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모의 혈액형이 같다면 자녀의 혈액형도 반드시 부모와 동일해야 한다. 부모가 모두 A형이면 자녀도 A형, 모두 O형이면 자녀도 O형이어야 정상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ABO식 혈액형의 상식이다.
그런데 부모가 모두 O형임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혈액형이 A형이나 B형, 혹은 AB형인 사람들이 있다. 막장 드라마의 소재인 불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그럴 수가 있다. 바로 부모의 혈액형이 평범한 O형이 아닌 '봄베이 O형'인 경우다.
봄베이 O형은 A형이나 B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희한하게도 적혈구에는 A형 또는 B형 항원이 없는 혈액형이다. 인도 봄베이에서 지난 2002년 처음 발견돼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로 인해 봄베이 O형인 사람들은 실제 유전자형은 분명 A형 또는 B형이지만 혈액형 검사에 의한 표현형은 O형으로 나타나게 된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렇게 발현되지 않고 내재되어 있는 A형이나 B형 유전자가 자녀에게는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정상적 O형이고 다른 한 명이 봄베이 O형이라면 A형이나 B형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
만일 부모 2명이 모두 봄베이 O형이면 AB형 자녀를 가질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O형이면 AB형의 자녀가 태어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상례지만 O형 부모가 봄베이 O형일 때는 AB형이 나올 수 있다. 물론 봄베이 O형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매우 희귀한 혈액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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