 신원확인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연쇄살인범인 테드 번디는 희생자의 엉덩이를 물어뜯었는데, 나중에 조사한 결과 그곳에 난 이빨자국이 번디의 치열과 일치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골격 역시 시체의 신원확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뼈만 남은 시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일반적으로 골반의 크기와 형태, 특히 골반 공동의 크기를 관찰하면 시체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할 수 있다. 여성의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좌골에 난 홈을 보면 출산 경험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좌골이란 골반을 이루는 좌우 한 쌍의 뼈를 말한다.

두개골의 형태와 봉합선의 상태만 봐도 시체의 성별과 연령을 알 수 있다. 또한 완전 유골이 아닌 부분 유골만 있더라도 시체의 생존시 체격을 측정할 수 있으며, DNA 검사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골격을 이용한 신원확인 중 가장 난이도 높은 기법은 두개골을 이용해 생존했을 때의 얼굴을 재현하는 얼굴 복원이다. 이는 결코 작업자 마음대로 하는 작업이 아니다. 충분한 해부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다년간의 부검 경험을 통해 수많은 시신의 머리를 다루어 본 숙련된 법의학자만이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 머리의 근육구조는 부위마다 다르다. 살의 두께가 부위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코나 귀의 모양, 헤어스타일 등은 추측할 객관적 단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작업자의 경험과 상상력에 맡겨야 한다.

이 기법 역시 최근에는 컴퓨터의 힘으로 많이 전산화됐다. 우선 두개골을 레이저 스캔해 정확한 치수를 구한다. 그리고 이 기록을 살아있는 사람의 두개골 치수와 얼굴 피부 두께 등과 대조함으로서 시체가 생존했을 때의 얼굴 모습을 디지털로 복원한다. 이렇게 해서 몽타주 형태로 복원된 얼굴은 시체의 신원확인과 범인 검거에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시체의 외부와 내부를 검사함으로서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 주먹이나 둔기에 맞아 타살 당한 것인지, 칼이나 창 등의 흉기에 찔려 죽은 것인지 알 수 있다. 또한 총포에 의한 사망인지, 추락사인지, 독살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규명할 수 있다.





사망시점 밝히는 법곤충학
일반적으로 시체를 통해 사망시점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영화나 추리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시간단위로 알아맞히기란 대단히 어렵다. 시체의 사망시점은 시체의 체온 변화, 사후 강직도, 심장 정지 이후 혈액이 중력에 따라 시체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침하 울혈의 진행 정도, 위장에 든 내용물, 사체 지방 등을 이용해서 알아내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사망시점을 추측하는데 수 일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체의 사망시점을 알 수 있는 법의학의 한 분야로 새로 등장한 게 바로 법곤충학이다. 시체는 엄밀히 말해 사망 직후부터 부패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먹이와 산란장소를 찾는 곤충에게 명당자리나 다름없다. 그런데 연구 결과 여러 종류의 곤충이 비교적 일정한 순서에 따라 시체에 왕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세기 프랑스의 곤충학자 장 피에르 메넹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죽었을 경우 시체에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곤충은 검정파리라고 한다. 2~3일이 지나면 집파리가 나타난다. 이어서 기생 말벌, 벼룩파리, 치즈 호지파리 등의 순으로 시체에 알을 낳는다.

죽은 지 6~12개월이 지나 시체가 완전 건조되면 진드기가 나타나고, 이 후 마른 가죽을 먹을 수 있는 딱정벌레, 옷좀나방, 거미딱정벌레가 나타나 시체에 남은 유기물을 먹고 뼈만 남긴다. 따라서 이 같은 순서를 알면 시체에서 발견된 곤충만 보고도 언제 죽었는지 정확하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곤충학 연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곤충의 종류를 모두 알 만큼 완전하게 진척되지 않았고, 곤충의 분포와 활동도 각 지역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법곤충학은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사전연구 가 선행돼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시체농장은 자연조건 하에서 시체의 부패도와 곤충의 왕래 및 번식 실태 등을 파악함으로서 이 같은 사전연구를 실시하는 대표적 시설이다.





