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자동차를 좀 더 경제적으로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연비를 향상시키면 된다. 같은 차라도 연비를 높이면 상당한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비를 높일 수 있을까. 먼저 신차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그 차량의 연비를 살펴보자.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는 차량의 연비와 1년 기준 연료비가 공개되어 있으니 이를 참조해 선택하는 게 좋다.
차량의 경제속도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속도는 차량마다, 도로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인 경제속도는 가장 높은 기어 단수일 때 분당 엔진회전수가 2,000~2,500rpm 전후를 유지하는데 맞춰져 있다. 그 이상이거나 이하일 때는 연료 소모량이 늘어난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계기판에는 '에코존'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여름철 에어컨의 사용 역시 연료 소모와 관계가 많다. 통상 에어컨을 쓰면 연료 소모가 20% 정도 늘어난다. 하지만 올바른 에어컨 사용은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다. 에어컨을 켤 때 설정온도는 낮게, 풍량은 최대로 하고, 차내 온도가 어느 정도 내려가면 풍량을 낮추면서 온도를 적절히 올리면 된다.
간혹 연료절약을 위해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운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도로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40~60㎞ 이상의 속도라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것이 공기저항을 줄여 연료절약에 훨씬 도움이 된다.
자동차 배기가스 보증수리제도도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 배기가스를 기준 이하로 유지하면 환경보존뿐 아니라 완전연소에 따른 연료절감효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이전 차량은 '구입 후 5년간, 주행거리 8만㎞까지', 2002년 이후 차량은 '10년간 16만㎞까지' 배기가스 관련 23개 부품의 무상보증수리가 가능하다.
덧붙여 자동차를 구석구석 살피는 것은 연비를 절약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매일은 아니라도 최소한 열흘에 한 번쯤은 엔진룸을 열어보자. 그리고 오일이 새는 곳은 없는지, 이상한 소리가 나지는 않는지 확인해보자. 자동차의 고 장도 인간의 질병처럼 빨리 발견할수록 수리도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이를 위해 가급적 차량운행 수첩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점화플러그를 제때 교체해주는 것만으로도 약 10%의 연료절약이 가능하다. 또한 코가 막히면 잘 뛸 수 없듯 에어 클리너가 먼지로 오염되면 공기 흡입 저항으로 5%의 연료가 낭비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내릴 때 타이어에 눈길을 주는 습관도 바람직하다. 그저 바람이 빠져 있지 않는지 확인만 해도 좋다.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는 소형 측정기로 공기압을 재보면 금상첨화다. 적정 공기압에서 1psi만 부족해도 연비가 3% 나빠지는 탓이다.
트렁크 속도 한 번씩 보자. 그리고 불필요한 물품들을 당장 내려놓자. 골프백, 세차용품 등 쓰지 않는 짐을 빼는 것만으로 연료를 아낄 수 있다. 배낭이 무거우면 등산할 때 더 많은 힘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운전습관은 연료 낭비의 주범이므로 빨리 고치는 게 좋다. 급출발, 급가속, 급제동 등 '급' 자가 들어가는 것은 무조건 삼가야 한다. 같은 거리를 주행해도 급가속과 제동을 반복하면 30% 이상의 연료가 더 들어간다.
특히 급출발의 연료소모가 가장 심하다. 만일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급출발하는 습관이 있다면 당장 고쳐야 한다. 아까운 기름도 문제지만 자칫 큰 사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_장영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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