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비게이션은 위성항법장치(GPS)가 있어야 한다. GPS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위성을 이용해 차량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시스템. 물론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자이로센서와 비컨도 이용된다. 하지만 GPS는 디지털지도, 주행안내시스템, 그리고 컴퓨터 등과 함께 내비게이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수년 전만 해도 처음 가는 곳을 찾아가려면 운전자가 길을 헤매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서부터는 어디든 거침없이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내비게이션이라는 길잡이에 목적지를 입력하기만 하면 영상과 음성으로 길을 가르쳐줄 뿐 아니라 막히는 길, 운전자의 현재 위치까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은 길을 모를 때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불상사를 방지한다.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최단 경로를 계산해 운전자가 이 경로를 따라 주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은 물론 목적지까지의 남은 거리와 도착예정 시간 까지 알려준다. 그러니 시간 절약과 안전운전에 여간 요긴한 게 아니다.
내비게이션은 대개 위성항법장치(GPS), 디지털지도, 주행안내시스템, 그리고 컴퓨터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디지털지도는 도로지도, 바탕지도, 그리고 시설물 데이터베이스로 이루어진다. 이 3가지를 합해 지도상에 나타내는 것. 도로지도는 도로의 형태나 통행 규제를 담고 있다. 길을 찾거나 주행 중인 도로를 판별할 때, 그리고 좌회전과 우회전 등의 회전 안내에 이용된다. 바탕 지도는 지도상에 그려지는 모양이며, 시설물 데이터베이스는 시설물의 위치를 저장하고 있다.
만일 도로지도가 부실하면 새로 개통된 도로나 좌회전 금지와 같이 변경된 통행 규제를 알 수 없게 되고, 시설 물 데이터베이스가 부실하다면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사항이 검색되지 않는다. 주행안내시스템은 가고자 하는 지점을 설정하면 가장 가까운 도로를 찾아준다.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최단 경로를 알려주는 것.
하지만 내비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치 파악이다. 그리고 이 같은 위치 파악에는 GPS, 자이로센서, 비컨 등 3가지 방식이 이용된다.
GPS는 3~4개의 GPS용 위성에서 동시에 발신된 신호 의 시간차를 통해 위치를 계산하는데, 수신된 신호에는 어느 정도의 오차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맵 매칭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을 통해 오차를 최소화한다.
GPS는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한다. 이 때문에 터널이나 지하 같은 장소의 경우 수신이 불가능하다. 자이로센서는 이 같은 GPS 음영지역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차량의 조향방향과 속도정보를 통해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현재의 위치를 판단한다.
도로상에 존재하는 비컨을 통해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도로상에는 특정 지점의 위치 확인을 위한 비컨이 설치돼 있는데, 이 비컨을 통해 차량이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즉 설치된 비콘 사이에 특정 차량이 지나가는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구간의 속력도 판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위치 파악 방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GPS다. 자이로센서나 비컨 등은 이를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 것. 현재 지구 2만 km 상공에는 24대의 GPS용 위성이 돌고 있다. 모두 6개의 궤도에 4대씩의 위성이 12시간 주기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
GPS용 위성 이용해 위치 측정
사실 위성이 없으면 GPS도 없다. GPS는 24대의 GPS용 위성으로부터 1초마다 정보를 받아 차량의 현재 위치를 지도상에 표시한다.
그런데 차량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24대의 GPS용 위성이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 3대 이상의 GPS용 위성만 있으면 현재 위치의 위도, 경도, 고 도와 같은 3차원 좌표 값을 얻을 수 있다.
각각의 GPS용 위성은 위치와 시간 정보를 개별 위성의 고유 코드와 함께 지상으로 송출한다. 그러면 GPS 수신기가 그 정보를 받아 차량의 위치를 표시해 준다. 3대 이상의 GPS용 위성이 보낸 여러 정보를 받아서 신호를 표시하기까지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컴퓨터가 순식간에 뚝딱 처리해 준다.
기본적으로 위치 측정은 GPS 수신기의 삼각측량에 의해 이뤄진다. 2차원에서의 삼각측량을 실제 환경인 3차원 공간에 적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GPS 수신기가 서로 다른 거리에 있는 3대 이상의 GPS용 위성이 보낸 정보를 이용, 정확한 시간과 거리를 측정해 현재의 위치를 계산해 내는 것이다.
