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침몰 속편 공항침몰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은 바다 위에 떠있는 공항이다. 토지가 부족한 일본이 오사카만에서 5㎞ 떨어진 해상에 길이 4㎞, 폭 2.6㎞의 대형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공항을 세운 것. 때문에 항공사진으로 보면 영락없는 섬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이 기묘한 공항으로 꼽힌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바다를 간척해 세워진 공항은 여기 외에도 많다. 진짜 이유는 향후 공항이 맞을 기구한(?) 운명에 있다.
지난 87년 공항 건설이 시작될 당시 엔지니어들은 지진, 태풍, 불안정한 해저지형 등 온갖 변수를 감안해 공항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그런데 그때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현재 나타난 것이다. 바로 지구온난화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계속 될 경우 50년 뒤 간사이 국제공항은 물고기들의 놀이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 추락? 아니죠. 착륙? 맞습니다
세인트마틴 프린세스 줄리아나 국제공항
네덜랑드령 세인트마틴 섬에 있는 프린세스 줄리아나 국제공항의 항공기 착륙 사진을 보면 누구나 합성이라 생각한다. 해변의 관광객들 머리 바로 위로 대형 항공기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합성이 아니다. 실제 모습이다. 이 공항은 해변과 단 몇 십m의 간격을 두고 활주로가 있어 이처럼 추락하듯 낮게 비행하는 항공기들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항공기 승객은 차치하고라도 관광객에게 이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귀청을 울리는 엔진소음을 제외하면 안전상 위험은 크지 않다고 한다. 단 전문가들은 해변과 공항 사이의 2차선 도로에 대형 트럭이 지날 때는 사고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트럭 지붕과 항공기가 부딪칠 수 있고 트럭이 가벼우면 제트엔진의 후폭풍에 떠밀려 전복될 개연성을 배재키 어렵다는 것. 도대체 왜 이토록 무리수를 두며 공항을 세웠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땅이 좁기 때문이다.
3 활주로와 도로의 융합
영국령 지브롤터 공항
휴양지로 유명한 영국령 지브롤터에는 공항이 딱 하나 있다. 세계2차대전 때 바위산을 깎아 만든 공군비행장이다. 관광객을 태운 상업용 항공기의 입항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도 지브롤터 공항은 영국 공군기지 역할을 겸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공항의 활주로가 지브롤터에서 가장 혼잡한 자동차 도로인 윈스턴처칠 애비뉴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것. 항공기가 착륙한 후 공항청사로 가려면 반드시 이 도로를 지나야 한다.
이로 인해 윈스턴처칠 애비뉴와 활주로가 만나는 사거리 에는 철도 건널목에서나 볼 법한 차단막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항공기가 지나갈 때면 적색등이 켜지며 차단막이 내려와 차량의 통행을 막는다. 국토의 절반이 험준한 산악지형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해도 기내에 앉아 자동차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며 교차로를 건너는 일은 분명 놀랍고도 희한한 경험일 것이다.
4 고가도로에 착륙하라
포르투갈 마데이라 국제공항
포르투갈의 작은 섬 마데이라의 국제공항은 해변에 조성된 아름다운 공항이다. 지금은 대형항공기의 이·착륙이 자유롭지만 처음 개항했을 때만해도 이곳은 조종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공항의 하나였다. 활주로의 길이가 1.52㎞에 불과해 베테랑 파일럿들도 착륙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관광객 유치나 물자의 원활한 수송에도 큰 걸림돌이었다. 문제는 활주로의 양끝이 해안에 맞닿아 있고 주변지대도 낮아 확장이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결국 해법을 찾아냈다. 길이 1㎞, 폭 180m의 고가도로를 건설해 활주로를 연장한 것이다. 특히 200여개에 달하는 교각으로 고가도로를 받쳐 보잉 747 등 대형항공기의 착륙에 견딜 수 있는 강한 내구성을 확보했다. 이렇게 마데이라 국제공항의 활주로는 현재 2.75㎞로 늘어났고 세계 유일의 고가도로 공항이라는 유명세도 얻었다.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됐음은 물론이다.
5 자신 있으면 착륙해봐!
사바섬 후안초 E. 이라우스퀸 공항
카리브해 사바섬의 유일한 공항인 후안초 E. 이라우스퀸 공항은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손꼽힌다. 활주로 길이가 짧아도 너무 짧은 400m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섬 전체 면적이 독도보다 작은 13㎢임을 감안하면 공항이 있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활주로가 짧기에 이 공항에 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는 세스나기(機)와 같은 경비행기뿐이다. 상업용 항공기는 아예 착륙을 불허한다. 활주로의 양쪽 끝에 보이는 'X' 마크도 이곳은 평범한 활주로가 아니니 착륙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나마 경비행기 파일럿들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착륙을 시도하지 못한다. ‘아차’하는 순간 절벽 아래의 바다를 향해 다이빙을 하는 당혹스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이런 공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공항은 사바섬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이곳에 착륙하는 몇 대 안되는 비행기라도 없다면 우편, 식품공급 등에 막대한 차질이 생겨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불편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6 골프공 조심하세요
태국 돈므앙 공항
2개의 활주로를 보유한 태국 방콕의 돈므앙 공항은 외관상 여느 중형 국내선 공항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활주로 사이의 숲은 평범한 숲이 아니다. 이곳에 바로 18홀 퍼블릭 골프장이 있다. 공항 활주로 한 가운데 어떻게 골프장이 들어섰을까. 돈므앙 공항은 과거 공군비행장이었는데 정부가 군 장교들의 복지를 위해 이곳에 골프장을 건설한 것이다.
