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애완동물을 찍을 때는 마땅한 기능이 없다. 그래서인지 촬영한 사진을 보면 어둡게 나오거나 흔들린 경우가 많다.
왜 애완동물 촬영에 특화된 디지털카메라는 없는 것일까. 애완동물 애호가들은 사람보다 애완동물이 더 잘 나오는 디지털카메라를 원하는데도 말이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술은 개발된다고 했던가. 애완동물의 얼굴을 포착해 흔들림 없이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나왔다. 후지필름이 선보인 파인픽스 Z700EXR과 파인픽스 F80EXR이 바로 그것.
파인픽스 Z700EXR에는 렌즈가 본체 내부에서 움직이는 '이너 줌'방식이 채택돼 있어 다른 제품보다 크기가 작은 게 특징이다. 줌은 5배율까지 지원한다.
LCD 크기는 3.5인치며, 터치스크린을 지원해 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러 간편하게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카메라 각도를 세로로 바꾸면 아이콘도 함께 세로로 돌아가 각종 설정 값과 현재 상태 확인, 조작 및 변경 등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촬영 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웹 업로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파인픽스 F80EXR은 전원을 켜면 렌즈가 앞으로 튀어 나오는 형태로 광학 10배줌을 지원한다. 고화질 영상과 고품질 음성을 케이블 하나로 전송 가능한 HDMI 포트를 내장해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TV나 모니터로 볼 수 있다. 또한 아웃포커싱과 야경모드 기능도 갖춰 더욱 다양한 사진 연출이 가능하다. 아웃포커싱이란 초점이 맞은 피사체의 배경이 흐려지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인물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경우 이용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찍는데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제품에는 '강아지/고양이 인식 기능'이 탑재돼 있어 애완동물 촬영에 가장 적합한 초점과 노출 등 각종 세팅 값을 자동으로 설정해 준다. 따라서 이를 활용하면 더 이상 애완동물의 모습을 자동모드로 놓고 찍을 필요가 없다.
개·고양이 데이터베이스 저장
애완동물 얼굴 인식 기능의 핵심은 디지털 카메라 내부의 롬(ROM)에 저장된 개와 고양이의 얼굴 데이터베이스(DB). 롬은 PC나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읽기 전용 기억장치로 기기의 기본 정보가 저장되는 곳이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국제애견협회에 등록된 요크셔테리어, 닥스훈트, 비글, 래브라도레트리버, 차우차우 등 약 300종류의 개 얼굴 정보가 들어 있다. 정보의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 비슷한 얼굴 윤곽을 가진 개의 얼굴을 패턴 처리하는 방식으로 저장했다.
또한 아메리칸쇼트헤어, 아비시니안, 노르웨이 숲 고양이를 비롯한 세계 고양이 애호가 협회가 보유한 40여 종의 고양이 얼굴 정보도 내장했다. 검색 기능도 이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두고 있어 애완동물 사진을 찾기 한결 수월하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는 애완동물 인식 전용 칩셋과 맞물려 동작한다. 그리고 애완동물 촬영 모드로 설정할 때 활성화된다.
작동 과정은 이렇다. 우선 개나 고양이 가 카메라 렌즈에 잡히면 칩셋이 내장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와 비교한다. 그런 다음 눈, 코, 입 윤곽의 비율을 파악해 데이터베이스 에 들어있는 정보와 같으면 그에 맞는 초점과 세팅을 자동으로 잡아 피사체에 타깃 마크를 표시한다.
타깃 마크란 피사체에 초점이 정확히 맞았을 때 화면에 나타나는 표시인데, 이 타깃 마크를 통해 사용자는 셔터를 눌러야 하는 정확한 타이밍을 알 수 있다.
자동 촬영 기능이 있어 정확한 타이밍을 알 수 없어도 문제는 없다. 카메라가 애완동물로 인식을 하면 사용자가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기 때문이다. 셔터 조작이 어려운 상황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여러 마리의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에게 유용한 동시 인식 기능도 제공된다. 이 기능은 한 번에 10마리의 애완동물을 포착해 가장 알맞은 초점 영역과 세팅 값을 제공해 준다.
완벽하지 않은 애완동물 인식률
애완동물 얼굴 인식 기능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등록된 애완동물의 인식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 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그레이트피레니즈를 촬영해본 결과 육안으로 얼굴 식별이 가능한 거리에서는 디지털카메라도 정확히 초점을 잡고 촬영 환경을 조절했다. 자동 촬영 기능도 정상적으로 동작했다.
김동우 한국후지필름 광고판촉팀 사원은 이렇게 말한다. "원래 모습과 다르게 털을 깎거나 염색, 액세서리를 단 경우도 대부분 문제없이 인식합니다. 다만, 눈이나 코, 입 등 얼굴의 주요 부분이 가려진 경우는 인식률이 50% 정도로 떨어집니다." 이는 애완동물을 인식하는 데 얼굴의 윤곽과 비율, 주요 부분의 위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 등록되지 않은 애완동물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데이터베이스에 개와 고양이의 앞모습만 저장된 탓에 촬영을 할 때 옆모습은 잘 잡히지 않는다. 또한 얼굴 윤곽 구분이 어려운 검은색 개나 흰색 고양이 등도 잘 인식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새, 파충류 등 다른 애완동물은 전혀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약점도 존재한다.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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