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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의 시작 BIG BANG

지난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이 존 매더, 조지 스무트에게 수여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마이크로파 관측 위성 'COBE'를 이용, 우주의 배경 복사에너지를 관측한 공로였다.

그런데 우주 배경복사는 이전에도 노벨상을 배출한 연구 분야다. 1978년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3K(-270℃)의 우주배경복사를 발견,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 우주 배경복사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이처럼 두 번이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을까.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허블의 법칙…은하가 멀어진다

지난 1923년 에드윈 허블은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을 발견했다. 이는 우주의 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은하수 너머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20세기 최고의 천문학자로 손꼽히는 허블의 관심은 먼 은하들에 집중됐다.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마천문대의 직경 2.5m짜리 헤일망원경을 활용, 은하들을 관찰했다.

당시에만 해도 세계 최대의 단일 광학망원경인 헤일망원경을 통해 허블은 은하들이 외형에 따라 타원형(30%), 나선형(60%), 불규칙형(10%) 등 세 종류로 구분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에 기초하여 허블의 '소리굽쇠 도표'라고 불리는 은하체계도 만들었다.

허블과 그의 조수 휴메이슨이 가장 궁금해 했던 점은 은하의 거리와 움직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6년간 자료를 모아나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은하의 후퇴속도가 거리에 비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929년 학계에 발표된 이 연구는 유명 천문학자인 앨런 샌디지와 동료들에 의해 훨씬 멀리 있는 은하들에까지 확장되어 검증됐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허블의 법칙'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은하가 멀어져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우주를 측정하는 잣대

과학자들이 별이나 은하가 후퇴한다는 사실의 발견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비유되는 것이 '도플러 효과'다. 이는 관측자에 가까이 접근하는 물체가 내는 소리는 파장이 짧아지고 멀어지는 물체의 소리는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은하를 관찰하는 과학자들은 이점에 착안, 은하가 내는 스펙트럼의 파장을 확인함으로써 이들이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적색편이(red shift)' 현상이라 한다.

물론 대다수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허블의 발견도 그 이전의 천문학자들의 연구 업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 로웰천문대의 베스토슬라이퍼가 이미 1912년에 나선형 성운의 스펙트럼에서 보이는 도플러 이동이 초당 300km나 됨을 관측했는데 허블은 이런 도플러 이동속도가 은하의 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허블의 법칙을 식으로 표시하면 'cz=v=Hd'가 된다. 여기서 c는 광속도, z는 적색편이, v는 후퇴속도, d는 은하의 거리며 H는 허블 상수로 불리는 비례상수다. 허블의 상수를 알고 있을 때 바로 적색편이 z를 측정하고 여기에 광속도 c를 곱하고 허블상수로 나누어주면 바로 은하까지의 거리가 나오는 것.

즉 후퇴속도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허블의 법칙은 결과적으로 과학자들이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우주의 측정 잣대'를 제공한 셈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1929년 허블이 발표한 이 사실은 많은 흥분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는 우주가 완벽한 상태로 영원불멸할 것이라는 그간의 믿음과 달리 팽창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말로 우주가 팽창한다면 그 시작과 끝이 있어야 했기에 팽창 과정을 역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우주의 시작 시점까지 돌아갈 수도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먼 옛날 있었을지도 모를 대폭발, 다시 말해 빅뱅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이다.

빅뱅이론 vs 정상 우주론

정확히 말하자면 빅뱅은 이미 알렉산더 프리드만에 의해서 일찍이 제안됐던 생각이며 1927년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거 우주팽창을 밝혔었다. 아인슈타인도 당초 '정적인 우주'를 강조하고 우주의 팽창을 부인했지만 다양한 검증이 이뤄지자 결국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이론은 한동안 서로 다른 두 개가 대립했다. 그 중 하나가 1940년대 러시아 출신의 조지 가모프가 주도적 역할을 하며 발전시킨 빅뱅 이론이다. 그는 이론적으로 우주의 팽창이 시작된 지점은 우주의 모든 질량과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 엄청나게 높은 밀도의 에너지가 있었으며 이것이 급격히 폭발, 팽창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1950년대 영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은 허먼 본디, 토마스 골드 등과 함께 빅뱅 이론을 정면반박하며 정상우주론을 제시했다. 우주는 팽창하지만 새로 생기는 간격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이론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우주는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동일한 모습이라는 이론으로서 여기서는 굳이 우주의 시작점을 정할 필요가 없다.

이 두가지 이론의 대립에 있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빅뱅이라는 용어의 탄생배경에 대한 부분이다. 빅뱅은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한 호일이 빅뱅이론을 비웃으며 "그럼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던진 말이 그대로 굳어져 지금껏 사용되고 있다.