2차원 상에서 이루어지는 삼각측량은 이렇다. 우선 위치를 알고 있는 두 점을 각각 a와 b라고 하고, 미지의 한 점을 x라고 했을 때 a, b의 위치, 그리고 이 두 점과 x 사이의 거리를 이용해 미지의 점 x의 위치를 구하는 것이다. 3차원 상에서는 위치를 알고 있는 3개의 점이 필요한데, 이 점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GPS용 위성이다.
GPS용 위성과 수신기간 오차
3차원 상에서는 3대 이상의 GPS용 위성의 위치와 거리를 파악하면 차량의 위치 계산이 가능하다. GPS용 위성 과 차량 사이의 거리는 전파가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에 빛의 속도를 곱하면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전파가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려면 송신 시각을 결정하는 GPS용 위성의 시계와 수신 시각 을 결정하는 GPS 수신기의 시계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한다. 매우 작은 오차라고 해도 빛의 속도인 30만 km/초를 곱하면 오차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GPS용 위성에는 수만 년에 1초의 오차를 갖는 고가의 원자시계가 탑재돼 있다. 하지만 GPS 수신기의 시계는 그렇게 고가의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물리적인 오차를 피할 수 없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GPS 수신기는 3차원의 방정식을 계산할 미지수(x, y, z), 그리고 시간(t)까지 계산해야 한다.
결국 미지수가 4개이기 때문에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 4대 이상의 GPS용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3대의 GPS용 위성으로부터 거리와 시간 정보를 얻고, 1대의 GPS용 위성으로 오차를 수정하는 방법이 널리 쓰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러 대의 GPS용 위성에서 오는 신호의 시간차를 이용해 위치를 측정하는 GPS 수신기가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이용하는 원리는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GPS 수신기가 차량의 위치를 운전자에게 알려 주고 목표 지점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안내하려면 GPS용 위성의 시계가 지구상의 시계와 일치해야 한다. 하지만 GPS용 위성이 너무 빨리 움직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받는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 안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 따라서 시속 1만4,000km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도는 GPS용 위성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GPS용 위성에서는 하루에 7밀리초(1ms = 1,000분의 1초)씩 시간이 느려진다.
상대성이론 이용해 오차 수정
더 큰 문제는 중력이다. GPS용 위성은 2만km 고도에 떠 있기 때문에 중력이 지상에 비해 약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간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GPS용 위성의 시계가 지표면보다 더 빨리 가서 하루에 45ms나 빨라진다. 이 2가지 현상을 모두 감안하면 GPS용 위성에 있는 시계는 지표면에 있는 시계보다 하루에 38ms 빨리 가게 된다.
만일 하루 종일 그 차이를 무시하고 내버려둔다면 38ms 사이에 전파는 약 11km나 진행돼 11km의 위치 오차가 생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비게이션은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을 이용해 GPS 수신기가 매일 그 시간만큼의 오차를 바로잡아 주기 때문에 지상에서의 위치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성이론이 설명하는 기묘한 시공간의 세계를 일상생활에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대성이론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시계를 들고 항공기에 올라타는 것이다.
10km 상공에 떠서 1시간마다 지상의 시계와 비교하면 항공기의 시계는 10억분의 1초, 즉 1나노초씩 더 빨리 간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 지표면은 대기권 상층부보다 시공간이 더 휘어져 있어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이다.
1나노초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문명은 1나노초의 정확도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광케이블로 인터넷을 할 수 없고, GPS를 이용한 위치 파악도 부정확해진다. GPS용 위성의 시계는 1백만분의 1초만 틀려도 GPS 수신기에 무려 300m의 오차를 일으킨다. 그래서 GPS용 위성에 10억분의 1초의 정확도를 지닌 원자시계를 탑재하는 것이다.
다양한 용도에 활용되는 GPS
본래 GPS용 위성은 미 국방부가 미사일을 목표지점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피격되는 사건을 계기로 민간 사용이 허용됐다. 지난 2000년의 일이다.
사실 차량 운전자만이 GPS의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미사일이 목표지점에 정확히 명중하는 것도 GPS를 이용해 미사일을 원격 조정하기 때문이다. 선박 역시 GPS의 도움을 받아 목적지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한다.
항만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컨테이너를 겉에서 보고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또한 GPS의 힘을 이용하면 각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호주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내비게이션에는 길 안내 서비스가 더욱 강화돼 처음 가는 길도 수월하게 찾아가고, 실시간 교통정보를 통해 빠른 길을 안내받기 때문에 초행길이나 막히는 길도 걱정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이제 찾는 길을 지나칠까 걱정 하는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껏, 그리고 자신있게 핸들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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