민간항공기 출항이 이뤄진 지금도 이 골프장은 군 전용 골프장으로서 여전히 성업 중이다. 자칫 이·착륙 중인 항공기에 골프공이 날아들지는 않을까. 골프장의 규모상 타이거 우즈 같은 장타자가 일부러 맞추려하지 않는 한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태국 정부는 항공기의 이·착륙 시 골프장에 적색 경고등을 켜서 모든 골퍼들의 스윙을 금지하고 있다. 귀찮은 쪽은 오히려 수시로 게임을 중단해야만 하는 골퍼들이다.
7 급구! 곡예비행사를 찾습니다
브라질 콩고나스 공항
전 세계의 모든 대도시에는 공항이 있다. 이들 공항은 대개 도심과 길게는 수십㎞ 이상 떨어져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10여㎞는 기본이다. 도심 속 고층빌딩들이 안전을 위협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이 점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의 콩고나스 공항을 오가는 조종사들은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공항과 도심의 거리가 단 8㎞에 불과해 한시도 맘을 놓을 수 없다.
아차 하는 순간 911 사태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이 가까운 만큼 소음규제도 심해 조종사들에게는 글라이더처럼 조용하게 이·착륙을 해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압박마저 가해진다. 물론 이 공항이 처음부터 도심 가운데 건설된 것은 아니었다. 착공 당시에는 주변이 허허벌판이었지만 지속적 도시 확장의 결과, 지금의 모습이 됐다. 도시화는 자연훼손에 더해 항공기 조종사들까지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8 국가보다 더 큰 공항
사우디아라비아 담맘 킹 파드 국제공항
사우디아라비아의 담맘 킹 파드 국제공항은 대륙에 건설된 현존 세계 최대 공항이다. 전체 면적이 780㎢에 이른다. 이는 서울시보다 무려 175㎢나 넓은 것이며 사우디의 이웃나라인 바레인의 국토 면적과 비교해도 28.6㎢나 크다. 공항청사 밖에는 수천 명이 동시에 기도할 수 있는 거대한 회교사원도 있다.
이렇듯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다보니 여행객들은 공항을 빠져나가는 것부터가 부담이다. 한눈을 팔다가 일행을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이 난다. 다 큰 나이에 어린이들과 함께 미아보호소에 앉아있는 황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공항 건설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사막에 엄청난 규모의 공항을 짓다보니 식수는 차치하고라도 콘크리트의 혼합을 위해 필요한 물조차 부족해 건설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9 비행기로 스키점프하실 분
프랑스 쿠쉬빌 공항
스키 명소인 프랑스 쿠쉬빌에는 520m의 짧은 활주로를 가진 경비행기용 국제공항이 있다. 이 공항에 이·착륙할 때 모든 승객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경험을 한다. 활주로 길이가 짧아서 일까. 아니다. 활주로의 모습 때문이다. 실제로 쿠쉬빌 공항의 활주로는 산 중턱을 깎아 만든 탓에 언덕처럼 오르막 형태를 띠고 있다.
그 경사도는 무려 18.5%나 된다. 이는 활주로 100m당 표고차가 18.5m라는 뜻으로 520m 활주로의 전체 표고차는 96m를 넘는다. 이렇듯 무시무시한 급경사를 오르며 착륙하고, 스키점프대에서 뛰어내리듯 하강하며 이륙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별도의 자격증을 획득한 조종사들에게만 쿠쉬빌 공항의 이·착륙이 허용된다.
10 착륙하다 해 지겠네
티벳 방다 공항
티벳의 방다 공항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공항이다. 공항의 고도가 백두산과 한라산을 합쳐놓은 것보다 조금 낮은 해발 4,334m다. 하지만 방다 공항의 특징은 이것이 아니다. 진정한 기묘함은 턱없이 긴 활주로다. 활주로의 길이가 장장 5.6㎞에 이르는 것. 이는 63빌딩 23.5개에 해당하는 길이다. 중국이 이곳에 왜 이렇게 긴 활주로를 만들었을까. 땅이 넓다고 자랑이라도 하려는 걸까.
물론 아니다. 긴 활주로는 고지대에 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지대가 높아질수록 착륙을 할 때 정지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항공기가 시속 150마일(240㎞)의 속도로 착륙했을 때 해수면 높이의 활주로에서는 1.5㎞ 밖에서 멈추지만 해발 5.6㎞에서는 3㎞를 주행하고 나서야 정지하게 된다. 승객들은 지면에 내려앉은 항공기가 마치 자가용이 된 듯 끝없이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렇게 해야만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