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안전과 위험 야누스의 얼굴 가진 항공여행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기 이용객은 22억600만 명에 달했다. 그리고 올해는 23억3,000만 명이 항공기를 이용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항공기는 이동의 신속성에 더해 안전성에서도 현존하는 이동수단 중 가장 뛰어나다. 사망사고 발생률이 자동차는 물론 열차보다도 낮다. 하지만 이는 확률일 뿐 사고에 대한 승객들의 심리적 위협감은 항공기가 단연 최고다.

항공기 사고는 곧 사망과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항공기야 말로 가장 안전하지만 가장 위험하기도 한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25일.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의 보잉 737-800 항공기가 레바논의 베이루트 공항에서 이륙한지 5분 만에 지중해 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90 명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7월에는 이란 카스피안 항공사 소속의 F7908편 항공기가 이륙 후 16분 만에 추락, 승객 153명과 승무원 15명 등 총 168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6월 1일에도 에어프랑스 소속 447 편 항공기가 대서양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모두 숨졌고, 6월 30일에는 예메니아항공 소속에어버스 310이 인도양에 추락 해 153명 중 152명의 인명이 희생됐다.

이들 사고를 포함, 지난해와 올해 3월까지 30명 이상이 탑승한 상업용 항공기 사고가 9건 발생해 762명이 사망했다. 이중 4건은 전원 사망사고였으며, 1건은 생존자가 단 1명뿐인 사실상의 전원 사망 사고였다.

이처럼 항공기 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곧잘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사고의 생존자들에게는 기적 또는 행운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할 만큼 모든 탑승객이 사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항공기는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사고를 당할 확률이나 사고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보다 안전한 항공기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2007년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의 사망사고 발생률은 40만~1,000만 회당 1번에 불과하다. 반면 자동차는 5,000회당 1번에 이른다. 확률적으로 보면 항공기가 자동차보다 최소 80배, 최대 2,000 배는 안전하다는 것. 열차의 사망사고도 40만 회당 1회 꼴로 발생, 항공기의 안전성을 뛰어 넘지 못한다.

사망자의 숫자를 봐도 항공기의 안전성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항공기사고기록사무소의 집계를 보면 항공기는 대형 추락사고가 유난히 잦았던 지난해에도 사망자가 총 1,103명이었지만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7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만 1만 1,516명이나 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TO)는 도로안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30년경 도로교통 사고 사망자가 연간 240만 명에 달해 심장질환, 뇌졸중, 호흡기 감염, 폐질환에 이어 5번째로 큰 사망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조사에서는 전 세계의 항공기 숫자를 감안할 때 자신이 탑승한 항공기가 사망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800만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승객이 항공기를 무작위로 선택해 탑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하루에 한 번씩 1년 내내 항공기에 오른다고 해도 사고를 당해 사망하려면 2만1,000년이 걸리는 희박한 확률이다.

이를 보면 항공기는 신속성, 편의성, 안전성을 두루 갖춘 최고의 이동수단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일반인들에게 이 같은 전문가들의 설명은 그저 숫자놀음일 뿐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항공기에 앉아 있을 때 훨씬 큰 불안감을 호소한다. 지금도 비행 중 강한 기류로 기체가 흔들리기라도 하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호흡을 가다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항공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이라면 불안감은 더 배가된다.







항공기 사고=사망이란 인식
이런 불안감의 배경에는 잠재의식 속에 각인된 '항공기 사고=사망'이라는 등식이 있다. 항공기 사고가 자동차 사고만큼 잦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한 번 발생하면 모든 탑승자의 생명을 일거에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실제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명 이상 탑승한 상업용 항공기의 사망사고에서 승객들의 생존율은 평균 24%에 불과했다. 100명이 탑승했다면 부상자를 포함, 24명만이 목숨을 건졌다는 얘기다.

항공기사고기록사무소의 집계에서도 지 난 50년간 발생한 항공사고 중 생존자가 전혀 없는 경우가 41.49%나 됐다. 이 점에서 항공기가 자동차보다 안전하다는 데이터를 일반인들이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항공기 사고는 과연 어떤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일까. 항공기사고기록사무소는 과반수이상이 인재(人災)라고 설명한다. 지난 1950년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일어난 1만8,179건의 항공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의 71%가 사람의 과실 때문으로 밝혀진 탓이다. 특히 여기에는 조종사의 과실이 5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항공관제 실수, 화물과적, 정비 오류, 연료의 오염, 잘못된 의사소통 등 조종사 외 사람들의 실수가 8%였다. 하이재킹, 폭발물, 격추, 사보타주 등 고의적 사고도 10% 나 됐다.

다음으로는 기계적 결함이 21%로 2위를 마크했고, 기상 문제와 기타 사유가 각각 6%, 2%였다.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이 항공기 자체의 결함이나 악천후 때문일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사람의 무의적·고의적 실수가 절대적 원인이었던 것.

미국 보잉사 또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전손(全損) 사고를 일으킨 상업 항공기 사고 183건의 원인을 조사한바 있는데, 항공기사고기록사무소의 결과와 유사했다. 조종사 및 승무원의 실수가 55%로 수위를 점했고, 그 뒤를 기체결함(17%), 기상 문제(13%), 항공 교통관제 실수(5%), 유지관리 오류(3%) 등이 이었다.

이·착륙의 11분이 가장 중요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특징적인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사고의 80~90%가 이륙하거나 착륙하기 직전 및 직후에 일어난다는 점이 그것.