우주에 '빛'이 생기다

그런데 지난 1965년 이런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중요한 발견이 이뤄졌다. 이 역시 1934년에 가모프가 빅뱅모형에서 예측했지만 그만 잊혀진 것이었다.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졌던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었다면 그 에너지의 잔재가 있을 것이며 그 에너지는 대부분 전파영역에서 검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1960년대 초 미국 프린스턴대학 의 로버트 디키와 제임스 피블스는 이 의 증명을 위해 마이크로파 검출장치 를 만들어 지붕으로 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벨연구소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바로 우주 배경복사를 발견, 1978년 노벨상을 받게 될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전해들은 디키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보게들, 우리가 한 발 늦었네."

당시 젊은 무선 천문학자였던 펜지어스와 윌슨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나팔 모양의 거대한 마이크로파 안테나를 활용, 최초의 통신위성인 에코 1 호를 추적 중이었는데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배경 잡음에 골머리를 썩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골치덩이 잡음이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사시사철 변함없이 일정하게 지구로 유입되고 있는 절대온도 3도(3K, -270℃)의 복사 에너지 중 일부라는 게 밝혀지며 빅뱅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

빅뱅 이론에 의하면 빅뱅 후 30만년이 되는 시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에너지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을 빅뱅 당시에는 우주의 온도는 엄청나게 높았지만 시간이 흘러 점차 식다가 30만년의 지점에서 온도가 약 3,000℃로 낮아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3,000℃의 온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원자 내에 잡아둘 수 없었던 전자가 이 온도에 이르면 마침내 원자 내에 붙잡혀 중성 수소와 중성 헬륨 원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전에는 플라즈마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광자가 비로소 빛의 형태로 뿜어져 나오게 됐음을 뜻한다. 물질과 빛이 분리되면서 컴컴했던 우주에 갑자기 빛이 생긴 것이다. 물론 이 때 우주로 나온 빛은 3,000℃에 해당하는 복사 에너지다.

이후 지금까지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우주도 계속 식어 현재는 약 3K 정도의 복사 에너지로 되었다는 것이 빅뱅이론의 중요한 결론이었다. 따라서 펜지어스와 윌슨이 찾아낸 3K의 배경 복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빅뱅 이론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중요한 증거가 됐다.

원래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정상 우주론 쪽을 지지하는 쪽에 있었지만 예기치 않게 빅뱅 이론의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사실로 자리매김한 빅뱅

이 외에도 빅뱅을 지지하는 중요한 결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주를 이루는 원소의 분포 모습이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고에너지 이론물리학자들은 빅뱅 후 처음 3분 간 일어났을 일들에 대해 꽤 정확히 기술할 수 있게 됐는데 중요한 결론의 하나가 우주에서의 원소 분포가 질량비로 수소(1H, 양성자) 3 대 헬륨(4He) 1이라는 것이다. 입자수의 비율로는 10 대 1 정도 된다. 실제 은하와 우주공간의 원소분포 조사 결과가 헬륨 25%, 수소 75%로서 이 같은 이론적 계산과 일치한다.

더구나 양이 매우 적은 3He, 7Li 등의 관측결과도 각각 이론적 예상치인 4He 대비 1만분의 1, 10억 분의 1과 일치해 빅뱅의 이론적 타당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하여 1970년대 중반이 되면서 우주는 대폭발로 시작됐다는 빅뱅이론은 확고한 사실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1980년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앨런 구스의 연구를 통해 빅뱅이론이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된다. 구스에 의해 빅뱅 후 10-35초에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과 10-35초에서 10-33초 사이 우주가 1,050배 가량 팽창했다는 것이 계산으로 밝혀진 것.

1989년 존 매더와 조지 스무트에게 노벨상을 안겼던 COBE 위성의 우주 배경복사에너지 관측 결과도 우주에 빅뱅이 있었음을 재확인해 줬다. 지난 2004년 허블 우주망원경은 약 130억 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은하들의 사진을 '허블 울트라 딥 필드'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이 역사적 사진은 인간의 힘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은하들의 모습이다.

오늘날 허블상수 등을 활용해 얻은 우주의 나이는 대략 137억 년으로 추정된다.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약 10억 년 후의 모습을 오늘 우리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우주에서 빅뱅 후 10억~20억년이 지나며 은하가 진화한 시작 과정을 밝혀내는 것은 현대 천문학이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빅뱅과 우주 배경복사, 그리고 우주의 크기를 밝혀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끝없는 노력을 보면 지구는 결국 대우주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행성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의 지구는 풍성한 생명들이 넘치는 축복받은 행성임에는 틀림없다.





글_ 김경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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