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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진국 극지연구활동

[남극으로 가자!] 극지와 지구환경변화의 연관관계 밝힌다

지난 3월 15일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남극 처녀항해를 마치고 귀항했다. 아라온호는 남극의 얼음바다를 헤치며 쇄빙능력을 검증했고 제2 남극대륙기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정밀조사 지원업무를 완료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전 세계 어느 해역에서든 전천후·전방위적인 과학연구 활동이 가능해졌다. 극지연구의 주변국이 아닌 중심국으로 부상하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본격적인 극지연구를 앞둔 지금 제2 남극대륙기지와 아라온호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남극대륙기지 건설 계획과 선진국들의 남극연구 활동, 그리고 국제협력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자료제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21세기 들어 세계 각국은 극지연구를 통한 세계 공헌이 국익 확보의 기본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지구환경 변화의 척도로서 극지의 중요성에도 주목한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와 식량난 해결을 위한 극지 자원의 가치, 첨단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극지 개발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극지를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기득권 확보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태다. 극지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 기후변화의 시금석

최근 지구온난화로 극지 지역 빙하가 녹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인간 건강과 행복한 삶, 생태계의 다양성, 농업과 수산업에 대한 피해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곧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오존층 파괴, 엘니뇨·라니냐, 온난화, 해수면 상승 등 근래 들어 나타나고 있는 기상이변은 그 원인과 영향이 한 국가나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환경협약 대응체계 구축, 지구 생물다양성 보존 지원, 지속가능한 발전, 온실가스 저감정책 시행 등 개인과 국가들의 환경보존 의무 이행이 요구되고 있는 것 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극지는 이런 지구의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관찰할 수 있는 장소다. 북극해와 남극대륙은 지구 전체와 유기적 연결 고리를 맺고 있는 거대한 환경공간이라 할 수 있다. 지구를 광산으로 비유한다면 극지는 광부들에게 유독가스의 존재를 알려주는 카나리아 같은 존재다.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봐도 극지는 대기권, 지권, 수권, 생물권, 빙권 등 지구가 지닌 모든 환경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지구의 타지역과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다. 또한 저온건조한 환경 탓에 한번 오염되면 복원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청정지역이다. 해양 심층수의 발원지로서 지구기후시스템의 조절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특성 때문에 극지의 생태계는 지구상의 어느 지역보다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최근의 극지연구도 지구환경변화와 관련한 극지의 역할을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남극에서는 인간의 활동에 대한 환경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지구 환경문제와 관련한 국가 간, 기지 간 공동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상태다.






선점권 및 영향력 제고 경쟁 치열

현재 극지는 인류공동의 유산이라는 인식에 따라 국제법상 특정국가의 영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평화적, 과학적 목적의 활동만이 허용될 뿐이다. 과학 연구를 통해서만 국가적 이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극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연구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지리적 광활함과 가혹한 자연환경은 개별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접근하는데 많은 제약을 불러온다. 선진 각국은 일찍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했다. 그래서 50 년마다 '국제 극지의 해(IPY)' 행사를 열고 세계 극지과학자 가 자발적으로 연대해 극지 지역의 종합 관측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연구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남극의 경우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를 중심으로 국제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으며 각국 연구자들은 SCAR를 창구 삼아 국제협력의 기조 하에 연구에 매진한다. SCAR의 주요 프로그램은 남극기후 진화(ACE), 전 지구 기후계에서의 남극의 역할(AGCS), 남극에서의 진화와 생물 다양성(EBA), 남극 빙하저 환경(SALE), 태양-지구 상호작용(ICESTAR) 등 5개의 대분류 연구주제를 중심으로 구분되어 있다.

