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자기펄스를 생성해내는 소스는 단 2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태양이며 다른 하나는 핵폭탄을 비롯한 군용 전자기펄스 방사 장치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우주기상예보센터의 프로그램 조정관인 빌 머타 박사에 따르면 이중 태양이 분출하는 전자기펄스는 대체로 전자기기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상적인 태양의 표면 폭발에 의한 코로나 물질 방출(CME)로 생성되는 전자기펄스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무조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매우 거대한 CME가 발생했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에는 전력망 전체가 마비돼 전기를 사용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비영리기구인 미국전력연구센터(EPRI)의 루크 반 데어 잘 기술이사는 "전력망은 교류 형태로 전류를 보내지만 CME의 전자기펄스는 전력망에 직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변압기의 과열이 초래되면서 원활히 동작하지 못하거나 아예 모든 기능이 완전히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현 전력망에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안전장치들을 구비하고 있지만 다수의 변압기가 작동을 멈춘다면 전력망의 상당부분 또한 마비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상태가 발발했을 때 전력망을 재가동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손상된 장비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뿐이다.
단 모든 CME가 이처럼 위험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상 최대의 CME로 기록되고 있는 1859년과 1921년에 일어났던 두 건의 CME가 현 시점에 재현된다면 웬만한 중소국가들은 나라 전체의 전력망이 초토화될 수 있다. 또한 CME는 인공위성을 고장 낼 수도 있어 피해국가는 전력과 통신 마비라는 극한의 환경에 처하게 된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지구의 대기권이 CME 에너지의 대부분을 반사시켜 버린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경우 지구상의 전자기기를 파괴할 정도의 강한 CME 방사선이 지구 내로 유입되지는 않는다.
결국 위험성을 놓고 보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EMP가 더 위험하다. 일례로 이웃집에 EMP 공격이 가해졌다고 가정하면 이웃집은 물론 그 주변 가정의 전자기기들에도 회로기판에 엄청난 전압이 흘러 회로가 바싹 구워지게 된다.
이러한 인공적 EMP 공격에서 전자기기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전자기기들을 패러데이 상자 속에 넣어 두는 것이다. 패러데이 상자는 전도성 금속소재를 엮어 그물망처럼 만든 상자로서 주로 구리와 6㎜ 두께의 철이 소재로 쓰이는데 EMP로부터 전자기기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구리가 전류를 끌어당겨 상자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철은 자기펄스를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휴대폰, TV, 컴퓨터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전자기기가 하나 둘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이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패러데이 상자를 만드는데는 아마도 1,500만원은 족히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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