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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유인 화성탐사 프로젝트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유인 화성탐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인 달탐사를 놓고 펼쳐진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자존심 싸움을 연상케 하는 21세기형 '마스 레이스(Mars Race)'가 시작된 것이다. 각국은 왜 그렇게 화성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화성으로 가지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며 또 어떤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미국의 선제 공격

지난 4월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의 연설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장거리 유인 우주선을 개발, 소행성에 우주인을 보내고 2030년대 중반까지 유인 우주선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킨 후 지구로 귀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그 이후 인간 이 화성 표면에 직접 발을 딛는 화성 착륙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우주개발 경쟁국들의 화성 탐사 계획에 맞서 세계 최강 우주국으로서 미국의 입지를 확고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했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자국 항공우주업계와 학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럽,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들이 무서운 속도로 미국의 입지를 잠식해오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16년 경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등 유인 우주개발 사업에서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부시정권이 추진해왔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별자리 프로젝트(Constellation project)'를 중단시키며 우주항공계로부터 큰 반발과 우려를 불러오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시점에서 구체적인 유인 착륙 계획을 가장 먼저 공식화함으로써 내적 반발 억제와 우주 최강국 지위 유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오바마는 "달 착륙은 과거에 했던 일이며 앞으로 탐사하고 배워야 할 훨씬 많은 우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NASA에 60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고 유인 우주선을 달보다 더 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차세대 로켓 연구에도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향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대로 정책이 집행되고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행보에 발맞춰 화성탐사 계획을 가속화한다면 화성이 새로운 우주탐사의 최대 격진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화성은 제2의 지구?

현재 우주 강국들은 하나같이 화성 탐사에 집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에도 현재까지 발표된 탐사계획만 11개에 이른다.

도대체 왜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수많은 행성 중 유독 화성에 이토록 관심을 갖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외계생명체의 발견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성 표면에는 125만년 전까지 물이 흘렀고 생명탄생의 근원인 바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도 화성탐사로봇과 천체망원경을 통해 물의 흔적과 얼음 상태의 물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만약 화성에서 생명체의 화석이나 살아있는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래 가장 중요한 천문학적의 발견이 된다. 이를 위해선 무인탐사로는 한계가 있어 유인탐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전을 통한 우주항공 기술의 향상이다. 유인 달 탐사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1961년부터 10여년간 미국 NASA는 전례 없는 기술혁신을 이뤘다. 당시 NASA의 예산은 지금 보다 25% 정도 많았을 뿐이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도전정신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해냈다. 이 점에서 화성 유인 탐사 역시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 이유는 지구 종말에 대비한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함이다. 앞서 말한 바대로 화성에는 희박하기는 해도 분명 공기와 물이 존재한다. 때문에 이를 잘 사용하면 먼 미래에 화성을 인류의 거주지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아예 화성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개조, 지구와 유사하게 바꾸는 화성의 지구화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화성 유인탐사는 인류의 지속적 생존을 위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2년 6개월의 임무기간

이 같은 화성 유인탐사가 처음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부터다. 독일 출신의 로켓기술자 베르너 폰 브라운이 1952년에 발간한 저서 '화성 계획(Das Marsprojekt)'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1,000대의 3단 로켓으로 자재를 운반, 지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한 뒤 70인승 우주선 10척을 화성으로 보내는 의견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미국, 구 소련, 유럽 등지에서 지금껏 논의됐던 화성 유인탐사 계획은 족히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누구도 화성에 사람을 보내지는 못했다. 왜 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인류가 가진 기술로는 이것이 너무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임무 기간 이다. 현 로켓기술로는 화성으로 유인 탐사선을 보내고 지구로 귀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무려 2년 6개월이나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우주인들의 생명을 유지할 기술이 우리에게는 없다.

우주라는 가혹한 환경 탓에 닐 암스트롱이 탔던 아폴로 11호의 임무기간이 고작 8일에 불과했고 현재 미국 우주왕복선의 최대 임무기간도 17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2년 6개월의 시간은 넘기 힘든 벽과 같다. 그나마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발레리 폴리야코프가 미르우주정거장에서 438일을 머문 사례가 있지만 이는 지구로부터 주기적인 물자보급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유인 화성탐사 성공의 복병

이뿐만이 아니다. 설령 이를 견뎌내더라도 유인 화성탐사를 실패로 만들 요소는 너무나 많다.

먼저 우주 광선(cosmic ray)의 위협이 있다. 우주에서는 고 에너지의 미립자, 방사선 등 DNA와 뇌세포를 파괴하고 암 발병률을 높이는 다양한 우주광선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지구에 있다면 대기권과 지구 자기장에 의해 이들이 차단되지만 우주공간에서는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학계에서는 화성 유인 탐사를 떠나는 우주인들의 경우 임무기간 동안 치과 X레이의 최대 2만6,000배에 달하는 우주선에 피폭될 것으로 예견한다.