다만 최근 기후변화, 생물종 다양성 변화 등에 대한 과 학적 관심이 증대되고 해빙에 따른 접근성 확대로 인해 극지의 경제적·지정학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극지연구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극지에 대한 선점권 확보 또는 영향력 확대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실제로 각국은 자국의 극지 정책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극지연구기관을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신규 인프라 구축을 통해 극지 연구 기반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인력·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라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건립을 기점으로 20여년간 극지과학연구단(KAARP)을 통해 남·북극 연구를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극지연구소(KOPRI)를 중심으로 정부의 지원 아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건조했고 세종기지에 이은 남극 제2기지 건설에 나서는 등 극지 인프라 강화를 추진 중이다. 극지연구 분야는 기상관측, 대기과학, 고층대기물리학, 지질학, 지구물리학, 빙하학, 생물학, 생명 과학, 해양학 등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 국가들에 비해 극지연구 역사가 짧다. 그만큼 연구경험과 전문 인력,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향후 남극 연구를 추진함에 있어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연구와 인프라의 공유가 필수적이라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선진 극지 진출 국가들 대다수는 우리나라 보다 다양한 연구 활동 경험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동향과 연구시스템은 크게 정책, 연구, 인프라, 협력이라는 4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정책부분에서는 각 국가들의 정책적 지원 및 전략적 투자에 기반을 두고 추진된다. 극지연구의 경우 기존 과학 연구 활동과는 달리 극지의 혹독한 자연환경 아래 연구를 전개해야 한다는 이유로 연구 활동 및 연구지원을 위한 인프라 간의 상관관계가 높다. 또한 개별국가 차원의 연구보다는 국제 협력에 기반한 인프라를 활용한 자연과학, 응용과학, 극지공학, 의학 등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울러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타 분야의 연구 활동과는 다른 조건을 갖고 있다.




영국, 인문ㆍ사회과학 연구 병행

우리나라가 밀접하게 공조해야할 주요 국가들로는 영국, 미국, 러시아, 독일, 일본, 중국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영국은 1920년부터 본격적인 극지연구를 수행해 온 극지연구의 강자다. 국가자연환경위원회(NERC) 산하 영국 남극조사소(BAS)에서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케임브리 지대학 스콧극지연구소(SRPI) 등 여러 대학과 연구소들도 700여 명의 전문 인력들이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여타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적인 부분은 자연과학 이외에 인문·사회과학 연구를 병행한다는 점이다. BAS는 주로 남극 내 연구 활동에 초점을 맞춰 기후변화, 남빙양 생물자원의 지속가능성, 종 다양성 및 진화, 장기 모니터링 및 조사활동 등 자연과학적 연구를 맡고 있고 SPRI는 남·북극을 포괄해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를 담당하는 형태다.

연구 인프라는 2곳의 남극과학기지와 2곳의 지원시설을 비롯해 북극과학기지 1개소, 항공기 5대, 쇄빙연구선 2대(5,730톤급 제임스 클락 로스, 5,455톤급 어니스트 새클턴)를 보유하고 있다. 아들 인프라의 운영과 보급지원 활동은 BAS에서 총괄한다.

미국, 다각적 연구로 전방위적 영향력 증대

미국은 1956년부터 남극연구에 뛰어들었다. 미국 국무부가 미국과학재단(NSF)과 상호협력해 남극 정책을 총괄 중이다. 남극 정책의 기본 원칙은 경쟁국의 남극 영유권 불인정, 남극 지역 개발 시 참여 권리의 확보, 평화적 이용, 과학적 조사 목적에 국한한 접근권 부여다.

이러한 미국의 남극연구 특징은 방대한 인프라를 근간으로 그 어느 국가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방위적인 영향력 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것. 우주권·지권·생물권·극지공학 등의 분야에서 탐사, 전 지구적 시스템 내에서의 남극, 연구기반으로서의 남극 등 3가지 방향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극지활동은 인프라의 설치·운영 부문, 연구 프로그램(USAP)로 양분되며 NSF 산하 극지프로그램연구청(OPP)에서 대부분의 연구를 수행한다. NSF-OPP의 보유 인프라는 남극 상설기지 3개소와 다수의 하계기지 및 캠프, 쇄빙연구선 2대(2,966톤급 로렌스 굴드, 6,909톤급 너새니얼 팔머), 대형 공군수송기, 헬리콥터, 경비행기 등이 있으며 이를 활용해 우주물리학, 초고층대기물리학, 천문학, 대기과학, 생물학, 의학, 지질학, 지구물리학, 빙하학, 빙하 지질학, 해양 및 기후시스템, 지진학 등 다양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NSF-OPP는 또 남극 현장연구를 위해 매년 700명의 연 구 인력과 2,500여명의 운영·보급지원 인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학, 산업, 정부, 군에서 파견된 연구 인력과 계약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 원거리탐사측정 매체 개발

러시아의 경우 영국과 동일한 1920년에 극지연구를 시작했다. 전담 연구기관으로 수문기상환경청 산하에 극지연구소 (AARI)를 두고 있다. AARI의 연구인력은 약 870명으로서 연구원 및 지원인력 520여명, 러시아 남극 탐사대 210명, 쇄빙연구선 운영 및 지원요원 130여명으로 구성된다.

