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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개방하라

인터넷 검열을 무력화시키는 소프트웨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웹 개발자 오스틴 힙은 국제테러리스트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는 작년 여름 이란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직후 디지털 쿠데타를 주도했다.

자신이 세운 검열연구센터(CRC)에서 개발한 '헤이스택(Haystack)'이라는 소프트웨어를 USB 드라이브에 저장한 채 이란에 밀반입한 다음 비밀리에 이란인들 사이에 퍼뜨린 것.

헤이스택은 인터넷 필터링 방지 소프트웨어로서 시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특정내용을 필터링 하는 이란 정부의 웹 통제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며 인터넷 논객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케 했다.

이란 정부가 항의 시위 이후 외국 언론 보도의 자국 인터넷 노출을 금지하면서 지금도 이란에서는 시민들이 헤이스택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불법(?)적으로 올리는 콘텐츠만이 정부검열을 받지 않은 유일한 정보로 남아 있다.

이렇게 올려진 정보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유튜브에 게시됐었던 한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에는 반정부 집회에 참가하려던 이란 여성 2명이 사살당하는 모습이 찍혔는데 정부의 필터링 때문에 이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명성을 떨친 헤이스택은 전 세계의 인터넷을 누구의 심의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려는 미 정부 정책의 첫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대외 무역을 규제하는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 통제실(OFAC)이 관련법규를 개정하며 채팅과 커뮤니티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인터넷 통신서비스의 이란 수출을 허용한 것.



특히 OFAC은 이란 내에서 헤이스택의 배포를 계속해도 된다는 특별허가까지 내줬다. 이에 힘입어 힙은 올 여름이 되면 수천명의 이란인들이 정부의 필터링을 피해 언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힙은 헤이스택 개발 당시를 회상하며 "제가 집을 떠나지 않고도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터넷의 힘"이라며 "이란 정부의 행태를 처음 들었을 때 시민들을 도울 방법이 있다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웹 개발자인 다니엘 콜라시오네와 의기투합해 이란에서 유출되는 네트워킹 문서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아키텍처 기술과 암호 기법을 활용, 필터링 회피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이는 힘든 작업이었다. 이란은 첨단기술을 잘 알고 있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스 보도에 의하면 이란은 노키아와 지멘스의 합작 벤처회사로부터 인터넷 트래픽 감시 기술을 전수받았다.

이 감시 소프트웨어는 패킷 스니핑(packet sniffing)이라는 매우 정교한 과정을 수행한다. 누리꾼들이 접속 또는 사용하는 웹 페이지,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징의 대화들은 인간의 지문처럼 식별 가능한 고유한 코드 특정을 지니고 있는데 필터가 이를 검사해 특정 웹사이트로의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헤이스택은 이러한 데이터 패킷을 위조, 허가된 사이트를 접속할 때와 동일한 디지털 발자국으로 변조함으로서 인위적인 검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이와 동시에 헤이스택의 서버와 암호화 연결돼 원래의 요청을 전달해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해준다. 이란 정부가 접속을 차단한 해외 언론의 홈페이지를 보고 있지만 검열시스템에는 마치 포털사이트의 연예기사를 읽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식이다.

현재 헤이스택은 이란 사용자들의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하지만 힙에 따르면 중국과 쿠바의 인권단체에서도 자국 환경에 딱 맞춘 헤이스택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 나라들 역시 매우 정교한 온라인 필터링 기술을 통해 국민들의 온라인 활동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헤이스택은 얼마전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며 철수한 구글에 중국인들이 접속하도록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 헤이스택의 중국 및 쿠바버전이 보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OFAC이 이란에서 거두는 헤이스택의 성과를 지켜본 후 기타국가들에 대한 소프트웨어 수출금지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견되는 탓이다. 물론 힙은 현재 이들의 요청을 수용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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