근육 및 골밀도 손실도 중대한 문제 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근육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 1개월간 거주하는 것으로 근육의 최대 20%, 뼈 질량의 최대 1.5%가 손실되는 탓이다. 수개월 이상 우주에 머물면 근육 손실량이 최대 50%에 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최대 난제는 식수와 식량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라면 필요시마다 보급품을 실어 나를 수 있지만 화성 탐사선은 그럴 수 없다. 임무기간 동안 쓸 모든 물자를 한 번에 싣고 다녀와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5명이 2년6개월 간 마실 물의 양만 5만5,000ℓ, 무게로는 55톤이나 된다. 여기에 숨쉬기 위해 필요한 산소와 먹을거리를 더하면 도저히 우주선에 싣기 어려운 중량이 된다.

화성 정복을 위한 준비

이를 보면 화성 유인 탐사는 너무나 요원한 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각국 우주기구를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례로 임무기간 단축을 위해 기존 로켓엔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내는 새로운 엔진이 개발되고 있다. 가장 가능성 높은 대안은 플라즈마 엔진이다. 엔진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수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분출하는 게 기본 추진 원리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고온·고압의 플라즈마를 활용하면 이론상 로켓 엔진의 최대 10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화성탐사 임무기간이 39일로 대폭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 애드 아스트라 로켓 컴퍼니(AARC)가 VASIMR로 명명된 플라즈마 로켓을 개발 중이며 2013년경 이 로켓을 사용해 ISS의 궤도를 변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주 광선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8년 영국 칠튼의 루더포드 애플턴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제시한 자기장 차폐벽이다. 화성 탐사선에 10㎝ 두께의 기존 차폐벽을 채용하면 약 25%의 차폐효과 밖에 발휘할 수 없고 탐사선의 중량과 크기에도 부담이 되 기 때문에 차폐벽 대신 탐사선 주변에 인공적으로 자기장을 형성, 우주광선을 막자는 것이다.

이는 지구 자기장의 유해 우주광선 차단 효과를 본 딴 것으로 연구팀은 직경 수백m의 인공 자기장이 중이온, 양자 등 탐사선과 인체에 극히 유해한 우주광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음료 또한 마찬가지다. 점차 현실성 높은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 이중 식수는 우주인들이 마시고 배출하는 수분, 즉 소변·대변·땀 등에 섞여 있는 수분을 회수·정제하는 방식으로 식수의 90%를 재활용하는 방안이 설득력 있게 연구되고 있다.

약 8톤이 필요한 음식물을 위해서도 NASA와 러시아가 최대 5년간 장기 보존이 가능한 우주식품 개발을 추진 중이며 식품만 실은 무인우주선을 미리 화성에 착륙시킴으로서 귀환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아예 탐사선이나 화성에 작은 온실을 건설,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는 것도 논의되고 있는 아이디어의 하나다.

마스-500 프로젝트

이와 관련 많은 우주항공학자들은 외적 요건보다도 우주인의 내적 문제를 더 시급하게 보기도 한다. 우주인들이 밀폐공간에 갇힌 채 수년간 여행하며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과연 견뎌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이 답을 찾기 위해 현재 러시아에서는 '마스-500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인간이 밀폐공간에서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화성 탐사선과 유사한 시뮬레이터 속에 6명의 지원자를 투입, 모의 화성탐사를 수행하며 참가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게 된다. 지난 2008년에 15일의 실험이 처음 실시됐고 지난해 105일에 이어 올해 5월에는 본격적인 화성 유인 탐사 계획에 맞춰 520일의 폐쇄 실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화성 유인 탐사는 기존의 그 어떤 유인탐사보다도 인선(人選)이 중요하다. 따라서 마스-500 프로젝트에서도 우울증, 불안, 밀실공포증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은 일찌감치 탈락시켰다.

남성 단일팀과 남녀혼성팀의 비교 우위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단일팀 지지자들은 혼성팀의 경우 대원들 사이의 질투심을 유발, 팀워크가 깨지거나 성폭행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반면 혼성팀 지지자들은 이성의 존재가 팀 분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지 동일 문화권 출신보다는 다문화권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단결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마스 500 참가자들은 유럽인 2명, 러시아인 3명, 중국인 1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화성 유인탐사의 미래

현재 각국은 이러한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화성탐사를 위한 다각적 준비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화성탐사 실적을 자랑하는 미국은 오는 2018년 화성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며 현재 개발 중인 오리온 우주선에 화성탐사대원을 태워 ISS에 보낸 후 ISS에서 유인탐사선을 타고 화성으로 떠나는 2단계 프로젝트도 논의되고 있다.

ESA 역시 화성 유인 탐사를 계획 중이지만 아직 우주선과 발사체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이를 위해 기존 무인 자동화 수송선(ATV)를 유인우주선으로 개조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는 경제난으로 인해 유인 우주선과 발사체의 독자 개발·건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미르우주정거장과 ISS의 운영에서 얻은 노하우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우주 강국과 공동으로 유인 화성탐사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 마스-500 프로젝트에 러시아가 먼저 중국 우주인의 참여를 요청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자국 우주선으로 사람을 우주에 보 낸 3번째 국가인 중국도 내년에 무인 화성탐사선 잉후오 1호를 발사, 화성 탐사 대열에 참가할 예정이다.

인류는 지난 1950년대부터 화성에 발을 딛고 싶어 했다. 그 꿈이 과연 2030년을 전후에 현실화 될 수 있을까. 현 단계에서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만일 인류가 유인 화성 탐사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더 넓은 우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자 인류를 낳아준 우주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역사적 모험이 될 것이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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