러시아는 또 상설기지, 하계기지를 포함해 총 8개소의 남극기지와 1대의 쇄빙연구선(1만2,660톤급 아카데믹 페도로프), 그리고 다수의 헬리콥터를 갖고 있다. 연구분야는 해양학, 물리학, 기상학, 해양-대기 상호작용, 지구물리학, 해빙학, 빙하학, 극지지리학, 수리화학, 수문학, 생태학, 빙하 관련 선박선체 및 공학 건축, 극지의학 등이다. 특히 원거리 탐사측정 매체 신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러시아는 빙하 및 수문기상학 정보센터, 세계 해빙 데이터센터-B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 2만3,000톤급 쇄빙시추연구선 건조 중

독일은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의 주관으로 헬름홀츠 연구회 산하 알프레트 베게너 연구소(AWI)에서 남·북극의 과학연구활동을 주도한다. 독일 유일의 극지연구 전담기관인 AWI는 1980년에 설립이후 극지역의 해양생태 연구를 시작으로 육상생태, 대기과학, 고기후학, 동토학, 지구물리학, 빙하학, 해양학, 고생물학, 대기순환, 극지기상학 등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연구인력은 2008년 기준 850명이며 200여 명이 현장에 파견돼 있다.

연구기지는 남극에 상설기지 2곳, 하계기지 1곳이 있고 북극에도 1곳의 연구기지를 갖추고 있다. 또한 1982년 진수 한 1만7,300톤급 쇄빙연구선 폴라슈테른호와 헬리콥터, 심해잠수정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독일과 유럽극지위원회(EPB)가 공동으로 6,500만 유로를 투자해 2만3,000톤급 쇄빙시추연구선 오로라 보레알리스를 추가 건조 중이다. 독일은 이 연구선에 지질학, 지구물리학, 생물학, 해양학, 기후학, 대기과학 등의 연구 수행이 가능하며 3대의 헬리콥터를 탑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일본·중국, 30~40년 연구 경험 쌓아

일본은 지난 1973년 문부과학성 산하 국립극지연구소 (NIPR)를 설립하며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극지연구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대학, 연구소 등에서 1,0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대기과학, 빙하학, 생물권, 지구환경 등을 연구 중이다. 매년 100여명의 남극연구조사대(JARE)를 파견해 극지연구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NIPR는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프로젝트에도 약 500명의 연구자들을 투입하고 있다.

극지연구 인프라로 남극에 상설기기와 하계기지를 각각 2개소씩 보유하고 있고 북극에도 1개소의 상설기지가 있다. 지난 2009년 5월에는 구형 쇄빙연구선을 1만2,700톤급 시 라 세호로 대체하기도 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고층대기물리학, 우주과학, 기상학, 빙하학, 지질학, 지형학, 운석학, 측지학, 생물학, 극지공학 등이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보다 7년 빠른 1981년경 국가해양부 산하기관으로 극지연구국(CAAA)를 설립, 극지연구를 총괄케 하고 있다. CAAA와 함께 상하이에 위치한 극지연구소(PRIC)가 연구부문 약 35명, 쇄빙연구선 승조원 약 33명 등 120여 명의 직원을 활용해 극지과학기지의 보급·지원 활동을 맡고 있다. 남극 과학연구 활동은 PRIC, 란저우 빙하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중국극지연구단(CHINARE)이 책임진다.

이와 관련 상설기지 2개소, 2만1,250톤급 쇄빙연구선 1대, 헬리콥터를 인프라로 확보하고 있으며 측지학·지도제작, 지자기관찰, 빙하학-대륙, 빙하학-해빙, 인류생물학, 전리층·극광 관찰, 육수학, 기상 관측, 근해 해양생물학, 지질학·지구물리학, 지진학, 육상생물학, 조수측량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펼쳐나가고 있는 상태다.

글_ 이방용 극지연구소 선임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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