지난 1997년 괌에서 추락, 탑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사고를 비롯해 2002년 4월 중국국제항공 129편의 김해 돗대산 추락사고(사망 128명), 목포공항 착륙 중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733편 사고(사망 68명) 등 국내 항공사 및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의 대다수가 이륙 및 착륙 직후에 발생했다.

항공사고 정보를 제공하는 플래인 크래시 인포가 10명 이상 탑승한 항공기의 사고를 바탕으로 조사한 비행단계별 사고 발생률에서도 이·착륙 단계에서의 사고가 전체의 80%로 분석됐다. 이륙 후 상승 단계까지에서의 사고가 30%, 목적지 인근에서 착륙을 위해 하강하기 시작한 이후의 사고가 50%였다.



화물 적재, 활주로 이동 등 이륙전 단계의 사고(12%)를 포함하면 이·착륙 전후의 사고 비중이 92%를 차지한다. 비행시간에서는 순항단계가 57%로 절반이 넘지만 이 때 발생하는 사고는 단 8%에 불과하다.

항공기사고기록사무소 역시 자료를 통해 착륙단계 50.39%, 비행 중 27.73%, 이륙 20.96%, 활주로 이동 0.64%, 대기상태 0.28% 등의 순으로 사고율이 높으며 공항 10㎞ 이내에서 벌어진 사고가 53.89%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는 항공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이를 지칭하는 용어도 있을 정도다. 바로 '마(魔)의 11분(Critical Eleven Minutes, CEM)' 이다. 이 용어는 미국 트랜스월드항공 이 처음 사용한 것이다.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를 개시한 이후 3분과 목적지 인근에 도착, 하강해 착륙할 때까지의 8분 동안이 항공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결국 항공기의 안전성은 이 같은 마의 11분을 어떻게 안전하게 통제·관리하는가, 그리고 인적 실수를 얼마나 줄이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생존율
항공사와 관계당국이 항공기의 안전강화에 있어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부분이다. 각 항공사들은 11분간의 사고방지를 위해 다각적 안전시스템 구축에 매진하고 있으며, 조종사와 승무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 중이다. 아예 사내에 별도의 CEM팀을 운용, 집중적인 관리를 하는 곳도 다수다.

또한 조종사들의 경우 오래전부터 이·착륙 직전 30초간 '침묵의 30초'라고 불리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시간 동안 조종사들은 이·착륙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 사고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미리 생각해 놓는다.

항공당국도 안전규정 강화와 맞물려 항공기의 물리적 성능 향상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이 지난해 10월 이후 생산되는 항공기부터 중력의 16배를 견뎌내는 좌석의 의무설치 규정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 인 사례. 기존에는 중력의 9배만 견디면 됐지만 이를 2배가량 강화한 것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승객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암세이프라는 회사는 항공기용 에어백을 개발하기도 했다. 좌석 뒷면에 부착하는 이 제품은 비상착륙, 활주로 이탈 등 기체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 분출돼 승객의 머리와 가슴이 좌석에 부딪치는 것을 막아준다. 가격은 개당 1,250달러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영국항공의 J41 항공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 현재 전 세계 9,000대 이상의 상용 항공기와 소형 항공기에 4만5,000 개 이상 판매됐다.

이 같은 내·외적 노력에 힘입어 항공사고에서 승객 생존율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 고 있다. 플래인 크래시 인포에 따르면 지난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사망자가 발생 한 항공사고의 승객 생존율은 평균 21.8%였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2009년까지는 평 균 31%로 향상됐다.

특히 현재는 바다에 불시착한 때에도 파일럿이 항공기를 제어할 수 있을 경우에는 승객 생존율이 무려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승무원과 승객 155명을 태우고 이륙한 직후 뉴욕 허드슨강에 추락한 미국 US에어웨이 소속 1549편 사고에서도 기장의 침착한 대처로 탑승자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항공 관제사, 정비사, 화물 적재사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인력들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속속 구축되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항공기의 진가가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휴대폰 속의 탑승권




지금은 국제선을 타려면 약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탑승권 발급과 수하물 위탁, 보안검색대 통과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출국 게이트 앞에서도 탑승권 확인을 위해 한참 동안 줄을 선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모든 절차를 절반의 시간에 완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단거리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근접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전자탑승권이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휴대폰에 채용되는 근접무선통신 태그에 있다. 근접무선통신 태그가 탑재된 휴대폰에 전자탑승권을 내려 받을 수 있어 발권 창구 앞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이 곧바로 출국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것. 전자탑승권인 만큼 꺼내서 보여줄 필요도 없다.

교통카드처럼 그냥 리더에 휴대폰을 갖다 대고 지나가면 된다. 항공기 탑승 게이트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공항직원과 승무원들이 모든 승객의 종이 탑승권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돼 출국 수속 및 탑승 속도가 배가될 수 있다.

특히 근접무선통신 전자탑승권은 2D 바코드를 사용하는 온라인 선물 쿠폰과 달리 특정 표식이나 바코드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태그 자체에 정보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탑승권을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띄울 필요조차 없다. 아예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어도 인식이 가능하다.

공항이나 항공사 입장에서도 근접무선통신 기술은 비용 절감 및 서비스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도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에어프랑스 항공사는 니스공항에서 니스-파리 간 노선에 이 기술을 테스트해 소기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 내 일부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근접무선통신 전자탑승권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