다양한 용도의 DNA 검사
현재 법의학계에서는 다양한 용도로 DNA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각 사람의 고유 한 DNA 실체가 규명되면서 범죄수사에도 응용되기 시작한 것. DNA 검사는 시체의 신원확인에도 중요 하지만 용의자의 신원확인에도 쓰인다.

DNA로 만들어진 유전자는 모든 사람이 다를 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변하지 않고 유지된다. 심지어는 사망한 이후에도 혈흔, 정액, 타액, 유골, 모발 등에 남게 된다.

이 같은 DNA는 분해 효소가 들어있는 완충용액을 사용해 얻는다. 즉 완충용액으로 세포를 완전히 분해한 후 페놀 등을 사용해 세포잔해를 제거하고 순수한 DNA만을 획득하는 것. 이후 중합효소연쇄 반응을 거쳐 원하는 DNA 부위를 증폭한다. 한 사이클을 거칠 때마다 DNA는 2배로 증폭되는 만큼 25 사이클을 거치게 되면 3,000만 배로 증폭된다.

이렇게 증폭된 DNA는 핵 DNA와 미토콘드리아 DNA로 나뉜다. 이 중 핵 DNA는 60억 개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어 개인 식별에 더욱 적합하다.

핵 DNA가 누구의 것인지 식별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STR 좌위 분석법이다. 사람의 DNA를 둘로 쪼개 놓고 보면 염기가 연쇄 반복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것을 STR 좌위라고 부른다. 영국의 유전학자인 알렉 제프리스 박사는 염기서열이 연쇄 반복되는 횟수와 구간의 길이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따라서 이 같은 STR 좌위를 10개 이상 비교 분석하면 바로 그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도 개인 식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에 들어있는 DNA는 아버지에게서는 유전되지 않고 모계, 즉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혈흔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실종자의 어머니, 또는 형제의 것과 일치한다면 바로 실종자의 혈흔인 셈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마다 수천 개나 존재하기 때문에 모근이 사라진 모발이나 오래된 뼈 같이 핵 DNA 검출 및 분석이 어려운 시료에서도 쉽게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핵 DNA 분석에 쓰이는 STR 좌 위 분석법과는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개인마다 차이가 심한 과(過) 변이 영역의 염기서열을 표준 DNA 염기서열과 분석해 그 사람인지 여부를 알아낸다.

이렇게 핵 및 미토콘드리아 DNA를 검사하고 실종자 가족의 것과 대조함으로서 혈흔이 실종자의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사실 DNA는 혈액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핵이 있는 세포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부패나 탄화가 심하게 진행된 신원불명 시체의 신원을 밝힐 수 있다. 또한 범행 현장에 남긴 범인의 모발, 혈흔, 정액, 타액 등에서도 추출돼 범인 검거에 큰 역할을 한다. 다만 DNA 샘플과 비교 및 대조가 가능한 다른 사람의 시료, 즉 가족의 DNA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예방책
이 같은 과학수사 기법도 사건이 벌어진 후, 그러니까 연쇄살인범의 손에 사람이 죽은 후에나 쓸 수 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겠지만 연쇄살인범의 살인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에 대한 극한 반감으로 이들에 대한 조속한 사형 집행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사형제도 가 있다고 해서 연쇄살인 등의 흉악범 발생을 막기 는 힘들다. 특히 지능적인 연쇄살인범의 경우 잡히면 살아서 감옥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확률은 낮다.

상당수의 연쇄살인범은 사이코패스라는 정신병적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특정한 상황에 처해서는 사이코패스와 구분할 수 없게 돼 버린다.

그렇다면 학교와 가정에서 이 같은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사전에 발견해 이들이 더 이상 비뚤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를 해주는 것이 연쇄살인이라는 비극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책일 수도 있다. 연쇄살인범에게 아무리 가혹한 형벌을 준다고 해도 그것으로 희생자들을 되살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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