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에게 낡은 책의 냄새는 하나같이 퀴퀴하기만 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낡은 책에서 나오는 냄새의 미묘한 특성을 분석해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고서를 보존하려고 한다.
이들은 고서의 인쇄지가 부패하면서 나타나는 냄새를 통해 15가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탐지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송진인데, 이것은 인쇄지를 물에 약하게 만든다.
리넨·삼·면 등으로 만들어진 인쇄지에서는 젤라틴이 검출되고, 알루미늄이나 재도 나온다. 이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인쇄지의 원래 성분과 연관돼 있으며, 이 같은 성분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인쇄지의 열화가 심해진다는 증거가 된다.
따라서 이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통해 인쇄지의 상태를 판정, 이에 맞는 보존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것이다. 칼리지 런던 대학의 마티야 스트릭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분석하면 인쇄지의 정확한 성분과 상태, 그리고 올바른 보존방법을 알 수 있습니다."
도덕적 행동 유발하는 향기
최근 브리검 영 대학과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각각 진행된 2건의 연구에 따르면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보다 도덕적이고 예의바르게 된다고 한다.
브리검 영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케이티 릴젠퀴스트는 감귤 향기가 나는 세정제 윈덱스를 뿌린 방과 뿌리지 않은 방에서 사람들의 성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신뢰게임을 시도했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12달러가 주어졌는데, 이들은 이 돈을 다른 방에 있는 익명의 파트너와 공정하게 나눠가져야 한다.
그 결과 윈덱스를 뿌린 방에 있던 사람들이 파트너에게 준 돈은 평균 5.33달러에 달한 반면 뿌리지 않은 방에 있던 사람들이 준 돈은 2.81달러에 머물렀다.
릴젠퀴스트는 여러 가지 상품이 진열돼 있는 매장에 도난방지를 위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보다 산뜻한 향기의 세정제를 뿌리는 것이 더욱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포도원 지키는 꿀벌
미국의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는 지난 2006년 폭발물을 탐지하는 꿀벌을 만들어냈다. 개처럼 후각이 발달한 꿀벌을 훈련시켜 폭발물을 감지해 내도록 한 것.
이 연구소는 꿀벌에게 폭발물 냄새에 제대로 반응하면 달콤한 설탕을 주는 훈련을 반복했다. 그 결과 꿀벌은 폭발물 냄새만으로도 주둥이를 내밀게 됐다. 훈련된 꿀벌은 다이너마이트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폭탄인 C4 등 어떤 종류의 폭발물이라도 냄새를 맡는 즉시 주둥이를 내미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폭발물 탐지 꿀벌 연구예산이 바닥나자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이 꿀벌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야 했다. 그것은 바로 포도원을 지키는 것.
화학자 로버트 윙고는 190억 달러 규모의 캘리포니아 와인업계를 위협하는 흰곰팡이를 탐지하도록 이 꿀벌들을 재교육시켰다. 그는 앞으로 꿀벌로 하여금 다른 농작물의 병충해도 탐지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